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에 <완주 그림책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그림책미술관은 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그림책 및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을 소개하고, 전문적으로 수집·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그림책 특화 미술관이다.
위치는 삼례사거리에서 삼례문화예술촌 가는 길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미술관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축한 것으로, 일제 수탈의 증거를 보존함과 동시에 삼례사람들에게 미술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다. 1층은 기획전시 공간이고 2층은 상설전시 공간이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큰 나무계단에 앉아서 내부에 비치된 그림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그 밖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완주 그림책미술관>에서는 이번 개관을 기념하여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함께 진행한다. 2층 상설전시 공간에서는 <빅토리아시대의 그림책 거장展>이 준비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인 19세기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는 영국의 역사에서 가장 부흥한 시대로 알려져 있다. 이때는 컬러 인쇄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흑백 위주였던 책이 점점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당대 가장 뛰어난 컬러원판 제작기술자이자 인쇄업자 겸 편집자 에드워드 에반스(1826~1905)는 어린이 그림책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하고 랜돌프 칼데콧과 케이트 그린어웨이, 월터 크레인 등의 그림책 작가들과 손잡고 세계 그림책 역사에 영원히 남을 걸작들을 쏟아내며 그림책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이들을 소위 빅토리아시대 그림책의 3대 거장이라 일컫는다.
1층에서는 개관기념 기획전시 <요정과 마법의 숲>이 열리고 있다. 1940년대 영국 동화작가 그레이브스가 글을 쓰고 아일랜드 그림책 작가 나오미 헤더가 그림을 그린 미발표 그림책의 오리지널 타이핑 원고 57장과 원화 34장이 전시되어 있다. 이 글과 그림은 출판을 앞두고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70~80년 세월이 지나, 삼례에서 최초로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다시 드러나게 되었다. 그림 속 요정과 꽃, 벌레, 동물 등 자연의 정령들이 만드는 다양한 사건들과 함께 이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변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