“좋아하는 고향 음식 배워서 장사해요”

반미 420(사이공)

 

 

 

가게에 들어가니 사장님 혼자서 주방에 큰 다라이를 놓고 앉아 무를 강판에 갈아 채를 만들고 있었다. <삼례사람들>이라고 소개하니 어리둥절해하면서 어제 기자랑 통화한 분은 친동생이라고. 기자는 주방과 홀을 나누는 선반에 팔을 얹고 선 채로 우물쭈물했다. 사장님은 계속 무를 갈면서 “반미, 미국 반대 반미 아니에요~”라며 웃었다.

 

 

반미가 베트남 사람들이 주로 먹는 빵인가요?

 

베트남에서는 빵이나 국수를 아침에 많이 먹어요. 바쁜 사람들, 직장 다니는 사람들 출근해야 하는데 먹을 거 없잖아요. 회사 근처에 반미 빵집 많아요. 이거 빵 하나 사서 회사 갈 수 있게. 아니면 국수 한 그릇 먹고 가. 그렇게 많이 해요. 점심에는 그냥 밥을 먹지만 대부분에는 빵, 국수 많이 먹어요.

 

반미 빵집을 베트남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하시나 보네요.

 

경기도 쪽에 있기는 한데, 여기서는 없어요. 전라북도는 없을 걸요? 빵이 있기는 해요. 없는 건 아닌데. 근데 저처럼 직접 반죽하고 굽고 하는 그런 가게는 없을 걸요? 빠리바게트에서 주문해서 파는 거는 있기는 해요. 저처럼 직접 만들고 파는 거는 없을 것 같아요.

 

자부심이 있으시겠어요.

 

그런가? 이 빵 만들기는 힘들어요. 간단해 보이지만, 완품 쪽으로 나오면 되게 힘들어요. 왠만치 그냥 못 해요. 국수도 그냥 내가 맛있게 끓여서 팔면 간단해요. 그러나 이 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베트남에 있는 우리집 건물에 빵집 있어요. 저는 베트남 자주 갔다왔다 했어요. 이거 배우려고.

 

베트남 분들이 집에서 쉽게 만드는 게 아니군요.

 

네, 아니에요. 1년, 2년 해도 안 돼요. 날씨도 봐야되고 온도도 봐야되고 물 양도 봐야되고. 이렇게 해도 계속 버려요. 만드는 법 알고 있어도 잘 안 돼요. 한국 손님들은 왜 맛이 다를까? 원래 바게트빵은 딱딱한데. 한국 손님이 5개, 10개 많이 사가요. 그냥 찢어먹어도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실래요?

 

 

 

삼례에 사세요?

 

저 쭉 16년 동안 삼례에 살았어요. 한 자리에서.

 

가게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이제 9개월 됐어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신랑이 반대했거든요. 애기도 키워야 하니까 반대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거 있어요. 계속 베트남 왔다 갔다 한 거예요. 다른 언니들은 왜 베트남 많이 가느냐 하는 거예요. 심심해서… 그렇게 말했거든요. 그런데 이거 배우러 한 번 가면 한 달, 한 달 반 정도. 제가 빵먹고 싶은데, 제가 ‘빵순이’거든요. 빵 되게 좋아해요. 한 번 먹으면 두 개, 세 개 먹고. 하루에 몇 번 먹고 싶어요. 다른 바게트빵은 못 먹어요. 딱딱해서. 그래서 하고 싶은데 신랑이 애기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한 거예요. 그때 코로나 터졌잖아요.

신랑은 지금 코로나 있는데 장사하면 되겠어요? 되든 안 되든 1년은 해봐야지. 하고 싶으니까. 근데 밖에서는 월세 너무 비싸. 여기는 군청 거라 싸죠. 밖에서는 월세랑 뭐랑 하면 남는 거 없어요. 여기서는 싸니까 괜찮지.

 

보통 베트남 음식 하면 쌀국수 많이 먹잖아요.

 

여기 쌀국수는 사장님 아는 쌀국수하고는 달라요. 완전 달라요. 지금 베트남 사람 많이 하고 있어도 이 국수는 달라요. 소고기로 만든 국수 아니에요. 근데 대부분 손님들이 소고기로 만드는 국수 알아요. 향신료 좀 있고. 이거는 향신료 하나도 없어요. 시원한 느낌. 일단은 맑은 건데 맵게 드시려면 고추기름 넣고 드셔요.

 

원래 좀 느끼하고 커피나 뭔가 좀 먹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근데 이 국수 먹으면은 남는 거는 진짜 시원한 맛. 느끼한 거 없어요. 다른 베트남 국수 먹고 나도 느끼해요. 이 국수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 손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특히 해장에 좋아. 술 먹고 나서는 진짜 좋아요. 소화도 잘되고. 손님들이 처음에 먹을 때 다른 베트남국수 맛하고 달라요. 느낌이 시원하고 아 땡기네 서로 이야기해요. 이거 퓨전 아닌가? 우리한테 맞게 만든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근데 이건 원조 그대로 나온 맛이에요. 국수도 여러 가지 있는데 저는 이거만 좋아해요. 원래 빵만 생각했었는데, 시장 언니들이 빵만 하면 좀 그렇다, 점심에 국수 팔아 그래요. 할 수 있을까, 시간 없을 것 같아서. 같이 하는 친동생이 국수하자 했어요. 국수 끓이고 여기 언니들 같이 먹었는데 그냥 괜찮대. 엄청 맛있다 그런 거는 없어요. 그냥 괜찮대. 그래서 점심 메뉴로 만들어 놨죠. 생각보다는 괜찮아요.

 

고향에서는 매일 드셨던 건데, 음식이 그리우셨겠어요.

 

저는 좋아하는 거 세 가지 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거는 다 배우고 하고 있어요. 국수, 반미, 그 다음에는 튀김빵. 고기찐빵은 옛날에 엄마 올 때마다 잘 싸서 갖고 오라고 하거든요. 먹고 싶어서. 한국 와서 고기진빵 먹고 싶다고 하니 신랑이 호빵 사줬어요. 근데 호빵은 아니야, 이 맛 아니야. 결국은 먹고 싶은 거는 다 배우고 지금 다 하고 있어요. 튀김빵 있거든요. 오늘은 제가 혼자니까 못했어요. 그게 되게 맛있어요. 한국 손님 중에 맛없다고 하는 손님 없어요. 5천 원, 만 원 막 사가요. 결국은 좋아하는 것만 장사하고 있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사장님이 반미 빵 하나를 에어프라이에 돌려 따끈하게 만들어 주셨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진짜 맛있었다. 앞으로 반미에 자주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기자도 어지간한 ‘빵돌이’이기 때문에….

 

변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