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완주] 강 따라 쓰레기를 주우며 마음을 씻어요

만경강힐링도보테라피 4구간

고산 와일드푸드축제 주차장~봉동 상장기공원

완주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만경강사랑지킴이’ 월례 활동으로 만경강 힐링도보테라피 제4구간 걷기 행사가 있었다. 1구간, 2구간 걷기에 이어 지난 4월에는 5구간인 봉동 상장기공원에서 삼례 비비정까지 벚꽃길을 걸었었다. 만경강 힐링도보테라피는 동상면 사봉리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에서 시작해서 김제 진봉면에 있는 망해사까지 8개 구간으로 되어 있다. 올해 8개 구간 완주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이 네 번째다.

 

 

만경강 힐링도보테라피는 1구간부터 순서대로 걸을 필요는 없다. 구간별 특성을 살려 걷는 것이 오히려 좋다. 5구간은 벚꽃이 피는 시기가 좋고, 이번 걷기 행사가 진행된 4구간은 금계국꽃이 피는 지금이 걷기 적당하다. 제4구간 걷기 컨셉은 플로깅이었다. 플로깅(plogging)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 사실 만경강사랑지킴이는 조깅보다는 걷기를 좋아하는 팀이니까 천천히 걸으면서 만경강 모니터링도 하면서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플로깅’으로 진행된 걷기 행사

 

걷기 행사는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 있는 와일드푸드축제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야영하는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서 그런지 좀처럼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주차장에서만 대형 쓰레기봉투 하나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고산 세심정 방향으로 가는 제방길을 따라 움직였다. 마침 제방에는 금계국 꽃이 피기 시작해서 눈이 즐겁다. 걷는 발걸음 또한 가볍다. 금계국 꽃길은 고산 오성교까지 이어졌다. 오성교를 건너 잠시 휴식을 하면서 강가에 있는 느티나무 보호수를 함께 관찰했다. 이 느티나무는 만경강사랑지킴이가 올해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나무가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 사진전’ 고산 대표 보호수 중의 하나이다. 사진 이야기도 나누고, 피로도 해소할 겸 퍼포먼스도 했다. 사진이 잘 나오면 프로젝트 사진전에 출품할 수도 있겠다.

 

 

징검다리 건너에 사는 수리부엉이

 

고산 오성교에서 남봉교 방향으로 가는 제방길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가로수가 잘 우거져 예쁜 터널을 이루었다. 벌써 녹음이 짙어져 여름 분위기가 느껴진다. 독촉골교를 지나면 멀리 남봉교가 보인다. 작년 홍수로 떠내려갔던 남봉교 앞 징검다리가 깔끔하게 보수되었다. 이런 멋진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줄지어 징검다리를 건넜다.

 

한 걸음 한 걸음 돌을 디딜 때마다 잊고 있었던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운치 있는 다리다. 징검다리를 건너 이곳부터는 반대편 제방을 따라 걸었다. 강 안쪽에는 노란 꽃창포가 곳곳에 보인다. 어디선가 흘러와 이곳에 자리 잡아 번식하고 있다. 백로, 왜가리, 민물가마우지가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어우보를 지나면 신기교가 나온다. 신기교를 건너 다시 반대편 제방을 걸었다. 앞대산 앞을 지날 때 잠시 멈추어 서서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수리부엉이 서식지를 바라보았다. 물론 육안으로는 보일 리 없다. 서식지를 보면서 수리부엉이를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최근 앞대산 바로 아래로 자전거 데크길을 계획했었는데 수리부엉이 서식지라는 것을 알려서 취소되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앞대산 바로 옆으로 징검다리가 새로 놓였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편 제방을 걸었다. 가면서 손톱 물들이기 체험도 했다. 아카시나무 새순이 갈색을 띠면 줄기를 이용해서 손톱에 물을 들일 수 있다. 이 구간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아름답다의 다른 말이다. 모두가 처음 걸어본 구간이었는데 오늘 걸은 구간 중에서 최고로 평가되었다. 잘 활용할 가치가 있는 구간이었다. 버찌 맛도 좋았다. 숲길 너머로 봉동 상장기공원 앞에 놓인 용봉교가 보인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