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명주나비
신천습지에는 예쁘게 날아오르며, 부드럽게 날개짓하는 꼬리명주나비가 살고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제비의 꼬리 같은 긴 꼬리와 명주 비단의 색 무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국 고유종이다. 한국의 나라 나비(국접, 國蝶)로 지정하려고 했던 나비이며 국가적색목록 ‘취약종(VU)’으로 분류되어 보호되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레드리스트에서는 미평가(NE)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국외 반출승인 자원이다. 예전에 일본 나비수집가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몰래 빼돌려 이주시켰던 나비다. 처음엔 나비만 옮겨갔다가 실패하고 다시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까지 옮겨가 일본 나비목록에 포함되었다. 먹이식물이 없으면 꼬리명주나비는 생존할 수 없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 먹이식물은 쥐방울덩굴로 삼림청 희귀식물 약관심종(LC)으로 지정받아 보호되고 있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이 꼭 필요하고 쥐방울덩굴을 보호하지 않으면 나비는 떠날 수밖에 없다. 인간의 편리대로 농약과 화학비료, 각종 오염물질과 플라스틱의 사용으로 쥐방울덩굴이 위협받고 있다.
꼬리명주나비 암컷
꼬리명주나비 수컷
필자는 신천습지에서 꼬리명주나비를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 만경강에서 꼬리명주나비를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의 변화로 인하여 만경강 신천습지에서 꼬리명주나비를 보는 것이 우리가 자연에서 만나는 마지막 꼬리명주나비의 날갯짓이라 생각하고 눈과 마음, 사진으로 담아두기 위해서이다. 신천습지에서 쥐방울덩굴을 찾았고, 꼬리명주나비들의 짝짓기 광경과 알 낳는 장면을 보았고, 알에서 2mm 크기로 깨어나는 애벌레를 만났다. 그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나비가 되는 과정이 신기했고 경이로웠다.
꼬리명주나비의 한살이
짝짓기하는 꼬리명주나비는 암컷과 숫컷 중 어느 나비가 위에 있을까? 짝짓기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을 확인했을 때 신기했다. 보통 위쪽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는 수컷이다. 그런데 짝짓기 할 때는 암컷이 위에서 주도적으로 한다. 수컷이 제비가 먹이를 낚아채듯 암컷을 낚아채면서 짝짓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짝짓기가 시작되면 암컷이 주도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을 느끼고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반응하는 주체도 암컷이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을 쥐방울덩굴 잎 뒤에 진주 방울처럼 영롱한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그 작은 몸짓으로 쥐방울덩굴을 기어 올라간다. 본능적으로 맨 끝에 가면 새로 돋아난 작고 부드러운 잎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쥐방울덩굴의 새싹이 애벌레의 이유식이다. 이유식을 먹고 나면 쥐방울덩굴 잎 뒤에 하나둘 모여든다. 까맣게 멍이 든 것처럼 애벌레들이 모여 큰 점을 만들어 자신들을 보호하는 생활이 시작된다. 살기 위한 집단생활 후에 점차 자라면서 단독생활을 하며, 튼실한 쥐방울덩굴 잎을 뜯어 먹고, 10일 정도를 폭풍처럼 쥐방울덩굴 잎을 모두 뜯어 먹고 줄기만 남겨 놓는다.
이때가 되면 번데기를 고정하는 줄을 맬 수 있는 단단한 버팀목을 찾아 나선다. 번데기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달맞이꽃 줄기에 모여드는 5령 애벌레들은 까맣던 모습이 갈색으로 용화되고 8일 정도를 기다리면 우화가 시작된다. 새벽에 찾아간 신천습지에서 우화되어 날개를 말리고 있는 나비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5월 초에 꼬리명주나비가 보였고, 5월 18일 5령 애벌레가 보였고, 6월 1일경 나비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알을 낳고 나비는 사라지고, 7월 1일경에 엄청나게 많은 나비가 발생했으며, 다시 알을 낳고 3일~6일 만에 깨어나, 1령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들이 쥐방울덩굴을 먹고 자고 자라고 있다. 2년 전 10월경까지 나비를 보았으니 6월~10월까지 4번~5번 정도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는데, 작년에 실질적으로 9월 초까지 꼬리명주나비를 볼 수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보통 2번, 남쪽에는 3번 정도 나타난다고 알려졌는데 4번 이상 나비가 출현한다고 하면 놀라운 결과이다.
이는 온도의 영향으로 온난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18°~35° 사이에서는 나비가 발생하는데, 올해는 초봄에 갑작스러운 기온상승으로 일찍 깨어난 꼬리명주나비, 먹이식물은 밤낮의 심한 기온 차로 조금 늦게 자라기 시작하면서 만경강 서식지 세 곳에서 꼬리명주나비가 발생하지 않았다.
6월 말경에 나타났던 나비 중 거미에게 잡아먹히는 나비도 있지만, 강둑 도로 차량이 지나갈 때 일으키는 바람에 빨려들어 아스팔트 바닥에서 죽어갔던 나비 3마리를 발견했다. 이곳을 지나는 속도가 40km로 제한되어 있는데 일반도로보다 더 빨리 달려간다. 만경강 둑에서는 과속하면 꼬리명주나비가 위험하다. 우아하게 날며 너울너울 멋진 날갯짓하는 꼬리명주나비가 보고 싶다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약속이다.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
만경강에서 꼬리명주나비를 볼 수 있는 서식지는 6곳이다. 생태에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는 두 곳과 조심스럽게 살피는 네 곳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나비는 사라지게 된다. 꼬리명주나비는 쥐방울덩굴이 사라지면 더 볼 수 없다. 사실은 가장 위험한 것이 인간의 간섭이다. 풀 벤다고, 보호한다고, 친수공간을 만든다고 마구 파헤치면 그 서식지와 주변 환경의 훼손으로 서식지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 살피고 있는 서식지의 특성을 살펴보니 모두 다 비빌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P1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데 무관심하게 늘 지나다녔기 때문에 보호되었다. P2는 사람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고 오랫동안 멀리서 지켜보는 곳이라 보호되었다. P3는 사실 위험하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P4, P5, P6 서식지는 조금 안심이 된다. 모두 다 갈대와 억새와 달뿌리풀이 버팀목이 되어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서 다행이다. 갈대를 타고 오르는 쥐방울덩굴, 억새 사이에서 자라는 모습과 달뿌리풀 사이에 앉아 있는 꼬리명주나비를 만나는 기쁨이 있다.
지난해 신천습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는 쥐방울덩굴만 먹는데 풀 벤다고 쥐방울덩굴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많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가 쥐방울덩굴을 찾아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먹이를 찾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 있던 쥐방울덩굴을 먹고 번데기가 되었고, 시간이 지나 나비로 우화하였다.
만경강에 꼬리명주나비가 살아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조작하고, 방사능폐기물이 섞인 물을 버리고, 플라스틱 문화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 투기와 쓰레기를 양산하는 소비문화, 육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과 각종 음식물 쓰레기 등은 기후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늘 스스로 자연의 섭리에 따른 생활과 생태환경 보전하고,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