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 산악회 회원들 완주에서의 하루

 

일본 시즈오카(靜岡)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악회 회원 14명이 완주를 찾아왔다. 그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낯선 곳은 아니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서 잘 알려진 산을 두루 돌아본 경험을 가진 팀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전날 계룡산 산행을 다녀왔을 정도이다. 단지 완주군이 생소할 뿐이다. 이번 시즈오카(靜岡) 산악회 회원들과의 교류 행사는 완주 한일교류원이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었다. '완주 한-일 교류의 하루'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에 동행하며 일본 시즈오카현 산악회 회원들이 완주에서 보낸 하루를 기록해 보았다.

 

이 행사를 주최한 완주 한일교류원에는 한국에 온지 15년차인 나카무라 미코 씨가 활동하고 있다. 나카무라 미코 씨는 한국에 유학생으로 왔다가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눌러 살고 있다. 전주에서 생활하다 지금은 완주에 정착해서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우리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비봉농악단 장구 연주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전주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완주 한일교류원을 설립해서 완주를 일본에 알리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완주 한-일 교류의 하루' 행사는 그런 배경에서 기획되었다.

 

특히 일본 시즈오카(靜岡)는 전주시와 함께 2023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동아시아 다른 나라 도시들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원활하게 행사를 추진할 수 있었다. 행사 프로그램으로 완주에서는 천호성지가 있는 천호산 등산, 봉동읍에서 진행하는 당산제 행사 참관, 완주군 농악 전수관에서 농악 체험을 준비했고, 일본 방문팀은 시즈오카(靜岡)의 특산품인 차 문화 체험을 준비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천호산(501m) 등반이었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악회 시니어 회원들이기 때문에 완주에서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천호산을 추천하게 되었다. 산행에는 일본과의 문화 교류에 관심이 있는 완주군민이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완주군민 참가자들은 천호성지 주차장에 모여 일본 시즈오카(靜岡) 방문단을 맞이했다. 서로 단체와 개인 소개를 하고 함께 천호산 등산에 나섰다.

 

등산 코스는 숲길을 따라 화산 방면으로 넘어가는 놋짐재를 거쳐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으로 했다. 완주에서의 다른 일정을 고려해서 최대한 단순한 코스를 선정했다. 등산로 초입 숲길은 시멘트 포장이 된 길이면서 숲이 잘 우거져 있어 걷기에 무난한 길이었다. 완주군민과 일본인이 자연스럽게 섞여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완주군민 중에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여럿 있어서 대화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일본인 중에서도 한국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어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놋짐재에 도착해서 잠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놋짐재는 공소를 사목하는 사제를 따라 동행하던 복사(服事)들이 짐을 인수인계하던 장소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화산 방면의 천수골에 있던 공소의 복사(服事) 와 비봉 방면의 천호마을에 있던 천호공소 복사(服事)가 만나 서로 짐을 주고받는 곳이었던 것이다. 고개 이름에 관해서 일본인들이 궁금해한다. 나카무라 미코 씨가 나서 일본인들에게 놋짐재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고개는 꽤 넓은 평지로 되어 있어 모두가 여유 있게 쉴 수 있었다.

 

충분히 휴식을 마치고 이곳부터는 산 능선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까지는 900여 m라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정상 근처에는 산성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일본인들에게 산성을 소개해 주었다. 천호산은 작은 산이지만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산이었다. 정상에 올라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준비해 간 간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인들은 완주에서 생산한 사과대추를 맛보면서 처음 먹어보는 과일이라면서 관심을 보였다. 휴식을 마치고 정상에서 천호산 등반 기념사진을 남기고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처음 출발했던 천호성지 주차장에 도착해서 천호산 등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천호성지를 출발해서 완주군청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완주군청 로비에서 시즈오카(靜岡) 산악회 회원들이 준비한 말차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말차(抹茶)는 갈대발이나 짚, 화학섬유 등으로 약 20일 이상 햇빛을 차단하고 딴 새싹을 비비지 않고 말려서 분말 형태로 가공한 차(茶)를 말한다. 주로 일본에서 발달된 차(茶) 문화이다.

 

일본 시즈오카(靜岡)는 후진산 아래에 있는 녹차로 유명한 지역이다. 시즈오카(靜岡) 산악회에서는 이번 완주를 방문해서 자신들의 특산품을 소개하는 말차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말차 체험 프로그램은 2가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하나는 말차를 물에 타서 마시는 체험이다. 우리의 다도체험과 비슷한 방식이다. 다완(茶碗)에 물을 붓고, 말차를 적당량 넣어 대나무로 만든 도구로 위아래로 툭 툭 툭 쳐서 잘 풀어주고 나서 도구를 빠르게 저어 잘 섞어준다.

 

말차가 잘 섞인 다완(茶碗)을 왼쪽 손바닥 위에 놓고, 오른쪽 두 손가락으로 다완(茶碗)을 잡아 세 번에 걸쳐 문양이 있는 쪽이 자기 앞으로 오게 한다. 그 위치에서 양손으로 다완(茶碗)을 감싸 쥐고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차를 마시고 나면 준비해 놓은 휴지를 사용해서 다완(茶碗)에 자신의 입술이 닿았던 부위를 닦아준다. 그 후에 다시 다완(茶碗)을 왼쪽 손바닥 위에 놓고, 오른쪽 두 손가락으로 다완(茶碗)을 잡아 세 번에 걸쳐 방향을 돌려 문양이 상대 방향으로 가도록 한다. 그 상태에서 다완(茶碗)을 앞에 내려놓고 체험을 마친다.

 

체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말차 맛도 맛이지만 그 과정을 즐겼다. 모두가 새로운 체험을 했다. 다른 하나는 물에 갠 말차를 다양한 음료와 섞어 마시는 체험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유와의 조합이다. 간단히 우유와 섞어 마셔도 된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말차라테는 이 방식을 응용한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즐겨 마시는 막걸리에 섞어서 마셔도 독특한 맛이 있다. 마침 식사 시간을 이용한 체험이라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서 일본 말차 체험을 즐겼다. 말차 체험을 마치고 완주군청 근처에 있는 자장면 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일본인들은 탕수육과 간짜장을 먹으며 우리나라 음식문화 체험을 함께 즐겼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봉동읍에서 열리는 당산제를 보기 위해 상장기공원으로 갔다. 상장기공원 당산나무 앞에 있는 제단에는 제물이 준비되어 있고, 봉동농악단은 당산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풍물 공연 판을 벌렸다. 일본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은 당산제 자체보다도 농악놀이에 더 흥미가 있어 보였다. 그 분위기에 흥이 오른 일본인들은 농악단과 어울려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한바탕 재미있게 놀았다. 당산제가 예정 시간보다 늦어지면서 제를 지내는 과정을 못 보고 다음 계획된 일정을 위해 완주군 농악 전수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시즈오카(靜岡) 산악회 회원들은 조금 전에 당산제에서 함께 어울려 놀았던 봉동농악단 단원들과 다시 만났다. 이곳에서 봉동농악단 리더의 지도를 받으며 우리의 전통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는 체험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체험이 되었을 것이다. 농악 체험을 마지막으로 완주군과 일본 시즈오카(靜岡) 산악회 회원들과의 교류 행사인 ‘완주 한-일 교류의 하루’ 행사를 마쳤다. 하루 동안 진행한 짧은 일정이었지만 분명 완주를 찾은 일본인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행사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일본에 완주군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어 일본인들이 한 번쯤 방문해 보고 싶은 완주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