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선수로 수원지 대아저수지, 경천저수지, 황등제를 찾아서

 

삼례는 만경강이 흐르고, 고산 어우보에서 시작된 대간선수로가 지나는 물의 도시입니다. 삼례를 풍요롭게 하는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 번쯤 궁금증을 갖게 되는데요. 질문에 관한 답을 얻기 위해 만경강과 대간선수로 수원지인 대아저수지, 경천저수지, 황등제를 찾아보았습니다.

 

-대아저수지

 

 

 

만경강과 대간선수로는 고산면 어우리에 있는 어우보에서 갈라집니다. 본류는 만경강 물길을 유지하고, 일부는 어우보 제수문을 통해서 흘러 대간선수로가 됩니다. 고산 어우보에서 만경강을 거슬러 올라 먼저 만경강의 수원지인 대아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대아저수지 댐 입구에는 한국농어촌공사 대아호 관리소가 있습니다. 관리소 2층 자료실에는 대아저수지 관련 기록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아저수지 구 댐 작업 과정을 기록한 사진은 귀한 자료였습니다.

 

 

관리소 주차장 바로 옆에는 대아저수지 기념비가 우뚝 서 있습니다. 기념비 글씨는 강암 송성용 선생이 썼습니다. 기념비 뒤쪽이 1922년에 완공된 대아저수지 구(舊) 댐이 있는 곳입니다. 구 댐은 지금의 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겨 있지만, 저수율이 40% 정도로 낮아지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시 대아저수지 축조를 주관한 곳은 익옥수리조합(조합장 藤井寬太郞, 후지간타로)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인들은 만경강 주변에 대농장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들은 쌀 수확을 늘리기 위해 수리시설 관리에 들어갑니다. 수리조합을 만들고, 저수지를 축조하고, 물길을 다듬었습니다. 그 시기에 탄생한 익옥수리조합에서 담당했던 지역에는 저수지가 없어 홍수와 가뭄 대응이 원활하지 못해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익옥수리조합은 담당 지역 농지에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대아저수지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대아저수지 구 댐의 경우 만수위가 되면 넘쳐흐르도록 설계한 월류식(越流式) 댐이었습니다. 물이 넘쳐흐르면 댐은 거대한 폭포로 변합니다. 마치 나이아가라폭포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그런 명성이 알려지면서 소풍 명소가 되었고, 여름이면 물놀이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대아저수지 기념비 옆에는 글씨를 새긴 돌이 나란히 있습니다. 1922년 당시 조선총독부 총독이었던 사이또 히로시가 쓴 글씨로 滿不溢酌不竭(만불일작불갈)입니다. ‘가득해도 넘치지 않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썼습니다. 1989년 대아저수지를 확대하기 위해 구 댐 아래쪽 현재 위치에 새로운 댐을 쌓았습니다. 댐 높이가 높아지면서 구 댐은 물속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구 댐이 물에 잠기기 전에 댐에 있던 글씨를 새겨놓은 돌을 떼어 대아저수지 표지석 옆에 옮겨놓았습니다.

 

 

 

새로 만든 댐은 2011년에 높이를 1.5m 높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댐은 구 댐과는 달리 여수토(방류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만수위가 되면 여수토 수문을 열어 물을 흘러 내려보내는 방식입니다. 평상시에는 여수토 근처에 있는 취수탑을 통해서 일정량의 물을 아래로 흘려보냅니다. 아래로 흘러간 물은 발전소를 거쳐 전기를 만들고 만경강으로 흘러갑니다.

 

- 경천저수지

 

 

 

대아저수지를 나와 다음에 찾은 곳은 경천저수지입니다. 저수지 제방 아래쪽에 있는 발전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제방으로 올라갔습니다. 넓게 펼쳐진 저수지 건너편에 화산면 지역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방이 있는 곳이 경천면이라서 경천저수지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 저수지를 이루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화산면입니다. 저수지를 채우고 있는 물 역시 화산면 지역에서 흘러들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화산저수지로 불러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경천저수지는 1937년 준공되었습니다. 대간선수로를 통해서 물을 공급받았던 익산에 있는 황등제를 논으로 바꾸어 농지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천저수지가 있는 지형은 계곡으로 농지 활용도가 낮지만 황등제가 있는 곳은 평지 구조라서 논으로 변경해서 활용 가능했습니다. 이미 대간선수로가 정비되어 있어 대아저수지와 경천저수지로부터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어 농지를 늘려 쌀 증산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경천저수지 제방 바로 옆에는 취수탑이 있습니다. 대아저수지에 있는 취수탑과 마찬가지로 평소에 일정량의 물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물을 내려보낼 때는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발전한 후에 강으로 보내집니다.

저수지 제방 반대쪽으로 가면 여수토(방류구)가 있습니다. 경천저수지도 물이 가득 차면 여수토 수문을 열어 강으로 물을 흘러 보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황등제

 

 

 

경천저수지를 돌아보고 다음에 찾아간 곳은 익산에 있는 황등제입니다. 경천저수지 축조 공사가 되면서 황등제는 1933년 논으로 변경하는 간척공사가 인가되었고, 1937년 간척한 논 경매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황등제는 넓은 평야로 바뀌었습니다. 황등제가 있던 넓은 터에는 싱싱하게 자란 벼들이 넘실거렸습니다.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이곳이 저수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단지 배수로 옆 공터에 서 있는 요교비와 황등 배수공사 준공 기념비가 여기가 황등제였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요교비는 임익수리조합에서 황등제를 수리 축조할 때 부근에서 출토되어 전북농조 황등출장소에 보존되어 오다가 현 위치에 이설했습니다. 요교비 비문 내용은 건륭(乾隆)45년(정조4년, 1780년)에 무너진 제방을 수리해서 다시 쌓고, 교량을 가설하는 데 많은 시주를 한 사람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입니다. 황등제를 마지막으로 이번 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만경강, 대간선수로 수원지를 돌아보고....

대아저수지와 경천저수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면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만경강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만경강과 대아저수지, 경천저수지, 대간선수로를 통해서 물을 공급받아 중간 수원지 역할을 했던 황등호를 돌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황등제의 경우 지금은 논으로 바뀌어 수원지의 역할은 상실했지만, 만경강과 대간선수로, 대아저수지, 경천저수지와 관련된 지난 역사를 공부할 좋은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