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발원지 밤샘의 생태

뻐꾹나리와 멧돼지 목욕탕

만경강은 동상면 사봉리 막은데미골의 밤샘에서 시작하여 김제 망해사 앞에서 바다와 한 몸을 이룬다. 전북에서 태어나 전북에서 생을 마감하는 유일한 강이다. 만경강 유역에는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왔다. 고조선의 기준왕이 위만의 난을 피해 내려와 금마에 나라를 세울 때 이용했던 교통로가 만경강이다. 만경강을 통하여 가야의 철기와 신문물이 유통되었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고향을 지키는 문화사적 의미가 큰 강이다. 만경강 유역에는 전라북도를 이끄는 주요 도시들이 포진하고 있다. 완주,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이 도시들은 만경강을 중심으로 벨트를 형성하여 전라북도의 르네상스를 이끌어야 한다.

 

 

전라북도 핵심 키워드인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이 동상골에 있다. 밤샘만으로 동상골의 정체성은 더없이 선명해지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에 밤샘은 아직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순결한 상태이다. 밤샘은 이 자연스러움과 신비로움이 콘셉트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발원지들과 차별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밤샘에는 이른 봄을 알리는 애호랑나비의 먹이 식물인 족두리풀이 있다. 애호랑나비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멸종위기종이다. 애호랑나비의 애벌레는 족두리풀만 먹는다. 족두리풀이 사라지면 애호랑나비도 생존이 어렵다. 밤샘에 족두리풀이 있다는 건 기쁜 소식이다. 족두리풀이 잘 자라게 돌봐주면 살아 있는 애호랑나비 축제도 가능할 것이다.

 

 

 

밤샘의 여름은 뻐꾹나리의 향연이다. 뻐꾹나리는 중부 이남의 산지에서 자라며 분포지역은 많으나 개체 수가 많지는 않다.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로 1종뿐이다. 국립수목원에서는 희귀식물(약관심종)로 분류하고 있다. 꽃 모양을 보고 꼴뚜기 혹은 데쳐놓은 주꾸미 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물을 뿜는 연못의 분수 같다고 한다. 꽃잎에 있는 반점이 뻐꾸기의 가슴무늬를 닮아서, 혹은 뻐꾸기가 우는 계절인 8, 9월에 핀다고 하여 뻐꾹나리라 부른다. 꽃말은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랍니다’, ‘당당하다'이다.

 

 

밤샘에는 멧돼지 진흙 목욕탕도 있다. 멧돼지는 피부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세균을 없애기 위해 진흙 목욕탕에서 몸을 굴려 온몸에 진흙을 바른다. 진흙이 마르면 자연스럽게 진흙이 떨어지는데 이때 피부에 기생하던 진드기와 세균도 같이 떨어져 나간다. 멧돼지의 진흙 목욕은 생존 전략으로 살아남기 위한 지혜이다. 멧돼지의 생존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밤샘이다.

 

밤샘에 있는 천연의 자원을 잘 간직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상태로 물려 주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태고의 신비가 동상골 아이들의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