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진달래학교에서 그림 동화책 출간

작가 인터뷰

 

지난달 8일 완주에서 아주 특별한 그림 동화책 두 권이 나왔다. 성인문해 과정인 진달래 학교 할머니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칠십고개>와 <살아온 세월 중 가장 행복하지>가 출간되었다. 그중 삼례에 사시는 할머니들이 지은 <칠십고개>는 할머니 다섯 분이 각 한 편씩 써서 모두 다섯 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변두리 기자가 작가 두 분과 인터뷰를 했다. 질문 몇 가지를 준비했지만 아무 필요가 없었다. 기자는 인사만 드리고, 나머지는 할머니들께서 술술 풀어놓으셨다.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본다.

 

“눈 뜨고 봉사로 살아… 죽기 전에 쓸 수 있어서 행복”

 

 

"처음에는 남편하고 같이 다른 곳에서 공부하다가, 소문을 듣고 진달래 학교에 왔어요. 와봤더니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서 저도 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눈 뜨고 봉사로 살았지요. 읽고 쓸 수 없고, 늘 자신이 없고, 누가 뭐 쓰라 할까봐 조마조마하고 창피했어요. 그런데 완주에서 노인네들한테 공부를 가르쳐 주니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밭에 일하다가 오후에 학교에 나갔는데, 선생님들이 겁나게 수고하셨답니다. 한 번도 “아까 일러줬는데 몰라요?”라고 안 했어요. 가르쳐 줄 때 보면은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니까요. 세상에 어느 손자 손녀가 그렇게 일러주겠냐고요.

글하고 그림은 10월부터 몇 번 연습했어요. 이야기로 세상을 읽을 수 있고, 그림 그리고 하니 재미있었어요. 아직 글 모르는 어른들은 지금이라도 배웠으면 좋겠어요."

 

“공부하니까 세상이 밝아졌어요”

 

 

                                                                         

"우리 애들 6남매 다 전주에서 학교 다녔어요. 어떨 때는 차비도 못 줘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애들 다 가르쳐서 키웠어요. 지금은 손자가 열셋이에요. 지금은 할 일도 없고 학교 다니니까 좋지요. 조금만 젊었을 때 글을 배웠더라면 생각해요. 공부 못 한 것이 한이 맺혔어요. 창피하고, 기죽고…. 그런데 지금은 어디를 가도 활기차고, 기분 좋고, 기죽지 않아요.

진달래 학교는 친한 친구가 소개해줬어요. 친구는 중도에 포기했는데, 저는 두 사람 더 인도했지요.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상장을 열대여섯 개 탔습니다. 상장을 타고, 시를 쓰고, 편지를 쓰고, 그림도 많이 그렸어요. 지금은 나보다 부족한 사람에게 위로해 주고 싶어요."

 

변두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