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의 야생화 명소, 보테니컬아트와 만나다

완주군 야생화 보테니컬아트 과정

문화도시 완주군에서는 다양한 문화활동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 ‘완주군 야생화 보테니컬아트’는 (재)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고, 만경강사랑지킴이(회장 손안나)가 진행한 2022년 인문학 연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완주군 야생화 보테니컬아트’는 지역의 야생화 명소 답사와 꽃 그림 그리기, 전통 바인딩 기법을 사용한 나만의 책 만들기 등 10주 차로 구성되었다.

 

 

완주군의 야생화 명소

첫 시간에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강사 소개와 수강생 자기소개, 그림의 기초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10주간 동안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난다는 것은 수강생 서로가 대단한 인연이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야생화 명소 답사와 꽃 그림 그리기를 교차로 진행했지만, 내용 편집은 편의상 답사와 그림 그리기로 구분해서 정리했다.

 

 

 

 

첫 답사지는 동상면 사봉리에 있는 만경강의 발원지 밤샘이다. 마침 밤샘 가는 길에 뻐꾹나리꽃이 피는 시기라서 이곳이 첫 답사지로 선정되었다. 밤티마을에서 밤샘까지는 약 2km 정도로 숲길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며 물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예쁜 꽃까지 피어있으니 더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이다. 뻐꾹나리는 꽃잎 문양이 뻐꾸기하고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삶은 꼴뚜기 모양의 꽃이다. 걷는 동안 자주 얼굴을 보여준 뻐꾹나리 덕분에 즐거운 산책이 되었다. 답사 목적지에서 만난 밤샘도 인상적이다. 이 작은 물줄기가 모여서 큰 만경강을 이루었다는 것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두 번째 답사지는 동상면 수만리마애석불로 입구부터 너덜지대를 지난다. 바위산이 풍화되어 부서지면서 너덜지대를 만들었다. 비가 조금씩 내려 조심스러웠지만, 돌에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느낌이 싫지 않았다. 이곳이 자랑하는 야생화는 백양꽃으로 주황색 상사화를 특별히 백양꽃이라고 부른다. 백양꽃은 밤샘에서 보았던 뻐꾹나리와 비슷한 시기에 피는데 개화 기간이 짧아 시기를 잘 맞추어야 예쁜 꽃을 볼 수 있다. 마애석불 가는 길 중간쯤 지나면서 꽃이 진 꽃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답사 시기가 늦었나 보다. 대부분 꽃이 진 상태로 온전히 남아 있는 꽃은 얼마 되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백양꽃 군락지를 지나 마애석불을 향해 올라가는 길가에는 물봉선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백양꽃 대신에 물봉선으로 위안을 삼았다. 마애석불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작은 암자인 안도암 요사채 마루에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잠시 휴식한 뒤에 마애석불을 향해 올랐다. 두꺼비 바위를 지나 조금 더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 거대한 바위에 새긴 불상이 나타난다. 수만리마애석불이다.

 

 

 

 

세 번째 답사지는 백련과 산자고로 유명한 봉동읍 제내리에 있는 우산정사이다. 우산정사는 진천 송씨 집안의 조선시대 문인 표옹 송영구를 모시는 사당으로 우산정사 방문에 앞서 표옹 송영구의 생가가 있었던 익산 왕궁면 장중마을에 있는 망모당을 먼저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표옹 송영구 관련 이야기를 듣고, 세 나무가 함께 자라는 수령이 500년 된 은행나무도 보았다. 은행나무와 함께 꾸지뽕나무와 대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었다.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마당바위에 올라 바위가 전해주는 기를 받고서 우산정사로 이동했다.

