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힘차게 흐르는 강물을 만들자

 

 

생태와 건강

삼례에서 살면서 자랑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만경강이다. 호남평야의 ‘생명의 젖줄’이라는 경이로운 수식어가 참 따뜻하다.

우리 몸에도 만경강 같이 흐르는 것들이 있다. 태어나서 살아온 날 동안 끊임없이 혈관을 따라 피도 흐르고, 입에서 항문까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따라가다보면 소화액도 흐른다. 겉껍질인 피부에도 물과 기름인 땀과 피지가 흘러 촉촉하고 윤기나게 보호하고 있다. 물론 콧물, 눈물, 소변도 다 흐르는 것들이다.

다 아는 것들인가? 그럼 혈관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세포에 혈관이 다다르는데 이 가느다란 혈관을 모세혈관이라 부른다. 이곳에 이른 혈액은 혈관을 벗어나 세포사이로 흘러들어가고 종국에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넣어주고 세포가 만든 찌꺼기들을 받아 돌아온다. 이 미세한 흐름들은 무심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 초도 게으름 없이 조절된다.

혈관에 흐르는 혈액, 세포 사이의 세포간질액, 림프관을 흐르는 림프액, 세포 안에 담긴 세포액 모두를 일컬어 체액이라 한다. 우리 몸 곳곳에는 체액의 양과 질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고, 여기서 감지된 정보를 뇌 깊숙한 시상하부 조절중추에 보내어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균형을 맞춰놓는다. 한 여름에 땀으로 나가는 체액을 보충하기 위해 우리 몸은 갈증이라는 신호로 물을 찾고, 소변 양을 극단으로 줄여 체액 소모를 줄인다. 설사나 구토처럼 탈이 났을 때도 여지없이 목이 타는 갈증을 느꼈을 것이고 무의식 중에 몸이 요구하는 대로 꿀맛같은 물을 마시는 경험이 누구나 한 번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체액을 조절하는 기준은 뭘까? 땀 맛을 봤나? 짭짤한 소금맛. 이 소금이 우리 체액의 양을 유지하는데 효자 노릇을 한다. 소금으로 잡아놓은 체액이 잘 흐르려면 적절한 탄력이 있는 압력이 필요한데 이게 바로 혈압이다. 혈압이 없다면, 체액은 고여 있을 뿐 흐르지 못한다. 만경강의 강물이 밤샘에서 출발하여 중력의 도움으로 서해에 이르듯이, 우리 몸의 체액은 혈압의 도움으로 중력조차 거슬러 온 몸을 흐른다.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고, 100조 개가 넘은 세포를 촉촉이 적시며 다독이려면 체액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고 몸이 요구하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갈증이 나면 몸에 물을 채워주자. 2%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내 몸에 힘차게 흐르는 만경강을 만들어주자.

김선화(천일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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