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마을 이야기
당산나무라고 하면은 보통 하나의 나무를 가리키지요. 삼례 원후정마을에는 하나의 당산나무가 아니라 여러 나무가 모여 있는 당산나무숲이 있습니다. 우석대학교 왼편으로 후정교회 근처입니다.
당산나무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부터 너무나 나약한 인간의 삶을 우리가 어찌할 수 없으니까 새해가 되면 남보다 먼저 당산나무를 찾아가 소원을 빌었습니다. 당산나무가 아니라면 마을 앞에 있는 나무나 뒤꼍에 있는 나무라도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지요. 누구에게 말로 할 수 없고 냉가슴을 안고 살아온 우리 할머니로부터 어머니들의 애환을 알아 달라고 간절하게 비는 마음이 담긴 당산나무이기에 당산나무 앞으로는 상여도 지나가면 안 되었습니다.
원후정마을 당산나무 숲 (사진=임옥균)
한 번은 당산나무가 있는 땅이 넓으니 외지인이 매입하려고 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너도나도 뜻이 합하여 우리의 당산나무를 지켜냈습니다.
당산나무를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선조들의 생활 및 신앙 공간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산나무는 그 지역의 여러 신들과 더불어 지금까지 지내온 것입니다.
2021년 새해를 맞아 원후정마을 당산나무 숲을 찾아가 봤습니다. 나무에 대고 새해 소원을 빌면서 더불어 우리와 같이 살아온 고마움을 느낍니다.
삼례 임옥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