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失樂園, Lost Paradise

  • 등록 2022.03.07 11: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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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는 에덴의 원주민이었다. 그곳엔 선악과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 외에는 아무런 제약도 없는 완전한 땅, 낙원이었다. 하지만 금기의 유혹은 늘 강력한 법. 그들은 결국 유일한 계율을 어기고 거기서 쫓겨난다. 낙원을 잃게 된 것이다.

 

 

 

#2

 

사랑 없는 결혼생활과 권태로운 생활에 지친 린코와 구키는 비 오는 날 미술관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젖어 든다. 남자는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아내와 딸을 두었고 잘나가는 출판사의 편집부장까지 오른 50세의 유능한 직장인이다. 여자는 의사 남편을 두었고 문화센터 서예 강사로 나가며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사는 38세 주부다.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둘의 관계가 탄로 나고 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그들의 사랑은 위독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뒤늦게 찾아온 진짜 사랑이 무엇보다도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의 낙원을 찾아 떠나게 된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낙원을 향해 기꺼이 서로의 여행 동반자가 된다.

 

 

#3

 

 

이제 그 눈을 거두어 마지막 세상을 봐 / 다시 깨어난 시린 아침 / 그래, 함께 가는 거야 / 서로의 가슴 안고 /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고 긴 잠속으로 / 거역할 수 없는 건 시작된 사랑일 뿐 결코 이별은 아닌데 / 가혹한 운명의 얼굴 / 이 끝없는 형벌에 두 마음 쉴 곳 없어 / 이대로 떠나가려 해 / 늘 쫓겨온 사랑 / 비로소 자유로워 / 영원한 꿈을 꾸면 돼 / 편한 여행처럼 이제 곧 닿을 세상에서 // 지친 가슴 안았지 / 아픔에 몸을 떨며 이미 미쳐버린 사랑 / 비웃으며 돌아서는 이 잔인한 세상엔 아무런 미련 없어 / 이대로 떠나가려 해 / 늘 쫓겨온 사랑 / 비로소 자유로워 / 영원한 꿈을 꾸면 돼 / 편한 여행처럼 이제 곧 닿을 세상에서 

(조관우 작사, 위종수 작곡, 조관우 노래)

 

이 노래는 자살을 미화하는 가사라고 방송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조관우가 성수대교 사고 때 딸을 잃은 아빠를 소재로 했다고 말했지만, 그냥 노래에만 집중하자면 실낙원에서 영원한 낙원을 찾는 연인의 노래로 들린다. ‘늘 쫓겨온 사랑’에서 자유롭고 영원한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 떠나려는 마음이 절실하다. 낙원을 향한 꿈이다.

 

#4

 

 

 

아담과 이브가 금기를 어겨서 인간은 인간답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낙원에 인간들의 규범과 문명이 생기고 끝없이 낙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영화 속 구키와 린코는 그들의 사랑이 폄훼되는 세상-실낙원을 떠나 영원한 낙원을 향해 여행한다. 어쩌면 그 여행 자체가 낙원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조관우의 노래는 어떤 고난이 따를지라도 자기들의 사랑을 잃을 수 없다는 결연한 외침이 될 수 있다. 낙원을 갈구하는 자의 절박한 노래가 되는 것이다. 어떤 작가의 말마따나 실낙원 연인들은 ‘그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실락원’은 꿈에 대한 노래다.

 

장진규(문화재 돌봄 노동자)

 

 

관리자 기자 samgongm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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