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었네”

동상면 마을 시집 출판기념회 열려

동상면 가는 길은 여간 먼길이 아니다. 고산에서 출발하면 대아 저수지를 끼고 약 30~40분가량을 달려서 동상면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우리나라 8대 오지 마을 중의 한 곳이다. 그런데 이 동상면에서 큰 잔치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라이브도 할 겸 찾아간 곳은 학동마을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였다.

 

지난 4월 14일에 동상면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채록하여 시집을 만들었고 그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5살 어린이에서부터 101세 할머니까지 마을 주민 500여 명을 만났고 150명의 이야기를 구술하여 100여 건을 채록하였고 113편이 시가 되어 탄생하였다고 박병윤 면장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면장님이 시인이시니 이런 일을 발 벗고 나서서 동상면민들에게는 큰 자긍심과 자랑거리를 심어 주신 것이라는 느낌이다.

 

일제 강점기, 6.25를 거치면서 피난살이, 빨치산 이야기는 가슴 떨리는 역사였고 어르신들의 삶이 고스란히 시에 녹아들어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하였다.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방송국에서 촬영도 와서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책에 나오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논두렁 썰매장

 

우리 어렸을 적만 혀도

봇도랑에 논두령에

썰매 타느라고 해 가는 줄을 몰랐지

 

아 그런디 이놈의 날씨가

겨울에도 따숩고

또 어떤 때는 추워지고

 

날씨하고 여자마음은

알 수가 없당게

 

이번에도 밤티마을 논두렁 썰매장을

개장해야 하는디

고놈의 코코나가 염병을 떨어서 우짜쓸까요

 

 

출판기념회

 

시집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밤티마을 사시는 이기성 어르신의 작품이다. 동상면은 겨울이면 눈썰매장을 개장하였는데 최근에 날씨 변화와 코로나19 역병으로 열지 못하게 된 이야기가 시가 되었다. 이제 기후위기는 개인의 삶과 지구의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 기후위기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농가이기에 이런 시가 탄생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책 표지도 홍시감 같은 색깔이고 홍시감을 먹다가 톡톡 뱉어낸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되어 ‘동상이몽’으로 꿈을 이루어 가는 마을이야기가 되었다. 생활밀착형 문화도시를 꿈꾸는 완주군이 전국최초 마을단위의 시집을 내고 시를 주제로 한 둘레길도 마을에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니 동상면이 활기차게 변해가는 것을 느끼는 하루였다.

 

장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