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발기부전에만 쓰나?

 

 

“아니, 무슨 약값이 이렇게 많이 나와?” 하루에 한두 번은 가격실랑이를 한다. 많은 대답은 “어머니, 처방에 보험 안 되는 약이 나와서 그래요.”이다. 처방약의 대부분이 보험에 등재되어 건강보험이나 의료보호로 급여되지만, 비급여약 처방비율도 늘고 있다. 같은 질병에 대한 치료제도 왜 어떤 것은 보험이 되고 또 어떤 것은 보험이 안 되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국 산하 보험약제과에서 약제에 대해 건강보험급여대상여부를 결정하고 조정한다. 여기서 결정된 효능/효과, 용법/용량 및 사용주의사항을 지켜서 처방을 하는 경우만 급여를 인정받는다. 즉 그 외 사용은 환자 본인 부담 100%를 지불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의약품이 허가를 받아 처방의약품 명단에 제 이름을 올리기까지 긴긴 세월과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희귀질환자들이나 소아 임산부처럼 인구집단이 너무 적어 이런 연구비들을 들여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비록 제품으로 나와 있더라도 승인 절차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약들 중에는 비용면에서나 효과에서 임상적으로 치료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보석 같은 약물들이 있다.

 

소아 폐동맥 고혈압에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10mg을 하루 3번 사용하는데 물론 승인 외 허가초과사용의 예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임산부 약물사용 중에도 이런 예는 많다. 그중 진통제나 혈전예방약으로 승인된 아스피린이 수정란의 착상을 도와 조산을 방지하거나 임신 중독증 위험을 낮출 목적으로 쓰인다.

유방암 치료제 레트로졸은 불임치료에, 오심 구토를 가라앉히는 돔페리돈은 수유부의 젖양을 늘릴 목적으로, 위·십이지장염 치료제인 사이토텍은 분만유도 및 임신초기 중절의 목적으로 허가 외로 사용된다. 성에 관련한 질환에서도 그 예는 많다. 고혈압 치료와 부종에 사용하는 스피로닥톤은 남성호르몬 억제작용을 이용해 탈모치료에 사용되고, 진통제로 트라마돌과 우울증약 이미프라민은 조루에 사용한다. 미용 목적의 사용도 빼 놓을 수 없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리라글루티드(삭센다펜중)는 공전의 히트상품이다. 인슐린을 분비시키고, 식욕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이용한 삭센다는 처방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효과 좋은 다이어트 약으로 인터넷상에 약값이며 처방비에 대한 글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좀 더 심각한 이용 사례도 보자. 항암치료의 3세대 격인 면역항암제 키투루다의 경우 흑색종, 비소세포 폐암에 공식 승인된 약이지만, 요양기관 사전 시정에 의해 기존의 치료에 내성이 생긴 진행성 위선암, 임프종, 결장암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절박한 생명과 관련된 치료에서 미용을 위한 사용까지 허가초과(이외)사용은 약물이상사례에 있어 1.7배의 위험이 도사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받은 처방약중 비급여 약이 나오는 경우 의사나 약사에게 좀 더 세밀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 약은 꼭 필요한 약인지, 내가 기존에 먹는 약들과 상호작용은 없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은 뭔지를. 그렇게 주의 깊게 사용된다면 허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지만, 좀 더 다양하고 좋은 약들을 사장되지 않게 의료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선화(천일약국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