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역에서 듣는 완주 철도 이야기

쌀 수탈의 수단으로 건설된 철도

삼례에 철도가 처음 개통된 것은 1914년이다. 처음에는 전북경편철도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사철(私鐵)로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인 농장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서였다. 1899년 군산항이 개항되면서 군산항을 통해서 농산물을 일본으로 반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일본인들은 내륙 농장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반출하기를 원했다. 당시 삼례에는 이엽사농장이 있었고, 동산에는 미쯔비시 계열에서 운영했던 동산농장 있었다. 인근 춘포에는 호소카와농장과 이마무라농장, 다사카농장 등이 있어 이들은 서로 뜻을 모아 사철(私鐵)을 운영하게 되었다. 일본인 농장에서 수확한 쌀을 현미로 가공해서 창고에 보관했다가 기차를 이용해서 군산항으로 보내졌고, 그 쌀들은 다시 군산항에서 배를 이용해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일본인 농장은 쌀 수탈의 전초기지였고, 당시 철도는 수탈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삼례역 주변에 옛 창고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경강 철교 준공

경편철도는 그 이후 1927년 조선총독부에서 인수해서 국철로 흡수되었고 명칭도 경전북부선으로 바뀌었다. 1929년에는 협괘 레일을 표준괘로 변경해서 일반 열차를 운행하게 된다. 삼례 구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제579호)도 이때 준공되었다. 그 이전에는 목교(木橋)로 되어 있던 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구 만경강 철교는 2011년 전라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새로운 교량이 건설되면서 폐쇄되었고 철교에는 폐 열차를 이용해서 카페, 식당, 공방(체험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삼례에서 철길이 급커브를 도는 이유는?

구 삼례역이 처음 있었던 곳은 현재의 삼례역에서 조금 북쪽이다. 이전하기 전에 사용했던 역사(驛舍)는 지금 완주군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다. 구 삼례역에서 조금 북쪽으로 가면 육교가 있다. 육교에 올라서 보면 특이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삼례역을 지나온 선로는 익산역 방향으로 가면서 급격히 꺾인다. 일반적으로는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는데 유독 급커브를 그리고 있다. 그 이유는 처음 철길이 놓일 당시 이곳에 대농장을 가지고 있던 농장주의 이권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급커브 구간을 지나면 다시 철길은 완주-익산 평야를 가로질러 반듯하게 간다. 철길 양편으로는 논이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다. 일제강점기 때 왜 이곳에 일본인들이 점유한 대농장들이 있었고, 철도를 설치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현 삼례역은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 2011년 전라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이전해서 신축했다. KTX열차가 서도 될 정도로 시설이 잘 되어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무궁화 열차만 정차한다. 그래도 무궁화 열차가 있어 타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삼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다. 특히 삼례 관광 명소는 삼례역 주변에 있기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