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님, 제가 요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렵고, 맘도 몸도 가라앉으며, 식욕도 없어요. 손마디가 뻣뻣한 게 한동안 계속되고 약간 열감이 있네요. 내가 많이 피곤했나 봐요, 일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고 쉬는 날도 없이 일해 왔는데 오미크론에라도 감염된 걸까 눈치도 많이 보이네요.”
왜 그러시는 걸까? 머리에 떠오르는 병명이 많지만, 진단은 약사 영역이 아니라 어느 분야의 전문의에게 보내드릴지 고민을 해본다.
“양손이 다 그러시나요? 한 쪽 손만 그러세요? 손마디 중 손끝으로 아프세요, 중간 마디나 첫 마디가 그러세요? 손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셨어요? 혹시 친가 쪽으로 관절이 안 좋으신 분들이 있으세요?”
꼬치꼬치 물어보다 내린 결론은 “선생님, 류머티스 전문의를 찾아가시면 좋겠네요. 혹시라도 나이가 들면서 관절의 연골이 닳으면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보다 위험한 류머티스 관절염인지 혈액검사하면 확인할 수 있거든요. 만약 류머티스 관절염이 이미 시작되었는데 치료 골든 타임을 놓치면 관절에 염증이 심해지면서 관절이 굳어지거나 삐틀어질 수 있어요.”
환자를 겁준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이렇게 권해서 100명 중 99명이 단순 관절염이고 한 명만 류머티스더라도 그 분에게는 중요한 치료의 단서를 제공한거니까. 류머티스 관절염이 그렇게 무서운 병인가? 퇴행성 관절염은 또 뭐고?
“늙으면 다리 허리 아픈 게 당연하지 60년 70년 이상 썼으면 기계로 치면 벌써 내다 버려야 하는 고물아녀?”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들이 앓는 관절병은 퇴행성일 경우가 많다. 말대로 관절을 오래 쓰면서 자연스레 연골이 닳고 인대가 약해지고 관절을 보호하는 활액(관절의 윤활막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액체)의 양도 줄면서 연골 주위에 골극(뼈 위에 자라는 뼈)이 생기고 염증이 심해지고 차츰 서고 걷는 움직임이 어려워진다.
이 병도 결코 가벼운 병은 아니지만, 류머티스 관절염은 확연히 더 위험한 병이다. 치료 없이 6개월 이내에 관절이 망가지는 병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발병할 수 있다는 것도 퇴행성 관절염과 구별되고, 무릎이나 고관절 같은 큰 관절보다 손가락·손목·팔꿈치 등 작은 관절에서 시작되고 왼쪽·오른쪽에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심한 피로감, 무기력, 밥맛도 없어질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던 때, 고양이 10마리를 고아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미신 때문에 고양이들이 수난을 겪던 미개의 시간은 지나가고,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류머티스 관절염의 면역반응에 대한 세포수준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난치의 류머티스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어머니들 말로 ‘속 다 버린다’는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던 예전과 다르게 좀 더 안전한 면역조절제와 생활 관리를 통해 완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치료 기간이 길고, 증세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면서 지칠 수는 있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치료만 한다면 관절 불구가 되는 것은 막는 것을 물론이고 류머티스로 인한 심장병, 폐를 파고드는 간질성폐질환, 시력을 잃을 수 있는 포도막염 등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혹시 가족 중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다면 자신도 흡연이나 스트레스 과음, 인스턴트 음식 등을 피하기를 권한다. 더불어 최근 미국 류머티스 학회에 주목받는 발표로 5년간 무작위 대조실험으로 26,000명에게 오메가3와 비타민D를 투여하고 관찰해온 연구에서 항염효과와 면역조절효과가 인정된 것을 주목해 보시길 바란다.
김선화(천일약국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