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군에서 <완주 기네스 재발견>을 발간했다. 각 분야에서 가장 최고의 기록들만을 모은 것이다. 그중에서 삼례에 있는 ‘최고 기록’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삼례에도 40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5번 이사를 하였지만 여전히 '일진사'라는 이름으로 6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세탁소, 한자리에서 43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명화당' 등 입니다. 기회가 닿는 데로 40년 이상 영업한 노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해 보려고 해요.
가장 먼저 60년 동안 영업하신 일진사세탁소 이락교님을 만나서 60년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일진사'세탁소는 1961년 처음 문을 열었는데요. 내 집이 아니니까 집주인이 집을 비우라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었대요. 이사를 5번이나 하였지만 읍내를 벗어나지 않고 여전히 삼례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일진사세탁소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도 힘들어 세탁소를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사장님은 새로운 영업 기법을 개발하여 돌파구를 마련했답니다. “아는 사람이 말하기를, 세탁물을 수거해서 세탁한 후 배달을 하라고 하더군. 바로 짐을 싣는 자전거를 구입했지. 짐칸을 세탁물을 걸 수 있도록 개조해서 해전, 춘포, 봉개, 어전, 쌍정리까지 한 바퀴 돌면서 세탁물을 수거해서 세탁했어요. 깨끗해진 옷을 그대로 돌려주는 배달까지 했지요. 아마 제가 세탁물 배달의 시초일겁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억울한 일도 많이 당했는데요. 본인이 옷을 잃어버리고는 세탁소에서 잃어버렸다고 강짜를 부리는 사람, 남의 옷을 몰래 훔쳐가는 사람, 별별 사람을 다 만났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하시는데 자부심이 느껴지더군요. 6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영업 비밀이 다름 아닌 정직과 성실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일진사세탁소 이락교님(79세)
정직과 성실로 사람을 대하니까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지금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으시대요. 세탁소를 그만두면 놀 데가 없다고 주변 분들이 반대하신다고 해요.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많은 분들이 놀러 오시는데 일일이 반갑게 맞이하시고 작은 거라도 나눠 주시고 그러시더군요. 사장님, 사모님 두 분이 행복 바이러스를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전파시키고 계셨어요. 인터뷰 내내 제 마음도 따뜻하였습니다. 두 분 건강하게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손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