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언제부터 만들었을까?

술의 역사

술의 어원

술은 알코올 성분이 있어 마시면 사람을 취하게 하는 음료로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이상이면 모두 술이다. 1103년 송나라 사신 손목이 고려에 다녀간 후 저술한 계림유사에 "고려에서는 술을 '수발(酥孛)'이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세종 때 만들어진 《석보상절(1447)》에는 '수을'로 기록되어 있다. 수을은 수울로 다시 술(수발→수ᄇᆞᆯ→수을→수울→술)로 변화하였다.

 

酒(술 주)는 물 수(水)와 닭 유(酉) 자가 합해져 만들어졌다. 닭 유(酉) 자는 술을 담는 그릇을, 물 수(水)는 액체를 나타낸다. 酒(술 주)는 술 그릇에 담긴 액체를 의미하고 있다.

 

술은 언제,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아마도 술은 인류가 만든 가공 음료 중 가장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과일이나 우유는 조건만 맞는다면 자연적으로 발효가 진행되기에 수렵, 채집 시기부터 자연 발효된 술을 먹어 본 인류가 술 만드는 법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술의 처음은 원숭이와 관련이 있다. 보름달 아래 원숭이들이 바위나 나무 둥지의 오목한 곳에 잘 익은 산포도를 넣어두고 그 위에서 뛰놀다가 다음 달 보름날에 다시 찾아와서 술을 마시며 논다는 전설이 여러 나라에 있다. 원숭이가 나무 구멍이나 돌 틈에 모아 놓은 과일에 빗물이 고이고 자연적 발효가 진행되면 과일주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원숭이의 행동을 보고 인류가 마침내 '신의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재까지는 정설이다.

 

처음 술의 재료는?

인류가 처음으로 술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재료는 과일, 벌꿀, 우유이다. 특히 포도는 원산지가 흑해 연안으로 조지아 지역에서 8,000년 전의 포도 씨가 발견되어 그 이전부터 포도가 재배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원전 1,500년 경에 제작된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는 포도주를 만드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집트인들은 커다란 자루에 포도를 넣고 발로 밟아 으깬 후 자루를 비틀어 즙을 짜 지하 저장고에서 발효하여 포도주를 생산하였다.

 

 

최초의 벌꿀주는 곰이 헤집어 놓은 벌집에 물이 들어가 당도가 낮아지고 자연의 효모가 첨가되어 만들어졌다. 스페인의 구석기 유적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는 꿀벌을 관리하는 그림이 남아 있어서 꿀벌주의 역사도 그만큼 오래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참고로 북유럽에서는 결혼하면 한 달 동안 신혼부부가 외출을 금지하고 꿀술을 마시며 다산을 추구하였기에 허니문(honeymoon)이란 말이 생겼다. 생약이나 허브를 넣은 꿀술을 메세글린(Metheglin)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의약품을 뜻하는 메드신(Medicine)이라는 말이 나왔다.

 

젖술(乳酒) 역시 자연에 널리 존재하는 효모(Yeast)가 우유를 발효시켜 알코올을 생성하였다. 과일주와 벌꿀주는 구석기 시대에, 지금도 유목민들이 만들어서 먹는 젖술은 신석기 시대에, 곡주는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술은?

기록상 가장 오래된 술은 7,000년 전 수메르의 쐐기문자로 기록된 '닌카시 찬가'이다. 닌카시 여신에게 바치는 찬가인데 내용은 맥주 만드는 법이다. 옛날에 만든 맥주는 지금처럼 액체가 아니라 발효된 질척한 빵이다. 찌꺼기 때문에 술병에 빨대를 꽂아서 먹는 모습이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남아 있다.

 

 

중국에서 맨 처음으로 술을 만든 사람은 하(夏)나라의 우왕 때 의적(儀狄)이다. 하(夏)나라는 약 4천 년 전에 있었던 전설의 왕조이다. 의적이 만든 술을 먹은 우임금은 ‘술맛은 천하일품이지만 군주가 흐트러지면 나라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의적을 멀리하였다. 하지만 의적은 좋은 술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술의 신이 되었다.

 

고고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술은 중국 허난(河南)성 우양(舞陽)현 자후(賈湖)마을에서 발견된 토기에 남아 있는 포도, 꿀, 쌀, 산사 열매로 만든 9,000년 전의 술이다. 미국에서 산사나무 열매, 머스캣 포도, 야생화 꿀, 사케 효모로 발효시킨 쌀 맥아를 활용하여 복원에 성공하여 '샤토 지아후 (Chateau Jiahu)'라고 이름을 붙였다. 복원된 샤토 지아후는 2009년에 미국 맥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중국 고대 맥주가 미국에서 복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수제 맥주 양조장 ‘마스터 가오’에서 9,000년 전 자후마을의 설비,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과 재료를 사용하여 고대 맥주를 재현하는 데 성공하였고, 2017년 ‘자후’라는 수제 맥주를 출시하였다.

 

그러나 2018년 스탠포드대학의 류리 박사 팀이 이스라엘의 라케펫 동굴(Raqefet cave)에서 고대 나투피안(Natufian)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양조장 흔적을 찾아냈다. 무려 1만 3천 년 전부터 인류는 농경문화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야생 밀과 보리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었음을 증명하였다. 인류 최초의 술에 관한 역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인류가 최초로 마신 술은 과일주일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유물로 밝혀진 인류 최초의 술은 맥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