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자고 싶은 당신에게

 

“수면제 좀 주세요. 요즘 갱년기인지 너무 잠들기 힘드네요.”

“수면제 많이 먹으면 안 좋죠?”

요즘 이런 질문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나도 답이 궁색하다. ‘저도 어젯밤에 잠깐 잠들었다 새벽에 깨서 계속 망상만 하다 출근했어요.’ 속 이야기를 감추고 “잠들기가 힘드세요? 잠이 자주 깨세요? 혹시 최근에 드시기 시작한 약이 있으세요? 수면제 드신 지 오래 되셨어요?” 질문 공세를 해댄다.

잠을 푹 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꿀잠을 자고 싶다. 신생아처럼 밤낮을 모르고 자고 싶다. 정말? 출근했다가 쏟아지는 잠을 못 이겨 누울 자리를 찾는다면?

태어나서 뇌가 여물어가면 아기는 낮에 자는 시간이 줄고 밤에 자는 하루 사이클을 익히게 된다. 노인이 되어 뇌가 퇴화를 거듭해 치매가 찾아오면 낮과 밤을 구분하기 힘들어 밤에도 불쑥 집을 나서게 된다. 그렇다면 뇌에 수면의 비밀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저 높고도 귀하신 뇌에는 수면, 식욕 등 기본 욕구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라는 중추가 있다. 노화는 피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노안이 오고, 청력이 약해지고, 입맛이 변하듯 신경에도 노화가 온다.

시상하부에 신경의 퇴화가 와서 잠의 하루 주기성을 엉클어 놓는다. 뿐만 아니라 관절염 등 통증도 하룻밤에도 4~5번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전립선비대증도 우울과 불안 등 심리적 문제도 만성불면증에 오랫 동안 써 온 수면제도 각성제, 스테로이드제, 항우울제도 대표적으로 불면을 가져온다. 잘 알지만, 카페인이 듬뿍 들어 있는 커피도 좋은 잠을 방해한다. 잠을 잘 수 없어 술 한 잔씩하고 잠든다는 분도 있다. 알코올은 잠을 청하는 데 약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깊은 잠을 자는 것은 어렵다. 수면클리닉에서 많이 알려온 수면무호흡, 코골이, 잠들기 전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 증상이 생기는 하지불안 증후군도 자면서 다리나 팔에 경련이 생기는 주기적 사지 운동증도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 수면제가 답인가? 수면제는 선인가 악인가? 수면제를 이용하기 전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 잠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없애 보고도 불면으로 낮 동안 활동이 지나치게 방해받는다면 짧은 기간 동안 수면제를 이용해서 수면주기를 잡아 보기를 권한다. 수면제는 시상하부의 각성부분을 억제함으로 잠을 잘 수 있게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처방되는 소위 Z수면제는 작용시간이 짧아 낮 동안 나른하고 머리가 맑지 않게 되는 불편함을 많이 해소했다. 그럼에도 잠들기는 쉽지만, 오래 잠 자기는 어렵다. 이 약을 드신 분 중 자다 일어나 냉장고 음식을 꺼내먹고, 다음 날 기억하지 못하는 몽유를 경험한 분도 있고, 자기 전 했던 일을 기억 못 하시는 분도 있다. 무섭나? 수면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잠시 내 삶의 위해 요소인 불면을 다스리고 나면 다시 서랍 속에 넣어 놓으면 된다. 무서워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

김선화 (천일약국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