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 당신의 쉴 곳 없네 /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 당신의 편할 곳

없네

‘가시나무’는 하덕규가 가사와 곡을 쓰고 ‘시인과 촌장’ 두 사람이 처음 불렀던 노래다. 많은 가수들이 제각각 다른 해석을 담아 노래했는데, 시인과 촌장의 앨범을 들을 때에는 스산한 바람 소리가 내 속까지 후벼파는 기분이었고, 자우림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호소력 짙은 가창력은 압권이었으며, 조성모의 감성는 클래식하게 아름답고 진지했다. 그러나 무명가수 윤설하가 부를 때처럼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왜 그랬는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 어린 새들도 /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 슬픈 노래를 /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우리 안에는 참 많은 ‘자아’가 있다.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고 싶은 ‘나’도 있고, 다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나’도 있다. 학교에 가야한다는 ‘나’도 있고, 여자 친구랑 땡땡이치고 싶은 ‘나’도 있다. 담배를 끊겠다고 맹세를 하는 ‘나’도 있고, 남들 눈치 보며 사는 내가 불쌍한 ‘나’도 있다. 이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나’다. 우리는 날마다 다역 배우 노릇을 한다. 우리는 내 맘을 모르면서 살고, 내가 누군지 모르면서 산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무명가수의 노래가 더 감동을 주었던 것은 그의 노래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의 ‘자아’와 ‘그림자’가 다투는 날, ‘자존심’과 ‘자존감’이 상극인 날, ‘자의식’과 ‘자기애’가 교차하는 날, 그 노래가 훅 들어와 내 속을 후벼 팠던 것이다. 내가 자존심 내세우며 다른 이에게 상처준 날, 내적 갈등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여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던 날, 열등감과 자만심이 파도처럼 변덕을 부려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 날, 그 가시나무 숲의 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인생 참, 술맛 쓰다.

장진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모든 것을 작파하고 농사와 조경 노동 그리고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