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듯, 귀한 엽산

 

영양제 대표 선수는 뭐니뭐니해도 비타민이다. 오메가3도, 유산균도 인기 있지만, 비타민은 꼭 챙기는 게 좋다. 한 알 먹는 것 아침에 잊었는데 생각났을 때 얼른 먹고 써야겠다. 오늘은 비타민 중 주목받지 못했던 못난이였다가 기형아 예방 영양제로 떠오른 엽산을 꺼내 본다.

새 세포가 만들어지려면 어떤 일이 세포 내에서 일어나야할까? 세포에 핵심 중심인 핵 속에 꼬불꼬불 꼬여있던 DNA라는 유전물질이 풀리고, 이 원본 설계도를 그대로 복사한 DNA 가닥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 엽산이 부족해진다면, 제대로 세포분열이 일어날 수 없다. 엽산은 세포분열이 왕성한 암세포에서도 끊임없이 필요한 영양소라서 항암제 중 엽산의 합성을 억제하여 암세포가 성장하는 것을 막는 약도 흔하게 쓴다. 태아의 경우 뇌 척수 신경계의 모체인 신경관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어, 대뇌가 거의 없거나, 척수에서 뇌에 이르는 신경관이 열리는 이분척추증을 가진 선천성 기형아를 낳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인 임신 4~5주 사이에 뇌 척수 신경이 만들어지기에 적어도 임신 한 달 전, 안전하게는 3개월 전부터 엽산이 모자라지 않도록 미리 보충해야 한다. 엽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기형아 출산은 물론이고, DNA합성에 중요한 재료인 핵산도, 단백질 생산도 어려워진다. 무섭게 성장하는 태아의 모든 세포의 성장이 더딜 수 있다. 조산아나 사산아 걱정도 된다.

적혈구도 혈액 속의 세포이고 보면, 엽산의 부족으로 골수의 어린 적혈구가 분화하여 똘똘하게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이 빈혈약을 고를 때 철분 단독 제품보다 엽산이 들어간 제품이면 더 효과적이다.

엽산은 뇌 내에서 기분이나 집중력, 동기를 유발하는 너무너무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쓰인다. 그런 이유로 산후 우울증에도 도움이 된다.

아, 열일하는 우리 엽산. 임신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1일 엽산제 400마이크로그램을 성의 있게 복용해보자. 브로콜리, 시금치, 고사리, 파, 콩나물, 부추, 양상추, 방울토마토 등에도 들어있지만, 음식 속 엽산의 50~90%가 조리과정에서 손실된다. 특히 요즘 항생제, 피임약,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 중이라면 엽산을 챙겨야 고갈을 막을 수 있다.

엽산 단독제품도 있지만, 종합비타민제 속에도 엽산은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임신부가 아니더라도 내 몸에 엽산! 꼭 챙겨보심이 어떨지.

 

 

김선화(천일약국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