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가는 길에 만나는 여름꽃, 계곡물 소리

 

▲ 화암사로 오르는 돌계단

 

입추가 지나서 그런지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결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늘이 없는 곳을 걷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런 장소로는 완주 화암사 숲길도 좋다.

완주 화암사 가는 숲길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화암사는 이곳에서 800여 미터 떨어져 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걷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주차장에서 화암사로 향하는 길은 두 개로 갈라져 있다. 하나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정도로 넓은 길이고, 또 하나는 계곡 건너편으로 걷는 좁은 산책로다. 지금 시기에는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 좋겠다. 산책로를 따라 맥문동 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천천히 꽃길을 걸으면서 꽃과 대화를 나누어본다. 보랏빛 꽃 색깔이 주변 색과 잘 어울린다.

산책로는 계곡을 건너 계속 이어진다. 계곡을 건너는데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게 전해왔다. 잠시 계곡물에 손을 담가 보기도 하고, 계곡물이 연주하는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숲길을 걸으면서 듣게 되는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는 마음을 참 편하게 해준다. 계곡을 지나서도 맥문동 꽃길은 계속된다. 보랏빛이 꼬리를 물고 뒤따라 온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구멍이 뚫린 나무 사이로 맥문동 꽃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책로는 다시 작은 다리를 이용해 계곡을 가로지른다. 계곡 건너편에는 상사화 한 무리가 피어 있다. 상사화 존재를 잊고 지냈었는데 꽃이 피는 시기가 되어서야 이곳이 상사화가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상사화는 봄에 무성한 잎을 가지고 있다가 여름이 오기 전에 잎이 사그라들고, 마치 아무 것도 없는 상태인양 몇 개월을 지낸다. 그러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이렇게 꽃대를 밀어 올려 화사한 꽃을 피운다. 그런 습관 때문에 잎과 꽃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 그래서 꽃 이름이 상사화가 되었단다.

산수국 꽃을 지나면 이곳에서 넓은 산책로 와 만난다. 두 개의 산책로가 하나가 되어 화암사로 향한다. 화암사로 오르기 위해서는 절벽을 올라야 하는데 철 계단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 물길이 시원하다. 계단을 오르다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니 화암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화암사는 산 위쪽 좁은 터에 자리 잡으면서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했다. 흔히 절 입구에서 만나는 일주문도 없고, 사천왕문 역시 없다. 대신 폭포를 거슬러 오르기 위해서 철 계단을 오르고, 다시 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렇듯 화암사에는 절 안으로 들어갈 때 문을 거치는 것이 아니고 계단을 거쳐야 된다. 돌계단을 오르면 우화루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 상사화와 풍선덩굴

 

절을 돌아보고 나와 우화루 옆에 있는 샘을 찾았다. 물을 한 바가지 가득 담아 먼저 양손에 물을 뿌렸다. 물을 마시기 전에 의례 하는 행동이다. 손에서 느낀 시원함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이번에는 남은 물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산을 올라오면서 생긴 갈증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샘에서 올려다보니 절 안에서 보았던 풍선덩굴이 바로 머리 위에 걸려 있다. 파란 하늘 배경과 잘 어울린다. 그 아래에 있는 강아지풀도 꽃을 피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강아지 꼬리를 흔들듯이 연신살랑대는 모습이 귀엽다.

풍선덩굴과 강아지풀 배웅을 받으며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화암사 숲길은 맑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다. 여름철 화암사 가는 길은 맥문동 꽃길과 절 주변에 핀 상상화가 아름다워 기분좋게 걸을 수 있다. 여름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화암사 숲길을 추천한다.

김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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