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 주민의 날, 한마당 잔치

 

완주군 삼례 하리 마을에서는 격년제로 추석 다음날(음력 8월 16일) 하리 운동장에 모여 한마당 잔치를 벌인다. 이번이 스물한 번째이다. 꽤 오랜 기간 해 오면서 이제는 마을의 전통이 되었다. 대부분 마을에서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통이 단절되어 사라진데 반해서 하리 마을은 새로운 전통문화를 다지고 있다. 과연 마을 단위로 이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저력은 무엇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궁금증도 해소할 겸 직접 행사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삼례읍 하리는 만경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마을이다. 1925년부터 진행된 만경강 개수공사로 제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소양천과 고산천이 남북으로 감싸고 흐르는 하중도에 마을이 있었다. 당시 마을은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을로 들어가려면 강을 건너야만 했다. 가구 수가 380여 가구가 될 정도로 큰 마을을 이루면서 지내왔다.

 

마을을 중심으로 동쪽은 소양천과 고산천에서 흘러온 자갈과 모래가 쌓여 상대적으로 높은 지형이었다. 일부는 황무지 상태였지만 개간이 가능한 지역은 밭으로 이용했다. 반면에 서쪽은 지대가 낮은 퇴적층이라서 물 공급이 가능해 논이 되었다. 마을은 그 중간쯤에 있었다, 만경강 개수공사를 하면서 강 안쪽에 있던 마을은 해체되어 새로 생긴 제방 바깥으로 이전해서 현재의 마을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하리에는 네 개의 마을이 있는데 전주시 송천동과 삼례IC를 잇는 삼례나들목로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용전마을이 있고, 서쪽에는 신풍마을, 조사마을, 신복마을이 있다.

 

 

하리를 가로질러 놓인 삼례나들목로를 따라가다가 만경강 하리교 입구에서 제방도로로 들어섰다. 강변에 만들어진 하리 운동장이 보인다. 잔디가 잘 가꾸어진 축구장도 갖춘 넓은 운동장이다. 운동장에는 하리 네 개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한마당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부터 모여서 기념식도 하고, 마을에서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덕담도 나누었다. 객지에서 명절을 찾아온 마을 출향민들과도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요즘 마을 단위로 자체 운영비로 이런 활동을 하는 사례를 보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하리는 조금 특별한 마을임에 틀림이 없다. 마을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공연도 함께 즐겼다. 품바 공연단은 신나는 노래와 걸쭉한 입담으로 주민들의 흥을 돋우어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마을 대항 게임이 진행되었다. 4개 마을 대표 선수들이 나와 겨루는 시합이었다. 첫 번째 게임은 투호놀이다. 각 마을 대표 두 명씩 선수로 출전해서 경기를 했다. 투호는 우리 전통놀이이지만 평소 해보지 않아서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금방 통 안에 넣을 것 같은데 화살은 살짝살짝 통을 비껴간다. 그렇지만 참가한 선수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게임 결과 승부는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었다. 우승팀, 준우승팀 그리고 참가팀 모두에게 선물이 증정되었다. ‘하리 주민의 날, 한마당 잔치’에서는 모두가 승자인 셈이다.

 

이어서 진행된 게임은 고리던지기이다. 방식은 투호놀이와 동일하다. 각 마을 대표 선수 두 명씩 참여해서 겨루는 게임이다. 고리 던지기 역시 마음같이 되질 않았다. 헌 번은 짧고, 다시 던진 고리는 목표를 멀리 벗어나기 일쑤였다. 하나라도 성공해 보려는 선수들 표정이 재미있다. 고리 던지기 게임 역시 근소한 차이로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결정되었다. 승리와 관계없이 모두가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기회였다. 참가 선수들에게는 크고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가 선물로 주어졌다. 아주 푸짐한 선물이다.

 

다음 게임은 제기차기였다. 주민들은 제기차기를 해본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각 마을 대표 선수들은 앞으로 나와 옛 기억을 살려 열심히 연습을 하기도 한다. 제기차기 역시 만만치 않은 게임이다. 평소 사용하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기는 두세 번 공중 돌기를 하다가 땅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 몸으로 익혔던 기억이 반응해 주길 기대하며 모두 열심히 제기차기 게임에 참여했다. 게임에 참가한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게임은 릴레이다. 옛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도 그랬다.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각종 게임을 마치고 최종 승부는 릴레이 게임으로 결정했었다. 운동회에 참석한 학생은 물론 가족들까지 합세한 열띤 응원 속에서 진행되었던 릴레이 게임이 연상되었다. 릴레이 게임은 마을 단위로 남녀 2명씩 참가했다. 특별히 60대 이상으로 선수 조건을 제한해서 마을 간 격차를 줄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출발대에 서 있던 선두 주자들이 힘차게 튀어나왔다. 모두들 의욕이 대단했다. 서로 앞서가려는 욕심에 온 힘을 다해서 달렸다. 마음은 앞으로 달려가는데 몸은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래도 끝까지 마을 명예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질주했다. 참가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마을 대항 게임을 마치고 마을 대표들 노래자랑도 했다.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나와 춤을 추면서 흥을 돋우었다. 마을 단위로 팀워크를 과시하면서 함께 즐기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행운권 추첨이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행운권 추첨을 통해서 선물을 나누어 주었지만 아직 중요한 선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행운권 추첨을 하면서 번호가 불릴 때마다 누군가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준비되었던 많은 선물이 하리마을 주민들에게 모두 돌아갔다. 행운권 추첨을 끝으로 행사의 막을 내렸다. ‘하리 주민의 날, 한마당 잔치’는 하리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서 잘 마무리되었다. 하리마을 주민들은 2년 후 다음 행사를 기약하면서 마을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