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환갑잔치를 하기로 했다. 잔치는 우리끼리의 여행. 5년을 준비했다. 그러나 우리는 환갑 기념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유행병은 세계적인 것이라서 누구를 탓하기도 어려웠다. 친구 하나는 우리가 ‘죽기 전에 100번 이상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야 한다며 부지런히 전화를 돌려 만남을 재촉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이 죽기 전에 100번을 만난다는 것은 과연 커다란 숙제인 것 같았다. 그 친구가 노래를 보냈다. 위하여! 위하여!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들어라. 잔을 들어라. 위하여! 위하여! 이렇게 시작하는 안치환의 노래다. 제가 가끔 부르는 노래까지 동원하여 친구들의 감정을 충동질해대는 것이다. 노래는 시원하고 구구절절이 공감 100%지만, 늙어가는 자들의 추한 몸부림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실버산업이 최대 유망직종으로 꼽히는 시대고 실버 시장 규모가 수 십 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어깨에 힘 좀 주면 어떠랴 싶기도 하다. 감상에 빠져 안치환처럼 목을 빼고 노래를 한참 불러 본다. 목마른 세상이야 시원한 술 한 잔 그립다. 푸르던 오솔길 자꾸 멀어져 간다. 넥타이를 풀어라 친구야. 앞만 보고 달렸던 숨 가쁘
#1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는 에덴의 원주민이었다. 그곳엔 선악과를 따먹어서는 안 된다는 금기 외에는 아무런 제약도 없는 완전한 땅, 낙원이었다. 하지만 금기의 유혹은 늘 강력한 법. 그들은 결국 유일한 계율을 어기고 거기서 쫓겨난다. 낙원을 잃게 된 것이다. #2 사랑 없는 결혼생활과 권태로운 생활에 지친 린코와 구키는 비 오는 날 미술관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젖어 든다. 남자는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아내와 딸을 두었고 잘나가는 출판사의 편집부장까지 오른 50세의 유능한 직장인이다. 여자는 의사 남편을 두었고 문화센터 서예 강사로 나가며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사는 38세 주부다.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둘의 관계가 탄로 나고 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그들의 사랑은 위독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뒤늦게 찾아온 진짜 사랑이 무엇보다도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신들의 낙원을 찾아 떠나게 된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낙원을 향해 기꺼이 서로의 여행 동반자가 된다. #3 이제 그 눈을 거두어 마지막 세상을 봐 / 다시 깨어난 시린 아침 / 그래, 함께 가는 거야 / 서로의 가슴 안고 /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고 긴
오늘은 그와 이별하기 위해 캠프에 입소하는 날이다. 간단히 준비물을 챙기고 정해진 장소를 향해 출발한다. 자동차 속도가 올라갈수록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느낌이다. 군대 가던 날이 생각날 정도로 떨린다. 이번에는 기필코 그를 떨쳐내 버리고 말아야지, 독하게 돌아서야지, 이렇게 마음먹는데도 한편으론 아쉬움이 파고들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오랜 세월 함께 해온 그를 쉽게 떨쳐낼 수 있을까? 한두 번 실패한 이별도 아니지 않은가. 아, 질긴 인연이여! 스무 살 적, 예쁘고 도도하기로 소문난 여자가 내 절친에게 고백을 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고, 데이트 한번 하자고. 친구가 그 아름다운 여자와 연애할 때쯤 나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나에게 담배는 인사이자 위로이자 공감대였다. 용돈이 달린다고 하더라도 멀리하기엔 담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담배는 헤어나기 힘든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입술을 나누면서 온갖 세월을 함께 했다. 깨어 있는 동안 가장 가까운 동반자였고 나를 위로해 준 친구였다. 그렇게 담배를 만난 지 40년이 지났다. 담배는 아픈 사
영수 씨는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탄다.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직장에 가면 동료들이 있고 형제들도 건재하며 전화만 하면 만나서 놀 수 있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외롭다고 느낀다. 아무리 외로움이 인간의 숙명이라지만 요즘의 외로움은 좀 심한 것 같다. 그 까닭을 곰곰이 생각하던 영수 씨가 옛날에 술 마시고 혼자 부르던 노래 하나를 유튜브에서 찾아본다. 순대 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한다 / 우리는 늘 하나라고 건배를 하면서도 /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 생각으로 / 나는 술잔에 떠 있는 / 한 개 섬이다 / 술 취해 돌아오는 / 내 그림자 / 그대 또한 한 개 섬이다 (신배승 시 / 장사익 노래)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불안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와 정서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산다. 혼자 살기 편해진 현대에도 사람들은 외롭다. 라디오를 듣고 TV 보는 것을 넘어 누군가를 찾아 SNS를 뒤진다. 그렇다고 우리의 외로움이 늘 외부를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벅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혼자 있고 싶어 하기도 한다. 혼자
