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불교기행] 호남 범패의 맥을 잇는 용진 봉서사의 ‘영산작법’

지난 호 칼럼(“용진 봉서사에 깃든 진묵대사와 중태기 이야기”)에서 소개한 용진 봉서사에서 전승되고 있는 전통 무형유산으로 영산작법(靈山作法)이 있다.

 

영산작법이란 불교에서 행해지는 복합적 종교의식으로, 49재나 점안식(불상에 눈을 그리는 의식)을 할 때 베푸는 영산재(靈山齋)와 작법(作法)을 아울러 통칭하는 표현이다.

 

영산재란, 석가모니가 인도의 영축산에서 제자들을 모아놓고 법화경(法華經: 불경의 일종)을 설법한 일인 영산회상(靈山會相)을 기리고 재현하는 의식이다. 영산재를 시연할 때는 스님들이 부처를 향해 불공드리며 범패와 작법을 부처와 재에 모인 대중들 앞에서 선보인다.

 

범패(梵唄)란 불교에서 불공을 올릴 때 부르는 전통음악으로 판소리, 가곡과 더불어 한국의 3대 성악곡으로 알려져 있다. 작법(作法)은 범패에 곁들여지는 불교무용으로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 등이 있는데 대중적으로는 바라를 들고 추는 춤인 바라춤이 널리 알려져 있다.

 

범패는 불경에 수록된 진언(眞言: 신비한 뜻이 담긴 주문)을 스님들이 장단에 맞추어 느릿느릿한 음률로 부르는데, 지역마다 장단과 음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서울에서 불리는 범패는 “경제”라 하고 호남 지방에서 불리는 범패는 “호남범패” 또는 “완제”라 칭하는데, 여기서 ‘완’이란 ‘완산주(完山州)’의 완으로, 전주와 완주를 통칭하여 부르는 표현이다. “완제”를 잇는 사찰이 바로 봉서사다.

 

봉서사는 한국불교태고종 전북종무원 소속 사찰로, 용진읍 간중리 서방산에 있다. 봉서사는 과거 석가의 화신이라 칭송받던 법력 높은 고승인 진묵대사가 출가하고 입적한 절이라 하여 엄청난 규모의 거찰(巨刹)이었다. 그렇기에 과거엔 많은 스님이 머물며 수행하였고, 호남의 범패승들도 봉서사에서 완제를 사사받아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봉서사는 6.25 전쟁 때 모든 건물이 불타 없어지는 피해를 입었고, 1960년대 이후로 법당 전각을 복원하는 불사가 이루어졌지만, 과거의 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작은 규모의 사찰로 남아있다.

 

봉서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기능 보유자이자 인간문화재였던 故 일응스님(1920~2003)과 연이 있는 사찰이기도 한데, 일응스님은 전주 출신으로 12세에 완주 구이 대원사에서 출가한 이래로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경제와 완제를 두루 익혔다.

 

일응스님의 범패는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1월 9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었으며, 스님의 제자들이 봉서사에 ‘사단법인 영산작법보존회’를 설치하여 후학들에게 영산작법을 지속적으로 교육, 전수하고 계승함으로써 호남범패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호( 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전북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