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외로움의 철학

장진규의 <노래로 보는 세상>

영수 씨는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탄다.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직장에 가면 동료들이 있고 형제들도 건재하며 전화만 하면 만나서 놀 수 있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외롭다고 느낀다. 아무리 외로움이 인간의 숙명이라지만 요즘의 외로움은 좀 심한 것 같다.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하던 영수 씨가 옛날에 술 마시고 혼자 부르던 노래 하나를 유튜브에서 찾아본다.

 

순대 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한다 / 우리는 늘 하나라고 건배를 하면서도 /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 생각으로 / 나는 술잔에 떠 있는 / 한 개 섬이다 / 술 취해 돌아오는 / 내 그림자 / 그대 또한 한 개 섬이다

(신배승 시 / 장사익 노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불안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와 정서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산다. 혼자 살기 편해진 현대에도 사람들은 외롭다. 라디오를 듣고 TV 보는 것을 넘어 누군가를 찾아 SNS를 뒤진다. 그렇다고 우리의 외로움이 늘 외부를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벅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어 하기도 한다. 혼자 있으면서 느끼는 편안함도 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외로움은 우리의 내면을 향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타고난 이중성 혹은 내적 반목도 있다. 타인들을 원하고 그들에게 끌리는 한편, 혼자 있고 싶어서, 타인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 타인들을 피하기도 한다. 이마누엘 칸트는 이러한 성향을 ‘비사교적 사교성’이라고 절묘하게 표현했다. (라르스 스펜젠 <외로움의 철학>, 예스 24 책 소개에서)

 

외로움(loneliness)은 타인과 연결되지 못하여 느끼는 고립감이고, 고독(solitude)은 자기 내면에 집중하여 본연의 나를 보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로움은 멀리하고 고독은 즐기라고 했던가. 영수 씨는 자신의 외로움을 가늠해 본다. 나는 얼만큼 외롭지? 왜 외롭지? 아아, 복잡하다. 내 외로움이 나를 더 외롭게 하는구나! 그냥 친구 하나 불러서 순댓국에 소주나 한잔 할까? 아니면 혼자서 외딴 섬에라도 다녀올까? “순대 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나는 술잔에 떠 있는 / 한 개 섬이다……” 캬, 언제 들어도 절창이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BA2enXtmTtg)

 

 

삼례사람들 관리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