성호 씨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간이 좋지 않아 오래 고생하시더니 덜컥 가셨다. 아빠를 좋아했던 성호 씨의 아내가 영정 사진을 쓸며 많이 울었다. 그러던 참에 전인권 가수의 조화가 들어왔다. 영정 앞에 서 있던 아내가 그걸 보고 ‘풉~~’, 울다가 웃었다. 전인권 노래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머리 모양까지 따라 하는 남편이 철없어 보였는데 이렇게 웃음을 주는구나. 성호 씨도 웃었다. 참 고마운 형님이다. 아내의 슬픔을 덜어준 것 같아 성호 씨는 기분이 좋았다. 장인어른도 돌고 돌아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니까 슬프지만은 않다. 해가 뜨고 해가 지면 /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 꽃이 피고 / 새가 날고 / 움직이고 / 바빠지고 / 걷는 사람 뛰는 사람 /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성호 씨는 어릴 때부터 비트가 강한 노래를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들국화’라는 밴드에 매료되었다.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들어 놀면서 ‘들국화’를 흉내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몸치장도 ‘들국화’를 따라 했다. 성호 씨는 지금도 머리가 길다. 성호 씨가 전인권 가수를 처음 만난 것은 팬클럽 모임에
장진규의 <노래로 보는 세상> ‘청자 피우는 남자에게는 선도 보지 말고 시집가라.’ 흡연 자체가 질병으로까지 취급되는 요즘 시대에는 참 어처구니없는 말이겠지만 ‘청자’ 담배가 처음 나왔을 때 그 인기가 어땠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표현이다. 워낙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담배 파는 가게에 ‘금일분 청자 매진’이라는 문구는 당연한 일이었고, 보급소에서 담배가 풀리는 날에는 다방에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방에서 담배를 팔았다는 사실도 흥미롭겠지만 말이다. 한편, 김추자의 등장은 트로트 일변도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음악 스타일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 화장법, 몸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생소한 것이어서 대중들의 입에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논란거리였다고 한다. 더구나 그 당시 다른 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빳빳한 자존심 또한 무수한 가십거리가 되었고 여러 사건 사고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 당시 김추자가 워낙 인기가 높아 생긴 일들이다. ‘청자’ 담배와 가수 김추자는 똑같이 1969년에 등장했다. 청자는 한국 최초의 고급 담배라는 타이들을 달고 출시됐고, 김추자는 한국에서 이전에 본 적 없
송 여사가 베란다에 놓인 화분들에 물을 주고 잎을 닦는다. 송 여사 얼굴이 꽃처럼 피어난다. 송 여사가 꽃잎을 쓰다듬는다. 손주들 어깨 쓰다듬듯이. 젊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꽃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예뻐 보인다. 산에 들에 핀 꽃을 보다가 너무 예뻐서 울컥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전에는 시내에 나가 쇼핑하는 것이 좋더니 이제는 한적한 곳에 가서 꽃구경하는 것이 더 좋다. 송 여사 나이 80대 중반.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참 숨찬 세월이었는데, 이젠 잔잔하다. 봄 산에 피는 꽃이 그리도 그리도 고울 줄이야 /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정말로 몰랐네 송 여사는 오빠들만 있는 시골에서 막내 고명딸로 태어나 세상 물정 모르고 살다가 도시로 시집을 왔다. 시아버지는 무뚝뚝했고 시어머니는 무서웠다. 남편은 시동생들까지 층층이 딸린 대가족의 가장으로서 늘 엄격했다. 귀여움만 받고 자라던 친정과의 문화 차이가 송 여사를 숨 막히게 했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거려니,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시동생들이 결혼하여 떠나는 만큼 자식들이 태어나서 집안일만으로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줄줄이 딸만 넷을 낳으니 아들 못 낳는 며느리, 시어머니 앞
용규 씨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5년째다. 아직 50대 나이에 혼자가 된 용규 씨는 얼굴이 좀 어두워졌을 뿐 별로 달라진 것 없이 살아왔다. 20대인 두 딸은 이제 아빠가 새 여자친구를 만나도 된다고 했다. 주위 사람들도 좋은 사람을 만나서 새 출발 하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용규 씨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한사코 여자를 쳐다보지 않으려 애썼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러던 용규 씨가 친구를 통해 그녀를 수소문한 것은 지난봄부터다. 친구와 같은 업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근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막상 연락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놓은 것도 없으면서 그녀 소식이 궁금했다. 친구와 만나 대포 한 잔씩 나눌 때마다 졸라댄 끝에 전화번호를 받았다. 뭐라고 말하지? 그녀도 결혼해서 아이와 남편이 있겠지? 나를 기억하기나 할까? 내가 혼자가 되었다고 하면 그녀의 반응은 어떨까? 장맛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참 조심스럽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우리 한번 만나도 괜찮을까요?’
