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읍사무소에 가면 특별한 학교가 있다. 바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한냇물 학당>이다. <한냇물 학당>이 생긴 것은 2009년이다.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가 5월에 개강하여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삼례는 완주에서 앞서서 한글 문해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진짜로 달콤한 내 인생”의 앞글자를 딴 <진달래 학교>가 맨 처음 생긴 곳도 삼례였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12분이 교실에 계셨다.
한글 공부하니까 좋으시냐는 물음에 올해 여든이신 ○○○어머님은 “한글 공부도 공부지만 사람 만나니까 좋아요. 학교 올 날만 기다려져요.”라고 하신다. “친구들 만나고, 좋은 선생님 만나서 공부하고. 나이가 80살 먹어서 이렇게 공부하게 되니 좋지요.”
그런데 반대편에 계신 어머님이 목소리를 높여 말씀하시길 “그런디 내 말을 잘 들어요. 우리는 내일모레 백 살이여. 거기 젊은(?) 사람한테만 얘기하면 우린 귀도 어둡고 눈도 어둡고 헌디.” 올해 아흔둘이신 ○○○어머님께서 농담을 하시니 교실이 웃음바다가 된다.
“어머님께서 교실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가봐요?”
“내가 제일로 어른이고, 이 양반이 두 번째. 두 살 덜 먹었어.”
88세 되신, 몸집이 아이처럼 자그마한 어머님은 매번 아들이 학교까지 자전거로 실어다 준다고.
어머님들 대부분 읍사무소 직원이 전화를 걸어 알려주거나 마을 이장님들이 소개를 해 줘서 학교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반장님인 ○○○어머님은 “인자서 배우는 거 챙피해서 안 올라고 했는데. 가방 매고 다니는 게 챙피해서. 남부끄러워서 안 올라고 했는데 와보니까 친구들이 많으니까 재밌어요. 인자는 가방 메고 버스 타고 학교 올 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요.”
반장 어머님은 아들이 권해서 오셨다. “애들하고 먹고 사느라고 바빴지. 신경도 못 썼지. 우리 아들이 엄마 안 배운지 몰랐다고 하더라고….”
학생들은 명언을 통해 한글은 물론이고 그 말에 담긴 좋은 뜻을 가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교실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손으로 쓴 명언이 붙어 있었다. 이는 어르신들이 내면 공부를 하게 되고, 스스로 마음이 밝아지고 당당해지기 위해서이다. 담당 교사 최숙자 선생님은 “어머님들의 가슴에 있는 한, 애환을 위로하고 좋은 글귀를 통해서 부끄럽고 어두운 마음에서 당당하고 밝은 마음으로 변하도록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숙자 선생님은 삼례에서 한글 봉사를 12년째 하고 계시다. 삼례에서 문해교육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봉사를 했다. “처음에는 교과서도 없어서 제가 알아서 글을 가져와서 수업을 했는데 지금은 교과서도 체계적으로 나오고, 학용품 등 지원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더 많은 분들이 학교에 나와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기자에게 많이 알려달라고 하셨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삼례에서 한냇물을 이루듯이 배움의 때를 놓치신 어르신들이 한 분 한 분씩 모여들기를 소망해 본다.
변두리 기자
<교실에 전시된 어르신들의 글씨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