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천년 고찰, 소양면 원등사

원등사 약사전

 

 

멀리 보이는 등불을 보고 지은 절

완주군 소양면에는 송광사, 위봉사와 같은 잘 알려진 절이 있다. 그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가볼 만한 절이 또 있다. 원등사(遠燈寺)이다. 원등사(遠燈寺)는 신라 문성왕 2년(840) 고승 보조선사(普照禪師) 체징(體澄)이 세운 천년 고찰이다. 그 후 임진왜란를 거치면서 폐허가 되었다가 진묵대사(1563~1633)에 의해 중창되었다. 중창 당시 일화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진묵대사가 변산에 있는 월명암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멀리서 등불이 보여 백 리 길을 찾아왔다. 불빛은 원등사 터에 남아 있던 석등에서 나오는 불빛이었다. 진묵대사는 이곳이 성지임을 알고 절을 중창하고 이름을 원등사(遠燈寺)라고 했다. 멀리(遠) 비추는 등불(燈)을 보고 절터를 찾아 지은 절(寺)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등사는 한국전쟁 때 다시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1985년부터 수련보살에 의해 재건되었다.

숨어 있는 천년 고찰

원등사는 천년 고찰이면서도 송광사나 위봉사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은 절이 청량산(715m, 원등산이라고도 부름) 정상 바로 아래에 있어 접근하기 어려워 그런가 보다. 원등사(遠燈寺)는 소양면 소재지를 빠져나와 전북체육고등학교와 마을을 차례로 지나 오른쪽에 있는 청량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평지 길이 끝나고 산길로 접어드는 입구에 절에서 설치한 차단기가 있는데, 이곳부터 2km 정도를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길은 시작부터 경사가 있다. 다행인 것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라서 긴장을 풀고 편하게 걸어도 좋겠다. 활엽수들은 잎이 다 진 상태였지만, 숲이 참 잘 가꾸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힘겨운 경사로가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대신해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한참을 걸어 원등사 입구에 섰다. 산 높은 곳에 있는 절이라서 그런지 보통 절에 가면 볼 수 있는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보이지 않는다. 경사로를 따라 절 안으로들어가도록 설계했다. 맨 아래쪽에 요사채가 있고, 교육회관, 조사당, 석굴 법당인 약사전, 명부전, 나한전, 대웅보전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석굴에 마련된 약사전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곳은 약사전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굴 법당이다. 석굴을 이용해서 만든 법당이다. 약사전 위쪽으로는 명부전이 그 위에는 나한전이 나란히 있다. 대웅보전 앞은 절벽인데 데크시설로 전망대를 만들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산 그리메와 주변 풍경이 일품이다. 주변 풍경을 보면서 힘들게 올라온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이라서 부담이 덜했다. 숲길과는 달리 포장도로이기 때문에 더 편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새가 나무를 찍는 소리가 들린다. 쇠딱따구리가 열심히 나무를 쫏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딱따구리이다. 내려가면서 봄이 오면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봄빛으로 물든 청량산 계곡도 궁금하고 약사전 앞에 가지를 멋지게 늘어트리고 있는 나무 모습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김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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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등사 약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