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저수지 봄 풍경을 탐하다

 

계절마다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 변화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계절 따라 달라지는 모습도 비교해 보고 싶어서다. 대아저수지도 그중 한 곳이다. 대아저수지를 탐하는 방법은 여럿 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방법도 있고, 전망대에 올라 감상하기도 한다. 최근에 위쪽에 있는 동상저수지 가는 방향 도로 중간에 또 하나의 전망대가 생겨 이쪽 저쪽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저수지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을 때는 대아저수지 안에 있는 전주 최씨 묘역이 좋다. 거침없이 탁 트여 있어 대아저수지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는 운암산과 대아수목원 뒷산이 제격이다. 두 곳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대아수목원 뒷산 전망대를 선호한다. 대아수목원은 분재원과 열대식물원,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어 언제 찾아도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뜻한 봄날 금낭화꽃도 보고, 대아저수지 봄 풍경을 탐하기 위해 대아수목원을 찾았다.

 

대아수목원은 입구부터 진한 봄 향기를 뿌린다. 벚나무의 푸르름과 철쭉꽃 붉은빛이 잘 어울린다. 이 시기 대아수목원은 입구부터 정원 주변까지 온통 철쭉꽃 향연이 펼쳐진다. 예쁘게 단장된 철쭉꽃 군락은 보는 사람들마다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작은 연못 주변을 감싸고 있는 철쭉꽃 풍경이 최고다.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마냥 머물러 있고 싶다. 연못 안에서도 봄이 꿈틀대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이 무리를 지어 노니는 모습이 마치 군무를 추는 것 같다. 봄기운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연못을 지나 금낭화 군락지를 향해 올랐다. 제3전망대 방향 임도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금낭화 군락지 안내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금낭화 군락지로 가는 임도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생긴 갈림길이다. 오른쪽 새로 만든 임도로 들어섰다. 경사가 훨씬 심해졌다. 임도는 금낭화 군락지로 이어진다.

대아수목원 금낭화 군락지는 우리나라 최대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금낭화 군락지에 들어서면 그 규모에 일단 압도된다. 금낭화 군락지 사이로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어 가까이서 금낭화를 감상하면서 산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굳이 시인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꽃은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는 것은 상식이다. 살짝 곡선을 그린 꽃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이 마치 보석을 보는 것 같이 아름답다. 군락지 안에는 중간중간 감나무가 있는데 연한 잎이 햇빛을 받아 꽃같이 눈부시다. 금낭화 군락지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나서 제3전망대 방향 등산로를 따라 산으로 올랐다.

 

 

 

 

능선을 오르면 제3전망대는 왼쪽에 있고, 대아저수지가 보이는 전망대는 오른쪽으로 더 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아직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뒤따라 온다. 눈으로는 봄을 보고, 귀로는 가을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다. 경사 구간을 지나 평탄한 능선 끝에 바위 전망대가 있다. 대아저수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대아저수지와 어우러진 운암산 풍경도 멋지다. 몇 사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라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여유를 부려도 좋겠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바로 아래쪽 숲에 가려 대아저수지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찾아가야 하는 곳이 있다. 왔던 방향으로 20여 m를 되돌아가면 조금 아래쪽에 대아저수지 방향으로 돌출된 바위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내려가 바위 위에 서면, 숲으로 가려졌던 부분까지 완벽하게 보인다. 동상저수지 방향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산을 휘감고 돌아가는 풍경이 일품이다. 대아저수지 안쪽에 있는 전주 최씨 묘역을 왜 자라혈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도 알겠다. 산에서 마치 자라가 대아저수지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맛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맛이야!’가 잘 어울리겠다. 대아저수지의 봄 풍경을 제대로 탐했다.

대아저수지 봄 풍경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기대했던 멋진 풍경을 보아서 그런지 발걸음이 훨씬 가볍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