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의 사라져가는 일제 유산을 지키자

박기순 농장사무실과 인제정미소

 

 

▲ 박기순 농장 사무실. 지금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 인제정미소

보존되지 않은 후정리의 문화 유산들

일제강점기의 역사 자원이 많지 않은데 삼례후정리에는 농업 수탈의 역사와 관련된 건물들이 남아 있다. 바로 박기순 농장사무실과 인제정미소이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이 당시 양곡창고였으므로 농장사무실과 정미소가 한데 묶이면 후정리 일대가 일제농업 수탈의 공간으로서 체계적으로 보존될 수 있다.

삼례는 일제 농업수탈 역사의 현장이다

일제는 만경강 주변의 버려진 갈대밭을 개간하여 농토로 만들기 위해 한반도에서 최초로 콘크리트댐인 대야댐을 건설하였고, 옥구에 간척한 평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경천저수지와 대간선수로를 만들었다. 삼례에는 대간선수로의 일부인 독주항과 독주항을 만들 때 나온 석지장, 수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철도(삼례역), 양곡창고, 이리에 사는 일본인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양수장 등이 남아 있다. 삼례는 일제가 자행한 수탈의 첫단추이기도 했지만 극심한 수탈에 대항하여 싸운 농민들의 소작쟁의와 삼례역에서 등짐을 져나르던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이 격렬했던 항일의 현장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에 친일 대농장주인 박기순과 백남신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허물어져가는 인제 정미소

인제정미소는 최근 사장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방아를 찧던 곳이다. 박기순 농장과는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삼례문화예술촌과는 도보로 3분 거리, 비료창고를 개조한 책마을 주차장 뒤쪽에 위치한다. 구 만경강 철교와 구 삼례양수장까지는 800미터 정도 거리가 있는데 상생숲 공원으로 연결되어 있어 산책도 가능하다.

현재는 모두 사유지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만약 보존이 된다면 일제 쌀 수탈의 현장으로서 삼례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삼례와 완주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한번 다녀가 보면 좋겠다.

손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