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이 온 나라를 휩쓸고 병원으로, 약국으로 환자들을 모셔온다. 통계로만 전 국민의 1/4이 편찮으시다니 20년차 개업약사로 처음 겪는 일이다. 종합감기약이 동나고, 조제용 감기약도 매일 재고를 챙겨야 하는 긴장 속에 한 달여를 보내고 있다. 환자가 많아져 맘이 아프다. 치명률이 확 낮춰졌다지만, 지난주엔 사돈어른께서 흡인성 폐렴에 코로나 확진으로 고생하시다 입원 일주일만에 돌아가셔서 충격이었다. 이렇게 온 나라가 아프다. 그래도 한차례 오미크론으로 고생하면 다 끝날 줄 알았다. 오미크론 요 녀석 뒤끝이 장렬한 아이다. 탈모가 왔다는 30대 여성 직장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50대 언니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마스크 쓰기 어렵다는 분, 기침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와 눈치 보인다는 분, 불안하고 우울하다는 분…. 결코 사소하지 않는 불편한 증상들이 2주 3주… 어떤 경우엔 1년 이상.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우리 세포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지들 유전자에 딱 맞게 스스로를 복제해낸다. 생물의 원초적 본능이라는 자손 번식을 남의 돈으로 다 해내고는 무한 반복으로 세포를 넘나드는데, 우리 몸이 그 꼴을 봐줄 수 없다. 우리 몸은 외부
“약사님, 제가 요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렵고, 맘도 몸도 가라앉으며, 식욕도 없어요. 손마디가 뻣뻣한 게 한동안 계속되고 약간 열감이 있네요. 내가 많이 피곤했나 봐요, 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고 쉬는 날도 없이 일해 왔는데 오미크론에라도 감염된 걸까 눈치도 많이 보이네요.” 왜 그러시는 걸까? 머리에 떠오르는 병명이 많지만, 진단은 약사 영역이 아니라 어느 분야의 전문의에게 보내드릴지 고민을 해본다. “양손이 다 그러시나요? 한 쪽 손만 그러세요? 손마디 중 손끝으로 아프세요, 중간 마디나 첫 마디가 그러세요? 손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셨어요? 혹시 친가 쪽으로 관절이 안 좋으신 분들이 있으세요?” 꼬치꼬치 물어보다 내린 결론은 “선생님, 류머티스 전문의를 찾아가시면 좋겠네요. 혹시라도 나이가 들면서 관절의 연골이 닳으면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보다 위험한 류머티스 관절염인지 혈액검사하면 확인할 수 있거든요. 만약 류머티스 관절염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치료 골든 타임을 놓치면 관절에 염증이 심해지면서 관절이 굳어지거나 삐틀어질 수 있어요.” 환자를 겁준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이렇게 권해서 100명 중 99명이 단순 관절염이고 한 명만 류머티스더라도
2022년 새해에 미국에서 심장 이식을 받지 못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57세의 남자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돼지 심장이 이식을 거부하지 못하게 유전자 넣고 빼는 편집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장기이식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더해지는 찰나에 있다. 비단 심장, 간, 신장처럼 엄청난 장기들은 아니지만 인공보형물을 몸속에 넣는 것은 흔하디흔한 일이 되었다. 인공관절, 치아 임플란트, 인공수정체, 인공 달팽이관, 인공 판막…. 최근 백내장 수술 후 안과용 안대를 하고 나타난 어머니들이 부쩍 늘었다. 불과 몇십 년 전엔 백내장이 생기면 시력을 잃는 일을 당연한 재앙으로 받아들었지만, 지금은 입원 없이 수술할 수 있는 가벼운 병으로 여겨진다. 백내장은 우리 눈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가 노화 또는 외상이나 염증에 의해 혼탁해지면서 빛이 안구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병이다. 주요한 수술 도구인 나이프와 현미경의 발전, 마취기술의 진보로 초기수술 때 나타났던 안구 출혈, 안구 통증, 녹내장, 안내염, 균 감염 등의 합병증이 현저히 줄었다. 10여 년 전부터 극도로 정밀한 펨토
