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완주 숲길을 걷다

소양문화생태숲

곳곳에서 꽃 소식이 전해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마을을 설레게 한다. 어딘가로 떠나도 좋을 분위기이다. 요즘은 아무래도 비대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곳이 소양면에 있는 소양문화생태숲이다. 조용히 산책을 하면서 오롯이 봄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제방 위에 심어진 오성제 소나무

소양면 소재지에서 송광사를 지나 위봉산성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성한옥마을이 나온다. 소양문화생태숲은 오성한옥마을 오성제 주변에 조성되었다. 종남산(608.3m)에서 흘러내려온 산자락의 자연스러움과 인공 조림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숲이다. 오성한옥마을 이름은 오성제 주변의 오도재(五道峙) 마을과 위봉산성 아래 계곡을 따라 들어선 외성리(外城里)마을이 합해지면서 마을 이름 한자씩을 따서 지었다. 마을 입구에 보이는 마을이 옛 외성마을이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오성제가 나오는데 오성제 주변 마을이 옛 오도재마을이다.

소양문화생태숲 걷기는 오성제 제방 입구에서 시작된다. 제방에 들어서면 소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저수지 제방과 나무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나무뿌리를 통해 저수지 물이 빠져나갈 위험성이 있어 저수지 제방에 나무를 심는 것은 피하고 있다. 이 소나무도 그런 이유로 뽑힐 수도 있었는데 BTS(방탄소년단)가 다녀가면서 이제는 보호를 받는 나무가 되었다. BTS 성지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제방 위에서 보면 저수지 주변 옛 오도재마을 풍경과 저수지 아래쪽에 있는 옛 외성마을 풍경이 잘 보인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한옥문화센터와 예쁜 카페들이 어우러져 예쁜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옛 외성마을 쪽은 숲이 감싸고 있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외성마을을 지나온 계곡 옆에는 노란 산수유꽃이 환하게 피어 있고, 오성제 제방은 광대나물꽃으로 화사하게 물들였다.

 

 

소양문화생태숲

오성제 제방이 끝나는 곳에서 소양문화생태숲 산책로가 시작된다. 입구에 있는 소양문화생태숲 안내도를 참고해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산책로는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한옥문화센터로 이어진다. 저수지 옆길을 이용하면 1km가 채 되지 않지만, 2km, 3km 코스를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1시간 정도를 염두에 두고 왼쪽 숲길을 지나 임도를 따라 한옥문화센터까지 갔다가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숲길로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진다. 숲에는 살짝 비가 내린 뒤라서 촉촉함이 느껴진다. 이런 날은 건조한 때보다 숲 내음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산책로 위에 매트가 깔려 있어 발걸음이 편안하다. 걸으며 마주치는 다양한 나무들이 예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속에는 숯가마 터도 있다. 이곳에 살았던 옛 선조들이 석축을 쌓거나 가마를 만들어서 참나무를 베어 숯을 굽던 장소이다. 숲이 우거진 지역이라서 이런 일을 업으로 하면서 살 수 있었나 보다. 숯가마 터 옆에는 쉼터도 준비되어 있다. 생태 교육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고, 야외 카페로 이용해도 좋겠다. 환경이 좋은 이런 숲에서는 굳이 바쁘게 걷는 것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게 쉴 곳이 보이면 잠시 머무르면서 느긋하게 쉬었다 가는 것도 숲을 잘 활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와서 이런 곳에 앉아서 마시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숯가마 터를 지나자 숲에서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개암나무꽃도 있고, 생강나무꽃도 보인다. 이른 봄에 볼 수 있는 꽃들이다. 개암나무꽃은 암꽃과 수꽃이 분리되어 있는데 아주 작은 별 모양의 붉은색 꽃이 암꽃이고, 길게 늘어진 꽃이 수꽃이다. 알싸한 생강 향기를 담은 생강나무꽃은 비슷한 시기에 피는 산수유꽃과 닮았다. 이 시기에 마을이나 들판에서 만나는 꽃은 산수유꽃이고, 산에서 보이는 꽃은 생강나무꽃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소양문화생태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데 이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잎이 진 상태에서는 더 구분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럴 때는 길가에 세워놓은 식물 이름표를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러보는 것도 좋겠다.

 

 

 

어느 구간에는 자작나무 숲도 보인다. 나무줄기의 하얀 껍질이 인상적인 나무이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사는 나무라서 강원도쯤 가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주에서 자작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면 조릿대가 우거져 있는 구간을 지난다. 소양문화생태숲에서는 숲의 천이과정 중 극상림에서 나타나는 조릿대와 서어나무와 같은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그만큼 오래된 좋은 숲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숲은 열심히 꽃도 피우고 살짝 잎을 틔우고 있지만 색깔로 보면 아직은 겨울 색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조릿대의 푸르름이 신선한 느낌을 전해준다.

숲길은 위쪽에 있는 임도와 닿아 있다. 숲길 산책로는 숲을 가까이서 보면서 걷는 길이라면 임도는 숲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책로에서는 나무를 관찰하면서 걸었다면, 임도를 걸으면서는 숲을 조망해 보면 좋겠다. 임도에서 중간중간 오성제 방향으로 내려가는 산책로가 있어 코스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임도와 숲길 산책로를 오가며 걸어도 괜찮겠다. 임도 옆에는 마치 하얗게 꽃이 핀 것같이 하고 있는 덩굴이 보이는데 사위질빵 꽃이 아니라 씨앗이다. 아마도 봄바람을 타고 씨를 퍼트리기 위해 겨우내 추위를 견디면서 봄을 기다렸나 보다. 길 옆 물웅덩이에는 개구리 알도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꼼짝도 않고 있지만 안에서는 생명이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생명의 신비로움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머지않아 살랑살랑 꼬리치는 올챙이들을 볼 수 있겠다.

 

 

 

 

 

한옥문화센터

임도를 따라 걸으면 한옥문화센터로 이어진다. 센터 주변에는 다양한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되어 있다. 쉼터도 있고, 작은 숲속도서관도 있다. 오성제 주변에 있는 작은 생태 정원에서는 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한옥문화센터 한옥 건물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시간을 내어 체험을 즐겨보아도 좋겠다. 다원에서 다도체험도 가능하고, 한복체험, 한옥 관련 진로체험, 대통밥체험, 한옥 스테이 등이 가능하다. 한옥문화센터로 들어오는 돌다리를 보면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오성 한글 다리’인데 국내 5곳에서 생산되는 돌을 사용해서 한글의 조형미를 더해 아름답게 디자인한 다리이다. 오성마을 경관에 맞게 자음과 모음을 배열해 놓았는데 무슨 글귀를 표현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이다. 소양문화생태숲을 돌아보고 오성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향했다. 이 구간은 숲길을 걸으면서 저수지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마침 오리 한 무리가 물 위에서 노니는 모습도 보인다. 여유로운 풍경이다.

 

 

소양문화생태숲 산책로를 빠져나와 다시 오성제 제방 위에 섰다. 소양문화생태숲은 숲길과 임도 그리고 오성제까지 있어 변화를 주면서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페, 식당으로 많이 알려진 오성한옥마을에 가게 된다면 소양문화생태숲 산책로를 함께 돌아보아도 좋겠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