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봉실산 둘레길을 걷다

봄꽃이 몇 번 피고 지기를 반복하더니 금새 계절이 바뀌었다. 봄철에는 산과 들 구분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걸었는데 여름에는 아무래도 장소 선택을 하면서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면 지금 시기에 걷기 좋은 곳은 어디가 있을까? 완주군은 산세가 좋아 발 닿는 곳이 다 걷기에 무난하겠지만 그중에 봉실산 둘레길도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둘레길 산책을 하면서 가벼운 등산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봉실산

봉실산은 완주군 봉동읍과 비봉면에 걸쳐있는 산이다. 해발 374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평지에 노출되어 있는 덕분에 제법 큰 산같이 느껴진다. 봉실산 둘레길을 갈 수 있는 코스가 많지만, 주로 완주과학단지에서 가까운 봉실산 둘레길 주차장이나 학림사를 많이 이용한다.  

이번 봉실산 둘레길 걷기는 완주과학단지 가까운 봉실산 둘레길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둘레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둘레길과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RC(Radio Contol, 무선조종) Car 동호회를 만났다. 봉실산은 단순한 둘레길과 등산 코스로 만 알았는데 무선조종 차를 가지고도 다니는 코스였다.

 

 

봉실산 둘레길

조금 더 오르면 옥녀봉으로 가는 등산 코스(1.96km)와 학림사 방향으로 가는 둘레길 코스(3.49km)가 갈라진다. 이곳에서 오른쪽 학림사로 가는 둘레길로 들어섰다. 둘레길은 숲길로 되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살짝살짝 들어오지만 대부분 그늘로 되어 있어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한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잠깐 시야가 확 트인 구간을 지나기도 한다. 열린 숲 사이로 완주산업단지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시기적으로 산에는 꽃이 귀한 시기인가 보다. 어떤 꽃이 있을지 유심히 관찰하면서 걷는데 잘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꽃을 만났다. 꿀풀꽃이다. 꽃잎을 따서 끝부분을 빨아보니 단맛이 살짝 느껴진다.

 

 

 

 

 

중간에 누군가가 쌓아놓은 돌탑도 있다. 정교하게 쌓은 탑은 아니지만 정성을 담아 쌓은 탑이다. 탑 주변에는 작은 꽃밭도 만들었다. 둘레길 옆에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어 놓았나 보다. 어느 구간은 벌목을 해서 햇빛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로 걸어야 했다. 편백숲을 조성하기 위해 그렇게 했나 보다. 덕분에 가까이서 봉실산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옥녀봉이 가까이 보인다.

둘레길을 걸으며 길을 내려다보면서 가기도 한다. 길은 수없이 많은 발자국들이 모여 만들어졌고, 그 위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보기도 한다. 어느 곳에서는 낙엽이 들려주는 가을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고염꽃을 보면서 산에 고염나무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학림사(鶴林寺) 근처까지 왔다. 학림사 입구에 봉실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어 학림사를 가지 않을 경우에는 이 길을 이용해서 봉실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잠시 들렀다 가기 위해 학림사 방향으로 향했다. 학림사는 삼국시대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 건물은 1992년에 새로 지어 예스러움보다는 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절에 있는 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전체 걷기 코스에서 학림사가 반환점이라 볼 수 있다. 후반 걷기를 위해 충분한 충전을 했다. 학림사를 나와 둘레길로 들어서면 이제는 봉실산 동쪽 사면을 걷게 된다. 약간의 경사를 가진 숲길이 계속된다. 이번에는 길 위에 하얀 꽃잎이 흩어진 구간을 지난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때죽나무이다. 꽃을 다 떨구고 몇 송이만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경사진 숲길 구간이 계속된다. 나무 사이로 빛 한 줄기 빠져나와 굴참나무에 내려앉았다. 투박한 굴참나무껍질이 도드라져 보인다. 참나무 종류 중에서 유난히 껍질이 두껍고 거칠지만 오히려 그것이 매력인 나무이다.

꽃도 몇 송이 보인다. 흰색 씀바귀꽃이다. 풀꽃이지만 예쁘다. 산행을 하다가 이런 예쁜 꽃을 만나면 쌓였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 든다. 오르막이 완만해지면서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봉실산 정상 방향으로 가는 길과 대각사 방향으로 가는 둘레길로 갈라진다. 이곳부터는 등산 모드로 바꾸기로 했다. 봉실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경사가 상당히 급해졌다. 다행히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었다. 능선에 올라 오른쪽 정상으로 가기 전에 왼쪽 헬기장이 있는 쪽으로 먼저 갔다. 이곳에 서면 봉실산 남쪽과 서쪽 풍경이 잘 보인다.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보면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힘든 것을 감수하고 산에 오르나 보다.

멋진 풍경 감상을 하고 다시 되돌아 봉실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은 오히려 나무들로 가려 전망이 좋지 않다. 정상에 올랐다는 기분으로 만족해야 하는 정도이다. 이곳에서 옥녀봉까지는 능선을 이용해서 걷는 코스(1.34km)이니다. 가는 길에 돌탑을 쌓아 놓은 구간을 지난다. 학림산성 터이다.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보고 있다. 돌탑 구간을 지나 내리막 등산로가 한동안 계속된다. 그러다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었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구간이다. 옥녀봉(323m)은 봉실산 정상보다는 낮은 봉우리이지만 산 중간에 봉긋 솟아 있어 멀리서도 잘 보인다. 특히 옥녀봉 정상에 참나무 두 그루가 있어 봉우리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옥녀봉에서는 주변 풍경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다. 쉼터도 있어 잠시 쉬면서 주변 풍경을 돌아보았다. 옥녀봉에서 처음 출발지인 주차장까지는 내리막 완만한 구간이다. 부담 없이 걷는 길이다. 내려가는 도중에 전망대가 나오면 주차장이 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길게 늘어선 봉실산 풍경이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아 주차장으로 내려와 걷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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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실산은 둘레길과 등산로가 함께 있어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딘가 걷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완주 봉실산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김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