“윤*렬은 누구를 같잖다는 거야? 지가 같잖은 놈이면서!” “김*희는 사과는 쥐꼬리만큼 하고 지 서방한테 연애편지를 쓰냐.” 약국 안에 앉아서 세상민심을 듣는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0대 대통령선거 운동이 이 겨울을 달구고 있다.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검증의 칼날로 후보의 말과 행동, 태도, 인생을 헤집고 있다. 3월 9일까지는 뉴스를 점유할 시끄럽고 혼란스런 주장과 비판, 반론이 이어질 게다. 어쨌든 정치가 미워도 우리 삶을 크게 좌우하는 면에서 피할 수 없다. 며칠 전 여당 후보가 들고 나온 탈모약 건강보험적용이라는 어젠다가 여론을 술렁이게 한다. 논쟁의 중심에 선 탈모약은 남성호르몬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하는 약과 두피 쪽으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여 모근에 영양을 잘 공급하도록 하는 약이다. 전자는 복용하는 약으로, 후자는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이 있다. 어떤 약이나 부작용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호르몬의 과활성을 막아서 호르몬에 예민한 장기인 전립선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고 탈모를 막는 바람직한 효능 외에도 성욕 감퇴라는 바라지 않는 작용이 따라올 수 있다. 혈액순환이 잘되게하는 정작용과 기립성 저혈압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프로틱스 줘 봐” 첨 들어보는 약? 어르신들 물음이니 어서 번역기를 돌려봐야지. ‘프로바이오틱스?’ 그렇지! 언제부터 정장제가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영어로 대체되어 회자되어서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 말이 대세가 되었다. 정장제의 연원을 따라 올라가보면 원기소란 약을 만나게 된다. 1955년 창경원에서 개최된 해방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 출품되어, 1956년 본격 시판된 약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70년대에 어린이들에게 결핍되기 쉬웠던 필수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전부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 콩가루, 미숫가루 같은 고소함과 흔치 않은 단맛에 끌려 한꺼번에 몇십 개를 먹고 어른에게 들켜 등짝을 맞던 50~60십 대들의 추억의 영양제다. 1980년대 중반 서울약품공업의 부도로 생산이 중지되어 한 세대를 사랑받던 원기소는 20여 년 동안 약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2005년 과거 서울약품공업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서울약품이라는 신 법인을 설립하고 2012년경부터 ‘원기쏘’로 이름을 바꾸어 재생산하고 있다. 원기소는 보리 분말에 황국균을 접종해 발효시킨 것으로 식혜에 쓰는 엿기름처럼 아밀라아제와 프로테아제 같은 효소가
나이가 들면 키도 줄고, 머리숱도 적어지고, 침과 소화액 같은 점액도 줄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부 장기 벽도 얇아진다. 그런데 나이들어서 커지는 것도 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자에게만 있고 여성에게는 없는 이 기관, 전립선! 약국에 오시는 만성질환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전립선비대증, 남성 5대 암에 속하는 전립선암, 연령을 가리지 않고 오는 전립선염. 오늘은 부끄러울 것도 없는 전립선비대증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전립선은 방광 밑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밤알 크기의 전립선액을 만드는 분비기관이다. 고환에서 출발한 정액이 정낭을 지나고 이 전립선에 묻혀 전립선액과 더불어 음경으로 배출되는데 전립선은 일종의 정거장 역할을 하는 거다. 이 정거장을 거쳐야 소변과 정액이 구분되어 섞이지 않는다. 정액에 합류하는 전립선액은 질 내의 산성 환경을 중화시키고 정자를 안전하게 운반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이런 곳에 무슨 변화로 비대증이 생기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나이 들면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다보면 전립선기질이 늘어나고 요도를 압박하면서 잔뇨감이나 변기 앞에서 오래 기다리는 주저뇨, 하룻밤에 두세 번씩 일어나 소변을 보러
뼈를 깍는 고통, 부모 등골을 빼 먹는다, 뼈 때리는 논평, 언중유골, 뼈대 있는 가문…. 뼈는 몸을 세우고 지탱하는 구조물이고, 뇌, 심장 등 중요기관들의 보호막이며, 칼슘 등 무기질을 저장하고, 적혈구 백혈구를 생산하는 생명활동을 활발히 하는 기관이다. 콜라겐 등의 교원섬유 그물눈에 칼슘염과 단백질이 촘촘히 채우고 있어서 가볍고 깨지기 쉬우면서도 의외의 탄력성을 가진 기관이다. 뼈는 골기질을 보태는 조골세포와 묵고 낡은 골지질을 청소하는 파골세포의 활동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 건강하다. 성장기엔 조골세포가 파골세포보다 활성 있어서 골량은 많아지지만, 중년 이후엔 파골세포가 조골세포를 앞질러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이 생기게 된다. 혹시라도 당신이 여성이고, 나이도 있고,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왔거나, 갑상선 약을 복용한 지 수년이 되었거나, 갑상선 기능항진증이거나, 신장이 약해져 있거나, 오랫동안 실내에서만 일하거나, 흡연 과음을 자주하거나 저체중이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골밀도 검사는 필수이고 뼈를 세우는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르신들의 출입이 많은 약국이라 골다공증약 처방도 많다. 비타민D, 칼슘염제, 파골세포가 준동하지 않
