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작아 ‘쇠’부엉이
‘쇠’는 ‘크기가 작다’의 순우리말로 ‘쇠부엉이는’ ‘작은 부엉이’를 뜻한다. 큰 부엉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부엉이류 중 쇠부엉이보다 작은 종류가 많기에 왜 ‘쇠’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의문이다. 어찌 되었든 쇠부엉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로 하천 갈대밭이나 개활지와 같이 탁 트인 곳에서 저공 비행하며 쥐를 사냥한다. 올해 만경강 신천습지에는 회포대교에서 하리교까지 총 6마리의 쇠부엉이가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 신천습지 주변은 갈대나 물억새 군락이 꽉 들어차지 않아 활동하기 편하고, 쥐와 같은 먹잇감도 풍부해 많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신천습지 국가지정번호판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쇠부엉이, 쥐를 잡아 배불리 먹고 나서 쉴 때 자주 애용하는 자리다.
저공 비행하며 쥐를 찾는 쇠부엉이
갈대가 꽉 들어차지 않아 쇠부엉이가 사냥할 공간이 넓은 신천습지
쇠부엉이의 사냥 실력
매나 독수리처럼 부엉이도 맹금류에 속하기 때문에 시각이 좋은데 청각 또한 시각 못지않게 뛰어나다. 부엉이는 고막의 면적이 넓어 작은 소리를 잘 들으며, 귓구멍의 위치가 다른 새들과 달리 비대칭으로 형성되어있어 바스락거리는 쥐의 움직임 소리를 다른 새들보다 정확하게 포착한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1. 소리를 듣고 2. 위치를 파악한 뒤 3. 눈으로 확인 후 4. 사냥감을 덮치는 것이다. 쇠부엉이 또한 다른 부엉이들처럼 이 네 박자가 잘 갖춰져 뛰어난 사냥 실력을 발휘한다.
부엉이의 귓구멍은 비대칭으로 형성되어 있다
낮에 사냥하는 쇠부엉이
쇠부엉이는 땅에서 번식하고 땅에서 자는 지면 생활에 익숙하고 저공비행에 능해 쥐 사냥에 특화되어있다. 다른 부엉이들과 달리 낮 활동에 익숙한 편인데 이는 쥐 사냥을 쉽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밤이 되면 습기가 차고 서리가 내려 쥐가 움직이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에 해지기 전 사냥에 나서 먹이를 모아놓는 것이다. 눈이나 비가 내릴 땐 쥐보다 신진대사가 빨라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땃쥐류가 주 사냥대상이다.
눈이 올 때도 전봇대 위에 앉아 사냥감을 찾고 있다
눈이 온 뒤 작은땃쥐를 잡아 저장한 쇠부엉이
뒤쥐를 잡아 저장해 놓는 쇠부엉이 땃쥐류는 쥐와 달리 신진대사가 빠르기 때문에 눈이 온 뒤에도 활동성이 높아서 쇠부엉이의 주 사냥대상이 된다.
재테크의 달인, 영리한 쇠부엉이
쇠부엉이는 배가 고픈 경우를 제외하면 먹이를 바로 먹지 않고 저장해두는 습성이 있다. 저장한 먹이는 해가 진 뒤 하나하나 찾아가며 꺼내먹는데, 잡아서 저장해 놓은 위치를 기억해 내는 것을 보면 아주 영리한 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쇠부엉이라고 해서 늘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먹이를 모으지 못해 굶주릴 경우, 다른 쇠부엉이의 영역을 침범해 사냥을 시도하거나 쥐를 훔쳐가는데,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들키면 호되게 당하며 쫓겨난다. 습성이 비슷한 잿빛개구리매도 쇠부엉이가 저장해 놓은 쥐를 빼앗아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처럼 쥐의 저장량에 따라 빈부가 존재하고 쌓아놓은 재산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치열한 과정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생쥐를 잡아 저장하고 있는 쇠부엉이
쇠부엉이가 저장해놓은 생쥐
밤이 되고 생쥐의 위치를 기억해내 포식하고 있는 쇠부엉이
쥐를 훔치려고 영역을 침범한 쇠부엉이를 쫓고 있다
쇠부엉이가 저장해 놓은 쥐를 훔쳐가는 잿빛개구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