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마을 이야기] 용전마을 둥구나무와 하리교회

 

나무와 마을 이야기

▲ 하리 용전마을에 있는 느티나무

(사진=변두리 기자)

삼례나들목에서 전주 전미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만경강에 들어서기 전에 하리(下里)가 있다. 예전에 회포면의 제일 아래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리에는 하리교회가 있다. 교회의 시초는 1950년 4월 16일 유정례 씨와 백한나 씨가 논에 천막을 치고서 건평 20평의 기공식을 가졌던 때에서 비롯했다.

1950년 7월 10일, 당시 임광호 전도사는 잠깐이면 된다고 하면서 런닝샤쓰 바람으로 삼례초등학교 치안대로 끌려갔다. 그때가 나이 27세로서 결혼한 지 4개월만이었다. 사모님이 수소문 끝에 찾아가니 그 와중에도 신자들의 안부를 먼저 물으셨다고 한다. 그 누가 알았으랴, 사모님은 유복자를 낳으시고 그로부터 3년간 교회를 지키셨다. 그 뒤로 아드님은 훌륭하게 성장하여 경기 지방에서 선친과 같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삼례우체국 앞에서 열쇠를 깎으시는 하리교회 장로님에 따르면 그 나무의 수령이 약 3백년은 된다고 한다. 그러니 둥그나무가 그때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들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노목을 우리는 거목(巨木)이라고 한다. 내 고장 이야기를 말없이 품고 있는 둥그나무는 제 팔과 손을 한껏 벌려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주니 마을 아낙들이 나무 밑으로 모여든다. 아이가 엄마 쉬 마려, 하면서 자기 몸에 쉬를 누어도 나무는 말없이 받아준다. 또한 모 심는 남정네들의 잠시 허리 펴는 공간이요, 무더운 한여름에 논에 김 맬 때 낮잠 자는 그늘이다.

오늘에 우리는 행여라도 이름 없는 노목(老木)이라 하며 소홀히 말아야 한다. 그 옛날 누군가는 무심코 심었을지라도 우리와 같이 오랜 세월 동안 동행하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삼신할미께 빌었던 당산나무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줄을 걸고 굿을 하는 성황당 나무도 되었을 터이다. 이름이 있건 없건 우리와 함께 살아가니 고마울 뿐이니 그 무슨 상관이랴. 앞으로도 같이 살아가자, 우리의 둥구나무야.

이야기 할아버지 임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