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문화예술촌 가을 나들이

 

삼례문화예술촌은 양곡 보관용으로 사용했던 유휴 창고를 활용해서 만든 문화예술 재생 공간이다. 2013년 6월 개관한 이래 미술 전시, 공연예술, 문화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은 물론 삼례를 찾는 관광객에게 문화 감수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실내 중심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절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장점이 있어 사계절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요즘같이 야외활동하기 좋은 계절에는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제1전시관은 지금 ‘한국화 계절을 그리다’ 주제로 그림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12월 31일까지 계획되어 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그림보다 먼저 건물의 내부 구조에 눈길이 머무른다. 양곡을 보관한 창고라서 내부 구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통기성을 좋게 하기 위해 나무를 사용해서 마무리한 상태를 볼 수 있다. 당시 건물을 지을 때는 창고 목적에 맞게 충실하게 만들었지만 현재의 전시관 관점에서 보면 예술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전시관에는 조선시대 활동했던 어몽룡(1566~1617), 정선(1676~1759), 심사정(1707~1769), 김홍도(1745~1806), 이인문(1745~1824), 조희룡(1789~1866), 전기(1825~1854)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별히 포스 아트(PosART) 작품을 전시한다. 포스 아트(PosART)는 포스코에서 생산한 친환경 철판(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고해상도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생생한 색상과 섬세한 질감을 표현해서 작품을 재현했다. 종이, 캔버스와는 달리 보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소장할 수 있고, 입체 질감 표현으로 시각과 촉각을 통해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미술 전시회에서는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작품을 대해야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자유롭게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부담 없이 작품 감상을 해도 좋겠다.

 

 

가장 먼저 겸재 정선의 작품을 만났다. 겸재는 조선시대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인물이다. 전시된 박연폭포와 금강산도와 같은 작품은 우리가 자주 보았던 눈에 익은 작품들이다.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포스 아트(PosART)기법으로 재탄생된 작품을 보니 새롭다. 다음에는 단원 김홍도 작품이다. 김홍도는 어린 시절 강세황의 지도를 받아 그림을 그렸고, 그의 추천으로 도화서 화원이 되었다. 정조의 신임 속에서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았다. 모든 장르에 능했지만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에서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여러 작품 중에서 풍속화에 관심이 쏠린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당시의 풍속을 잘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다른 작가들 작품은 작은 전시실에 함께 전시되어 있다. 어몽룡은 진천 현감을 지낸 화가로 특히 매화를 잘 그리는 것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전시된 작품 역시 달밤의 매화를 그린 ‘월매도’였다. 심사정은 정선의 문하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후에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 대표 화가가 되었고, 화훼, 초충, 영모, 산수에 뛰어났다. 작품으로는 ‘설중탐매도’가 전시 되었다.

 

이인문은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 대표 화가로 진경산수보다는 정형산수를 즐겨 그렸다. 전시된 ‘강산무진도’는 길이가 856.6cm인 대작이다. 조희룡은 문인 화가이면서 서화가이다. 시·서·화에 모두 뛰어났으며 격동적이고 파격적인 매화 그림을 많이 남겼다. 전시된 작품은 매화가 흩날리는 숲속에 책이 가득한 집이라는 ‘매화서옥도’이다. 전기는 조선 후기 화가로 산수화와 시에 능했으나 겨우 30세 나이에 병사했다. 전시된 작품은 전기의 대표작으로 ‘매화초옥도’였다. 조선 말기 유행했던 매화서옥도류의 작품이다.

 

 

제2전시관은 준비 중에 있고, 제3전시관에서는 그림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화필촉(畵筆觸)을 주제로 진행하는 김선강 작가 작품전이다. 10월 31일까지 계획되어 있다. 화필촉(畵筆觸)은 “빛나는 터치가 닿았다”라는 뜻으로 생명 에너지를 가시화하기 위한 작가만의 회화 도구이다. 화필촉을 통하여 생명 에너지의 변화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4전시관에서는 2023년 하반기 삼례문화예술촌 공예품 공모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한지공예, 한지쥬얼리공예, 도자기공예, 전통 판각, 금속공예, 테라리움, 도마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이 한 곳에 전시되었다. 작품 감상도 하면서 좋은 영감을 얻어서 취미 생활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공예품 공모 전시관 바로 옆에서는 마도로스 임종현 씨의 ‘세계 동전 수집기’를 전시하고 있다. 임종현 씨는 마도로스 생활을 하면서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수집한 80여 개 나라의 동전 1천여 개를 2022년 완주군에 기증했다. 그 동전들을 분류해 전시를 통해 함께 공유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동전의 탄생 과정과 함께 우리나라 주화의 역사를 소개하고, 큰 지도 위에 각국의 동전을 전시해서 나라마다의 특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된 동전을 보면서 해외여행하면서 보았던 기억을 꺼내보기도 하고, 처음 대하는 동전을 보면서 새로운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실내 공연장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애니메이션 체험전이 열린다. 두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이곳을 찾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체험이 되겠다. 실내 공연장 밖으로 나오면 광장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자유롭게 뛰어놀기에 좋겠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어른들만의 공간이 아닌 가족이 함께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전시회 관람을 하고, 체험을 즐기고 난 후에 잠시 휴식을 할 수 있는 카페 시설도 되어 있다. 카페 건물 역시 창고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여느 카페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옛 건물의 정취를 느끼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이렇듯 삼례문화예술촌은 다양한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넓은 잔디광장에서 야외활동도 가능하고, 쉼터인 카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언제라도 생각 날 때 찾아도 좋은 곳이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 전시가 진행될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