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른 가을 꽃을 피우기 시작했던 억새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고, 강물은 하늘빛으로 물들어 쪽빛이 되었다.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이제 겨울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날씨이다. 그래도 아직은 야외 활동하기 좋은 철이다. 유난히 하늘이 맑은 가을날 만경강사랑지킴이 회원들은 만경강 정화활동을 위해 신천습지에 모였다. 정기적으로 해오고 있는 일이다.
만경강사랑지킴이는 만경강 발원지부터 완주군 관내를 흐르는 구간을 모니터링하면서 생태,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 연구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이다. 환경정화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신천습지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정화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만경강사랑지킴이가 신천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만경강의 허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천습지는 만경강과 소양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고산천교부터 하리교 구간을 말한다. 소양천이 합류하면서 세가 커지고 중간에 하리보가 있어 물의 흐름 속도는 둔화되어 자연스럽게 많은 하중도가 생겼다. 하중도에는 습지식물들이 자라고,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조류와 어류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최근에 JTV 창사 26주년 특집으로 방영된 ‘만경강 생태보고 신천습지’프로그램에서 신천습지의 특징을 오랜 기간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잘 보여주었다. 신천습지에는 190여 종의 식물군과 440여 종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황조롱이, 멸종위기야생Ⅱ급인 삵과 같은 동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겨울철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지내는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말 그대로 생태의 보고이다. 만경강사랑지킴이 단체는 만경강 전체의 생태환경을 모니터링하면서 특히 신천습지에 관해서는 집중 관리 필요성을 느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
만경강사랑지킴이 회원들은 신천보와 하리교 중간쯤에서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게와 75리터 대형 쓰레기봉투 하나씩을 챙겼다. 오늘 환경정화 구간은 만남 장소에서 고산천교 구간이다. 제방도로를 따라가면서 양쪽 제방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회수하기로 했다.
도로 갓길과 제방에는 예상외로 쓰레기들이 많았다. 신천습지 구간 제방 도로를 달리는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낚시꾼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 뭉치들, 주변 마을 주민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생활 쓰레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쓰레기를 주우며 여러 생각이 스쳤다. 차를 타고 가면서 마신 음료수 빈 통이나 담배꽁초를 왜 창밖으로 버리고 가는지 그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기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에 의식 변화가 있어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때까지는 우리가 자주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행동을 조금이나마 억제하도록 해야겠다.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와 주민들이 버린 생활 쓰레기는 행정에서 조금 더 관심 가지고 관리했으면 좋겠다. 무관심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도를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계도를 한다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회원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가 손을 바쁘게 놀려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할 틈도 없다. 그렇게 하는 사이 커다란 쓰레기봉투는 빈 공간이 줄어갔다. 신천보에 도착했을 때 개인별로 받은 쓰레기봉투가 거의 가득 찼다.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마무리해서 도로변 여유 있는 공간에 모았다. 쓰레기봉투 외에도 도로 제방에 버려진 어린이용 장난감 차도 한 대 수거했다.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정도의 큰 장난감이었다. 이런 것들은 분리수거하는 곳에 버리면 재활용 가치가 있어 환영받을 것 같은데 굳이 만경강변에 버려야 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1차 수거한 쓰레기봉투를 정리하고 예비로 가져온 쓰레기봉투를 활용해서 나머지 구간 환경정화 작업을 이어갔다. 예비 쓰레기봉투 하나를 가득 채우는데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고산천교까지 청소하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서 중간에 환경정화 활동을 마무리했다. 묵직해진 또 하나의 쓰레기봉투를 앞서 정리해 놓은 쓰레기 더미 옆에 나란히 세워 놓았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모였다. 가득가득 채워진 쓰레기봉투를 보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버려진 양심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환경정화 활동을 마치고 만경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걸어 처음 모였던 곳으로 향했다. 신천보 멀리 새들이 노니는 모습이 보인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많은 새가 찾아올 것이다. 아름다운 신천습지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