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고 돌고

 

 

  성호 씨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간이 좋지 않아 오래 고생하시더니 덜컥 가셨다. 아빠를 좋아했던 성호 씨의 아내가 영정 사진을 쓸며 많이 울었다. 그러던 참에 전인권 가수의 조화가 들어왔다. 영정 앞에 서 있던 아내가 그걸 보고 ‘풉~~’, 울다가 웃었다. 전인권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머리 모양까지 따라 하는 남편이 철없어 보였는데 이렇게 웃음을 주는구나. 성호 씨도 웃었다. 참 고마운 형님이다. 아내의 슬픔을 덜어준 것 같아 성호 씨는 기분이 좋았다. 장인어른도 돌고 돌아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니까 슬프지만은 않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면 /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 꽃이 피고 / 새가 날고 / 움직이고 / 바빠지고 / 걷는 사람 뛰는 사람 /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성호 씨는 어릴 때부터 비트가 강한 노래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들국화’라는 밴드에 매료되었다.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들어 놀면서 ‘들국화’를 흉내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몸치장도 ‘들국화’를 따라 했다. 성호 씨는 지금도 머리가 길다. 성호 씨가 전인권 가수를 처음 만난 것은 팬클럽 모임에서였다. 덜썩 큰 청년이었지만 전인권 앞에서는 소녀처럼 수줍었다. 그렇지만 끈질기게 전인권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운이 좋게 소수의 팬들만 모이는 자리에 끼게 되었고, ‘돌고 돌아’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운명처럼 만났다가 / 헤어지고 소문 되고 / 아쉬워지고 / 헤매이다 / 다시 시작하고 / 다시 계획하고 / 우는 사람 웃는 사람 /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전인권 노래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그 중에서도 성호 씨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돌고 돌고 돌고’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돌지 않는 것이 없다. 해도 돌고 달도 돌고 인생 만사도 돌고 돈다. 끝났다 싶으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끝나는 게 아니라 돌고 돌 뿐이다. 성호 씨의 인생도 도는 중이다. 한동안 사업을 해서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서 모든 것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성호 씨는 그때 병원에서 ‘돌고 돌고 돌고’를 수 천 번 들었다. 단순한 이 노래가 성호 씨에게는 심오한 울림이 되었다. 끝났다 싶을 때 새로운 시작이 열렸다. 이제는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

 

  어두운 곳 밝은 곳도 / 앞서다가 뒤서다가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 다시 돌고…….

- ‘돌고 돌고 돌고’ (작사/작곡/노래 전인권)

 

  숲 속에서는 그 숲의 모양을 알지 못한다. 벗어나야만 그 숲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학창 시절엔 그 시절이 정리되지 않는다. 졸업하고 나면 그 시절이 쉽게 정리된다. 산 자들은 인생을 정리할 수가 없다. 죽어서야 인생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할 자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러나 성호 씨는 거의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므로 어렴풋이나마 인생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무엇을 잃는다 해도 무엇을 얻는다 해도 성호 씨 삶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돌다가 결국 ±0에 수렴될 것이니까.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장진규(문화재돌봄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