박 이사가 자신의 방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레코드판 하나를 발견한다. 아마 정품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친구네 집에서 빌려와 놓고선 돌려주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박 이사가 빙그레 웃음 짓는다.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의 첫 음반, “사랑스런 나의 아들아 네가 태어나던 그날 밤 우린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코드 진행이 간단해서 쉽게 따라 부르고 흥얼거렸던 노래, 그러나 정작 그 가수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노래, 어렸을 적 박 이사가 라디오를 들으며 막연하게나마 필리핀을 동경하기도 했던 노래, ‘아낙(Anak)’이다. ‘아낙(Anak)’은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자식(아들)’이라는 뜻이란다. 이 노래는 아들이 태어나서 매우 기뻤던 기억부터 자식이 성장하여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품을 떠난 뒤의 걱정까지 담고 있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노래인데, 가수 자신이 법조인을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 가수의 꿈을 안고 가출했던 경험을 담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속을 썩이지 않은 아들이 세상 어디 있을까? 박 이사도 아버지를 떠올린다. 한때는 지상 최대의 적이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히 불쌍한 남자로 기억되는 존재. 앗! 박 이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 (중략) /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쉬우면서도 공감력이 뛰어난 시다. 가난 때문에 외로움도 그리움도 사랑도 다 포기해야 하는 시 속의 주인공. 가난 때문에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마른 입술들이 오버랩된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 UMC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듣게 되었다. 리듬은 흥겨운데 내용은 참 안타깝다. 가사가 긴 랩이라서 내용을 요약해야겠다. 우선 첫 부분에서는 남자가 자신의 평소 행동을 되돌아보는 가사가 나온다. 여친 만나서 무심한 척, 남자다운 척하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 봐도 ‘정말 지겨울 것 같’다고 반성한다.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을 보면, 여기서 일하면서 보니까 말이야 / 샴페인 안에 반지를 넣어준다거나 / 아니면
김 사장은 조용히 6호 닭 한 마리를 꺼낸다. 오늘은 카레 치킨이다. 150도로 예열된 기름에 넣고 중불로 15분. 침착하게 여유 있게, 시간을 최대한 소비해야 한다. 180도 기름에 센 불로 잠깐. 기름을 뺀 뒤 카레 가루를 뿌린다. 오늘 처음 튀긴 닭. 생맥주도 한 잔 따른다. 오래 돼서 그런지 호프 향이 삭았다. 맛이 별로다. 한숨이 나온다. 김 사장이 닭을 튀겨서 생맥주를 혼자 마시는 것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아니다. 그건 핑계다. 실은, 오지 않는 손님을 마냥 기다리는 자신이 불쌍해서 그러는 것뿐이다. 외롭다. 이 작은 소읍에 치킨집이 너무 많다 싶었어도 김 사장은 자신 있었다. 배달도 제법 있었고, 무엇보다도 단골 주객들이 테이블과 영업시간을 채워 주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유명 메이커 치킨집이 들어오고부터는 배달 주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주객들의 발길도 끊어졌다. 전단지도 돌리고 스티커도 붙이고 다녀봤지만 떠나간 첫사랑처럼 손님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치킨집 사장이 치킨 튀기는 법을 잊어버려서야 되나. 그래도 외롭다 젠장. 그대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 공연히 오지 않는 전
그해 겨울은 따뜻했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탐닉했고 우리는 서로가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오직 그녀의 숨소리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살았다. 그땐 그랬다. 그러나 그쪽 집에서는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딸이 직장도 없는 가난한 놈과 붙어 다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만나면서도 선을 보아야 했다. 새봄이 되면서 추위가 몰려왔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 집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녀 얼굴 한 번 보기를 소망했다. 꿈일 뿐이었다. 나는 좌절했다. 겨우 취직을 해서 적응하기에 바빠야 할 신참은 날마다 술 냄새를 풍기며 출근했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 눈물 나누나 (류근 시, 김광석 곡) 하필 농약집 딸이었던 그녀는 가끔 이상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했었다. 그냥 얼굴을 보면 안다고 했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에게서 농약을 사고 싶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수소문하여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녀는 서울로 시집을 갔다고, 이제 그만 마음을 추스르라고. 아버지는 어서 출근이나 하라고 내 구두를 닦아 주면서 세월이 약이라고 중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