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완주, 첫 발을 내디디다
작년 11월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상상마당 '모두 모이다'라는 공모전을 했다. 완주의 공동체들이 연합하여 공동체가 상상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겨루어 보는 공모전이다. 삼례공동체미디어와 만경강사랑지킴이, 만경강발원지 밤샘지킴이 동이가 <만경강 완주>라는 도보여행 콘텐츠로 출전하여 2등을 했다. <만경강 완주>는 만경강 88km를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여행은 안전과 힐링, 소규모와 치유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에 상품명을 ‘만경강힐링도보테라피’로 정했다.
지난 3월 8일 <만경강 완주> 8코스 중 1, 2코스를 걸었다. 1코스인 만경강 발원지 밤샘은 전혀 개발이 되지 않은 청정상태여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다. 걷는 입장에서 조금 불편하지만 이런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화장실 없이 2시간 정도 걸어야 하기에 마을 입구에 있는 꿈나무체험장에서 볼일을 보고 출발해야 한다.
밤샘에서 만경강사랑지킴이 진준암 회원이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이라는 시를 낭송했는데 울컥하며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깊은 산속에서 시작한 물 한 방울이 오염되고 더렵혀져도 흔들림 없이 달려 큰 강물을 이루고 바다에 도달하는 것처럼 인생길이 시련과 외로움이 있겠지만, 나의 선한 뜻이 간혹 왜곡되기도 하겠지만 넉넉하게 이겨내라는 위로의 말로 들려 아픈 마음이 치유됨을 느꼈다. 그저 아름다운 시를 들었을 뿐인데 위로가 되다니 참 놀라운 경험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조별로 시간차를 두고 2코스를 향해 출발하였다. 밤샘을 출발한 한 방울의 물은 이제 제법 물길의 꼴을 갖추고 있다. 졸졸 노랫소리도 제법 크다. 개구리는 벌써 알을 낳아 놓았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생명을 품을 물을 따라 걷다 보면 고인돌 못지않은 엄청나게 큰 바위를 만나고, 범바위와 거북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건너편 연석산의 병풍바위는 이곳에서 봐야 한눈에 들어온다. 양수기가 없던 시절 물을 대기 위해 만들었던 수로도 있다. 무주 벼룻길에 있던 수로와 닮았다. 곳곳에 펼쳐진 절경에 스토리를 입힌다면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을 능가하는 힐링테라피코스가 될 것 같다.
원사봉마을에는 70년 된 가옥을 예쁘게 꾸며 만든 <시인의 방>이 있다. 시인의 방은 2코스의 딱 중간지점으로 잠시 쉬면서 꽃차를 마시며 곶감과 토마토 등 간식을 먹었다. <시인의 방>에 앉아 있으면 정말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경치도 훌륭하고 공기도 좋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시인의 방>에서는 다도체험 외에도 압화와 캘리그라피 체험을 할 수 있다 하니 좀 넉넉한 시간을 갖고 찾아와도 좋겠다.
묵계마을에는 세상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은행나무 숲이 있다. 은행나무 숲을 보려면 가을에 한 번 더 와야 할 모양이다. 밤샘에서 시작된 물은 이제 강물을 되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이 경쾌하게 노래를 부르며 우리와 동행한다. 물소리에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밝아진다. 중보뜰, 새보뜰, 찬물쟁이 등 재미있는 이름이 있는 만경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거인마을이다.
거인마을에서 묵계마을까지는 만경강 양안으로 길이 좋아서 자전거를 타도 좋을 것 같다. 동상면민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같이 사부작사부작 걸어도 좋은 길이다. 여름엔 아이들과 물속에 발을 담가 보거나, 1급수에만 산다는 버들치와 다슬기를 잡는 체험을 해도 좋겠다.
동상면은 고종시가 유명한 곳으로 고종시로 만든 곶감이 특산품이다. 거인마을에는 고종시 시조목이 있고, 전라도 천리길인 고종시 마실길의 종착지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고종시 시조목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을 수 없어서 길을 찾지 못하고 헛걸음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완주 관광의 해인데 이런 사소한 부분의 준비가 아직 덜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고종시 시조목은 면민운동장 맞은편 산길로 1km쯤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만경강 힐링도보테라피 1, 2코스 답사는 대한민국 8대 오지 동상면의 청정자연과 만경강힐링도보테라피 프로그램과 만나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도보테라피코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코스 : 동상면 사봉리 꿈나무체험장 ― 밤샘 ― 원사봉마을 ― 묵계마을 ― 거인마을
손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