생태와 건강 내게도 ‘사추기(思秋期)’가 왔다. 13세 막 피워낸 꽃봉우리 같던 사춘기(思春期)의 다른 쪽 사추기! 가슴이 봉긋하게 오르고, 허리가 잘록해지던 그 시절과 다르게 복부는 지방으로 차오르고 피부는 얇아지며 콜라겐이 지탱해주던 탄력은 급격하게 꺼지면서 주름이 늘어간다. 점막도 퍼석퍼석 건조하고, 갈라져 당긴다. 내 난소가 노화에 의해 호르몬 생산을 못 하고 있다는 증표를 다 보여주고 있다. 내가 모르고 있었지만, 사춘기 시절부터 여성호르몬이 피부, 점막을 보호했다는 건데, 알고 보니 이것뿐이 아니었다. 혈관, 신경, 뼈, 관절들이 이 귀한 호르몬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50대를 전후한 갱년기 때부터 현저하게 혈중 콜레스테롤량은 많아지고, 혈관의 탄력도 떨어져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 이 나이대 남성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한다. 이 시기엔 갑상선 기능도 온전하기 힘든지 먹는 것도 없이 대사량은 줄고, 아랫배가 도톰해지고 체중은 늘어나면서 몸은 무겁고 기운이 없다. 그러니, 짜증스럽고 무기력하고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잠도 들기 힘들다. 이러다 치매 걸리는 것 아닌가 싶게 기억력도 떨어졌다. 앞으로 인생의 1/3을
지난 여름, 봄부터 앓았던 마스크 대란을 이기고 마스크 공급이 원활히 되고 나서는 이 뜨거운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답답해 했던 것은 이제 추억이 되려나, 종전의 백신과 사뭇 다른 형태의 유전자백신을 백신 접종 역사 이래 압도적인 접종 수로 맞고 있다 보니 접종 후 반응에 대해 두렵고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 요양병원 어르신들, 80대 70대 60대 이렇게 순서대로 백신을 맞으며 올해 상반기를 보냈다. 어쨌든 우리는 전 국민의 30%가 넘는 수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아직까지 약국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후유증을 앓으신 분은 없어서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1~2주 이상 근육통, 관절통, 식욕부진, 복통, 설사, 기운 없고 어지러움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오실 때마다 안심시키고 다독이는 게 일상이다. “코로나 확진자 중에도 멀쩡하게 무증상이었던 사람, 폐렴에 폐혈증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인 것처럼 백신반응도 천차만별이더라. 백신에 대한 내 반응이 이정도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신맞기를 참 잘하셨다”고 위로한다. 백신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중에도 바이오 강국으
“아니, 무슨 약값이 이렇게 많이 나와?” 하루에 한두 번은 가격실랑이를 한다. 많은 대답은 “어머니, 처방에 보험 안 되는 약이 나와서 그래요.”이다. 처방약의 대부분이 보험에 등재되어 건강보험이나 의료보호로 급여되지만, 비급여약 처방비율도 늘고 있다. 같은 질병에 대한 치료제도 왜 어떤 것은 보험이 되고 또 어떤 것은 보험이 안 되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국 산하 보험약제과에서 약제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대상여부를 결정하고 조정한다. 여기서 결정된 효능/효과, 용법/용량 및 사용주의사항을 지켜서 처방을 하는 경우만 급여를 인정받는다. 즉 그 외 사용은 환자 본인 부담 100%를 지불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의약품이 허가를 받아 처방의약품 명단에 제 이름을 올리기까지 긴긴 세월과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희귀질환자들이나 소아 임산부처럼 인구집단이 너무 적어 이런 연구비들을 들여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비록 제품으로 나와 있더라도 승인 절차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약들 중에는 비용면에서나 효과에서 임상적으로 치료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보석 같은 약물들이 있다. 소아 폐동맥 고혈압에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