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둔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

대둔산 둘레길

완주군이 자랑하는 대둔산 산행은 단풍이 붉게 물드는 계절에 절정을 이룬다.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단풍이 물든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느껴보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철 대둔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대둔산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대둔산 둘레길은 대둔산의 아름다움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걷는 길인데, 총거리가 3.4km로 부담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둔산 둘레길 걷기를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아래에 있는 대둔산 산악정보센터 건물 앞에서 시작했다. 방향을 정하는데 건물 앞쪽에 세워놓은 안내도가 도움이 되었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것이 포인트 찾기가 수월해 보였다. 둘레길로 접어들면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숲 사이로 넓은 길이 나 있어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숲길을 지나 계곡물소리가 들릴 즈음에 쉼터가 나온다. 초가지붕을 얹은 쉼터가 정겨워 보였다. 쉼터 아래로 계곡물소리가 숲속의 정적을 뚫고 청아하게 들린다. 시작점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취수정이다.  

 

 

정자를 지나면 좁은 숲길로 바뀐다.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운치 있는 길이다. 길가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도 있다. 가을의 정취를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다. 길 위에는 붉게 물든 감나무 잎이 떨어져 쌓였다. 빛을 받은 감나무 잎이 영롱하게 빛나는데 밟고 지나가기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발걸음이다. 얼마 가지 않아 숲길을 빠져 나왔다. 마을로 접어드는 구간이다. 뒤를 돌아 대둔산 방향을 보니 숲으로 가려졌던 산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대둔산 풍경이다. 마을로 내려서기 직전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묘지 옆에 우뚝 서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는 부부송(夫婦松)으로 보인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가던 길을 멈추고 소나무 곁으로 다가가 보았다. 두 소나무 중에서 큰 소나무에는 다른 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소나무를 지나면 석독골이다.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구간이라서 여름 물놀이 장소로 좋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펜션도 있고,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도 보인다. 이끼 낀 인적이 끊긴 조용한 계곡에서는 연신 물소리만 이어진다. 드문드문 있는 집들을 지나면 큰 도로를 만난다. 노론이 삼거리이다. 도로를 건너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물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들판을 걷는 기분으로 걸었다. 다음 포인트는 솔모롱이계곡이라고도 부르는 대둔산 펜션 단지이다. 각 포인트에는 이정표와 함께 지도가 함께 있어 길을 찾아가기 쉽게 되어 있다. 펜션 단지 주변으로 계곡이 지나고 있어 여름 휴양지로 제격이겠다.

 

대둔산 펜션 단지부터는 잘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왼쪽에는 집들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흐른다. 대둔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중간에 슈베르트 디아테라는 이름의 카페도 있다. 둘레길 구간 중간에 있는 유일한 카페이다. 카페를 지나면서 대둔산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여기부터는 계속 대둔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다 보여주지 않는다. 계곡 사이로 가장 자신 있는 부분만 살짝 보여주었다. 둘레길을 걷는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먼발치에서 대둔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살짝살짝 보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

 

길가에는 이팝나무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이팝나무길이라 부르는 구간이다. 이팝나무꽃이 하얗게 피는 계절에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완주군에서 동상면과 운주면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감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둔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감나무 풍경도 보기 좋다. 대둔산 둘레길을 은하수길이라고 부른다. 쉼터 옆에 은하수길 이름이 들어간 상징물을 설치해 놓았다. 어두운 밤에 이 길을 걷는다면 은하수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인데, 언젠가 밤에 다시 찾아와 은하수를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쉼터에서 보면 개척탑이 있는 마천대를 중심으로 좌우 측에 있는 봉우리들이 대부분 보인다. 대둔산 둘레길을 걷는 동안 반복해서 보는 풍경이지만 조금씩 다른 각도에서 보기 때문에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보고 또 보게 되나 보다. 기동마을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대둔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둘레길 구간 중에서 유일하게 오르막 구간이다. 오르막이라서 힘은 들지만 풍경은 최고다. 대둔산과 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그림이 되었다.

 

 

마을을 지나면 다시 큰 도로가 나오고, 도로 건너편이 둘레길 종점인 대둔산 주차장이다. 대둔산 둘레길은 거리가 멀지 않으면서, 숲길과 마을길을 함께 걷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걷는 동안에 여러 각도로 바라보는 대둔산 풍경이 아름다운 둘레길이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