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완주] 만경강 따라 가는 벚꽃길 30리

만경강 완주_봉동~삼례 구간

봄이 찾아오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은 기지개 켠다. 잠시 멈추어 있던 일들도 하나씩 챙기기 시작한다. 그러다 벚꽃이 필 즈음에는 마음이 바빠진다. 가도 싶은 곳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일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빠트리지 말아야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완주가 자랑하는 벚꽃길 걷기이다.

 

완주에서 유명한 벚꽃길이라면 송광사, 구이저수지를 들 수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그곳을 찾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벚꽃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있다! 만경강을 따라 피어있는 벚꽃을 보면서 걷는 길이 있다. 완주군 봉동읍 상장기공원에서 시작해서 삼례읍 비비정까지 가는 만경강 자전거길 구간이 좋겠다. 30리 벚꽃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걷기 시작점을 봉동 상장기공원으로 정했다. 만경강 물길을 따라 걷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상장기공원에서 봉동교를 향해 출발했다. 봉동교까지 가는 제방 길은 차가 없는 도로이다. 한쪽은 느티나무, 다른 한쪽은 벚나무 가로수로 되어 있어 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벚꽃의 화사함에 느티나무는 싱그러움으로 응대한다. 강 둔치에 서 있는 버드나무도 물이 올라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강 건너에 보이는 벚꽃 행렬도 아름답다. 뒤쪽 산에는 산벚꽃이 점점이 떠 있어 봄의 생기가 느껴지는 풍경이다. 자꾸만 눈길이 가는 풍경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지 않은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같이 보고 또 보게 된다.

 

 

만경강을 걸으면 자연스럽게 생태 공부도 된다.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어 만경강은 훌륭한 학습장이다. 이른 봄부터 들꽃들이 넘실댄다. 파란 하늘빛을 닮은 봄까치꽃, 이름이 예쁜 꽃다지꽃, 올망졸망 섬세하게 장식한 화관을 쓴 냉이꽃, 노란 그리고 하얀 민들레꽃, 광대의 복장을 빼닮은 광대나물꽃, 이름도 귀여운 애기똥풀꽃도 한창이다. 강 둔치를 덮고 있는 조팝나무꽃 군락과 건너편 풍경의 조화도 괜찮아 보인다.

 

 

봉동교 입구부터는 제방 도로에서 내려와 자전거 길을 이용했다. 봉동교부터 삼례 하리교까지 이어지는 제방 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아 걷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길을 걷다가 한 번씩 제방 도로를 올려다본다.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는 벚꽃 행렬이 보기 좋다. 회포대교를 지나 하리교까지 가는 신천습지 구간을 지났다. 겨울철 철새들이 찾아와 활기찼던 신천습지가 조용하다. 그런 이유로 자연히 한 번씩 제방 도로 쪽을 바라본다. 걸으며 특별히 꾸밈이 없는 벚꽃 풍경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리교를 지나면서 다시 제방 도로로 올라왔다. 삼례대교 직전까지 이어지는 도로인데 삼례대교 앞에서 도로가 막혀 있어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다. 가끔씩 차가 한 대씩 지나기도 하지만 벚꽃 터널길을 걷기에 불편하지 않다. 오늘 걷는 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길 구간이다. 가능한 벚꽃 터널길을 천천히 여유롭게 걸으며 벚꽃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만끽해 본다. 겨우내 헛헛해진 마음을 봄기운으로 가득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삼례대교를 지나자 삼례철교가 나온다. 그 끝에 비비정이 걸려 있다. 비비정은 오늘 걷기의 종점이다. 만경강 벚꽃길을 걸으며 봄기운을 흠뻑 받아 마냥 행복했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