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마을이야기]고산 안남마을 느티나무 보호수 이야기

나무와 마을 이야기

(사진=김왕중)

 

평소 고산에서 대아저수지, 대아수목원, 밤샘 등을 다니면서 자주 만나는 나무가 있습니다. 길가에 늘어서 있어 마치 가로수같이 느껴지는 나무인데 본래 가로수로 심은 나무는 아니었습니다. 나무를 따라 도로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가로수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잘 가꾸어 놓은 가로수 길을 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구간입니다. 고산면 소향리에 있는 안남마을 느티나무 보호수 군락입니다. 안남마을은 만경강이 흐르는 마을 앞쪽은 트여 있지만 마을 뒤쪽은 산이 감싸고 있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에 마을이 들어섰습니다. 강 건너편 제방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강물이 마을 앞을 지나 활처럼 휘어서 돌아 흐르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그 곡선을 따라 느티나무 군락이 줄지어 있습니다.

 

느티나무 수령은 200년이 되었고, 나무 둘레는 어른들 두 사람이 마주 잡을 정도입니다. 보호수 안내판에 소개해 놓은 글을 보면 안남마을 느티나무 군락은 깊고 깊은 대아골 물들이 모였던 곳에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나무를 심었답니다. 여기서 풍년을 기원했다는 의미는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마을 앞으로 물이 돌아서 흐르는 지형이기 때문에 제방이 무너지면 농지를 휩쓸고 가기 때문에 제방을 튼튼하게 해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느티나무를 제방을 따라 심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런 특징은 고산면 세심정 앞에서도 보이고, 봉동읍 상장기공원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두 곳 역시 만경강 물길이 돌아 흐르는 위치에 느티나무를 줄지어 심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타지역 사례로는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官防堤林)이 있습니다.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제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줄지어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수령이 200~300년 된 것을 보면 조선시대 홍수 예방책으로 썼던 방식입니다.

 

안남마을은 세월이 흐르면서 옛 모습을 많이 잃었습니다. 아마 예전에는 주로 돌담을 쌓았을 텐데 잘 보이질 않습니다. 어느 골목에 겨우 무너져버리다 남은 돌담 일부가 옛이야기를 귀띔해 줄 뿐입니다. 완주 고산면은 특히 산수가 수려해서 외지인들의 귀촌지로 인기가 있는데요. 안남마을도 예외가 아닙니다. 마을 곳곳에 현대식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주변에 있는 빈 공간은 놀리지 않고 논과 밭으로 활용합니다. 대부분 농지에는 마늘과 양파를 심어 푸르름으로 가득했습니다.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마을 옆으로 만경강이 흐르고 있어 수로를 통해 그 물을 받아 농사에 이용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안남마을은 만경강을 경계하기 위해 느티나무를 심었지만 내심 만경강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마을입니다. 느티나무가 운치 있는 안남마을로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