 

우산정사에 들어서면 사당 왼쪽에 있는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마치 용트림하는 형상을 하고 있어 용솔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사당 지붕 위로 자라지 않고 허리를 숙인 것처럼 보여 효자솔이라고도 부른다. 우산정사를 나와 재실 뒤쪽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표옹 유택과 신도비를 돌아보고, 삼정승 소나무까지 보았다. 이번 답사에서는 특별한 나무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산에서 내려와 백련지를 끼고 걸었는데 백련을 볼 수 없는 시기라서 꽃이 핀 풍경을 상상하며 걸었다. 그림 소재에 필요한 연잎을 관찰하기도 하고, 사진도 몇 장 찍으며 답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답사지는 경천면에 있는 화암사이다. 화암사는 복수초, 노루귀, 얼레지와 같은 봄꽃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 답사는 꽃 피는 시기가 맞지 않아 이야기를 들으며 봄꽃이 핀 풍경을 상상하며 걸었다. 복수초가 노랗게 피었던 군락지 앞에는 산수국꽃이 피었다가 지고 있었다. 산수국은 수정이 끝나면 헛꽃이 역할을 다했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도 그렇고 꽃대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는 특징이 있다. 얼레지꽃은 산책로 입구에서부터 시작해서 화암사 앞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보이질 않는다. 대신 두런두런 가을 이야기만 들린다.

 

폭포 옆 철계단을 오르고 다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우화루가 나타난다. 우화루 옆으로 작은 계단을 이용해서 절 안으로 들어갔다. 돌계단 옆 축대에는 유홍초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절 안으로 들어가 극락전 하앙식 지붕 구조도 보고, 두루 한 바퀴 돌아보고 적묵당 마루에 앉아 잠시 쉬었다. 쉬면서 수강생 중 한 분이 가지고 온 종이우산을 소품으로 활용해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으며 패션쇼를 했다. 생각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보테니컬아트 실습

보테니컬아트 실습 시간에는 답사지에서 보았던 꽃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웠다. 먼저 밑그림은 답사지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고 그렸고, 답사지에서 실물을 볼 수 없었던 꽃들은 자료 사진을 활용했다. 강사가 가르쳐준 요령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이어서 채색을 진행했다. 채색하는 과정에서 강사가 수강생을 개별적으로 지도해 주었다. 수강생들이 열심히 참여한 결과 첫 작품인 뻐꾹나리꽃이 보테니컬아트 작품으로 태어났다. 같은 꽃이지만 보는 관점이 서로 달라 다양한 꽃 그림이 되었다. 그림으로 보아도 예쁜 꽃이다.

 

 

 

다음 작품은 수만리마애석불 가는 길에서 보았던 백양꽃이다. 수강생들이 이미 한 작품씩을 끝냈기 때문에 보테니컬아트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강사가 수강생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간단히 백양꽃의 포인트만 설명해 주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수강생들은 자신의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해서 채색 작업을 진행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백양꽃의 입체감이 살아나고, 멋진 그림이 되었다.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강사가 다시 한번 점검해주는데 명암 부분을 주로 보완해 주었다. 명암을 보완하면 입체감이 살아나기도 하고 심도가 깊어져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두 번째 백양꽃 작품이 마무리되었다.

 

세 번째 작품은 연꽃으로 답사를 다녀온 우산정사는 백련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백련은 초보자들이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홍련을 그리기로 했다. 세 번째 그리는 작품들이라서 수강생들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에 들어갔다. 채색 과정에서는 역시 강사의 도움을 개별적으로 받았다. 연꽃은 꽃잎에 줄무늬가 있는 특징이 있는데 채색할 때 선으로 하는 것을 피하고 면 개념으로 부드럽게 표현한 후 줄무늬는 마지막 채색 단계에서 표현해 주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잎도 미세한 엠보싱 상태를 너무 세부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꽃이 묻히게 되어 전체적으로 면 개념으로 보고 단순하게 명암처리 해서 입체감만 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갈수록 수강생들의 작품 수준이 높아졌다. 모두 애쓴 보람이 있다. 실습 시간이 부족해서 보테니컬아트 실습은 세 작품으로 마쳤다.

 

 

 

나만의 책 만들기

마지막 열 번째 시간에는 전통 바인딩 기법을 사용한 ‘나만의 책 만들기’를 진행했다. 완주군의 역사와 문화재를 공부하는 책으로 기획되었지만, 수강생들은 그림책으로 활용해도 좋겠다. 전통 책 만들기를 끝으로 10주에 걸쳐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이 끝났다. 이번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내용 구성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강생들은 이후에도 지속해서 보테니컬아트 작업을 하면서 완주군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활동을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