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농업유산 대간선수로를 걷다(2)

삼례 찰방교에서 익산 만경강문화관까지

 

대간선수로 1구간(고산 어우보 ~ 삼례 찰방교) 답사를 마치고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요즘 날씨에 장시간 걷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2구간, 3구간은 자전거 도움을 받아 답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답사 일행은 삼례문화예술촌 주차장에서 미리 주문해 놓은 자전거를 타고 대간선수로 2구간(삼례 찰방교 ~ 익산 만경강문화관) 답사에 나섰다.

 

찰방교 방향으로 가기 위해 금반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례역을 지나 금반마을 앞으로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졌지만 아직 일부 구간이 완료되지 않아 개통이 미루어지고 있다. 도로 남쪽 아래쪽으로는 독주항(犢走項) 대간선수로가 복개되어 흐르고 있다. 도로 옆 키보다 낮은 시멘트 구조물 안에는 석지장(石地藏)이 있다. 그냥 보면 제멋대로 생긴 돌덩이다. 지장보살 형상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전에는 밭 가운데 있어 석지장의 존재가 가려져 있었는데 도로가 생기면서 자리를 옮겨 그 모습을 드러냈다. 비 가림을 할 수 있도록 지붕을 씌운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석지장(石地藏)을 뒤로하고 마천마을로 이동했다. 우성아파트 앞쪽에 제수문이 나온다. 제수문에 서면 건너편에 찰방교(察訪橋)가 보인다. 찰방(察訪)은 조선 시대 각 도의 역참(驛站)을 관리하는 종6품의 외관직을 말하는데 역리(驛吏)를 포함한 역민의 관리, 역마 보급, 사신 접대 등을 총괄하는 책임자이다. 찰방교는 만경강을 넘나드는 길목에 있는 다리로 오가는 사람과 물품을 관리하는 곳이고, 한양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찰방교를 지나온 대간선수로 물길은 두 갈레로 갈라진다. 하나는 만경강으로 흐르는 물길이고, 다른 하나는 독주항으로 가는 수로이다. 독주항 수로는 제수문을 지나 마천마을 앞에서 복개된 수로를 따라 흐르다가 삼례역 부근에서 다시 개방 수로로 이어진다.

 

 

대간선수로와 함께 사용했던 또 다른 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만경강으로 흐르는 수로 제방길을 따라 자전거를 달렸다. 삼례교 아래에 있는 취입 수문을 보러 가는 길이다. 가는 도중에 오른쪽을 보면 수도산 아래쪽에 있는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 1933년 준공한 등록문화재인 삼례양수장 건물이다. 익산 지역으로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삼례양수장을 지나 만경강과 만난 지점에서 삼례교 방향으로 향했다.

 

삼례교 아래에는 작은 다리가 남아 있다. 삼례교가 들어서기 전에는 작은 다리를 이용해서 강을 넘나들었다. 이곳 삼례보에서 취입한 만경강 물은 수로를 통해 비비정수도를 지나 후정제수문 부근에서 대간선수로와 합류하도록 설계되었다. 만경강이 오염되면서 취수가 중단되었지만 지금도 제수문 옆에 수문이 남아 있다. 삼례교 끝 도로 위에서 비비정 방향으로 보면 옛 수로가 보인다.

 

삼례교에서 다시 비비정 방향으로 자전거길을 따라 움직였다. 비비정 바로 아래쪽에서는 터널을 통해 물이 흐르도록 했다. 터널 입구에는 비비정수도(飛飛亭隧道)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수로 제방은 옛 토성이 있던 흔적이라고 한다. 옛 만경강은 교통로이면서 때로는 적의 침공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비비정 주변에 토성을 쌓아 대비를 했다.

 

 

비비정 아래를 지나자 비비정 예술열차가 맞이한다. 비비정 예술열차가 놓인 철교는 KTX 고속 열차 철교가 생기면서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지금은 열차가 다니던 그 자리에 비비정 예술열차가 서 있다. 철교 위에 놓인 철도 차량에는 식당, 카페, 기념품 판매장 등을 갖추었다. 노을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예술열차는 비록 멈추어 있지만 사람들 마음속에는 신나게 달리는 열차로 자리 잡았다.

 

비비정 예술열차를 지나 달리다 보면 느티나무 쉼터가 나온다, 만경강 자전거 길을 지나는 라이더들이 쉬었다 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쉼터 앞에서 비비정도수를 지나온 물길이 금와습지 방향으로 꺾인다. 물길을 따라가면 금와습지 부근에서 독주항을 지나온 물길을 다시 만난다. 독주항과 만나는 지점에서 물길이 막혔다. 비비정 방향 물길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생태습지 역할만 하고 있다.

 

독주항 물길은 후정제수문을 지나 철길과 나란히 흐른다. 물길을 따라가다 도로를 만난 지점에서 잠시 도로를 이용해서 우회해서 가야 한다. 중간에 철도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도로를 따라 대간선수로 방향으로 가면 철길을 지나는 물길을 만난다. 시간을 잘 맞추면 대간선수로를 가로질러 달리는 기차 풍경도 볼 수 있다.

 

 

철길을 빠져나온 물길은 마을 앞을 지나 방향을 틀어 어전리 방향으로 쭉 뻗어 일자로 흐른다. 중간에 수로 다리 위에서 보면 우석대학교 본관 건물이 대간선수로 위에 반영을 드리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석대학교 본관은 1989년 23층(88m) 규모로 지은 건물이다. 2022년 완주군과 우석대학교는 본관 건물 23층에 전망대를 조성해서 군민과 공동으로 이용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전망대가 조성되면 완주는 물론 전주, 익산, 군산, 김제 5개 시·군과 천혜의 만경강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완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대간선수로와 접하고 있는 원어전마을 골목은 깔끔하다. 골목 안쪽에는 옛 공동우물도 잘 보존되어 있다. 다시는 우물을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마을 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장소라서 의미가 있다.

 

원어전마을을 지나면 익산시 춘포면이다. 이번에는 익산천이 물길을 가로막는다. 대간선수로 물길은 잠관을 통해서 익산천 건너편으로 흐른다. 천호천 잠관에 이어 두 번째 잠관을 이용해서 교차하는 물길을 건넌다. 잠관 입구를 확인하고 우리는 춘포면 화정마을 앞에 놓인 익산천 다리를 건너 반대편 제방으로 갔다. 화정마을은 봉개산(49m)에 기대어 있는 제법 큰 마을이다. 현재의 춘포면 소재지가 발달되기 이전에는 이곳이 춘포의 중심이었다. 익산천 물줄기가 현재 위치로 된 것도 일제강점기 1925년부터 진행된 만경강 개수공사 일환이었다. 익산천 이름도 그때 얻었다. 그 이전에는 물길이 봉개산 북쪽으로 흘렀다.

 

화정마을 앞에서 제방길을 따라 잠관이 지나는 곳으로 가면 잠관 출구가 보인다. 잠관을 통해 익산천을 건너온 대간선수로 물길은 왕지평야를 향해 힘차게 흐른다. 서쪽으로 향하던 물길이 익산시 동산동 방향으로 꺾여 흐른다. 거침없이 쭉 뻗은 물길이 길게 이어졌다. 다시 한 번 잠관이 나온다. 이번에는 반대 구조로 되어 있다. 대간선수로 물길은 그대로 지나는데 반해서 교차되는 물길인 중문천이 잠관을 통해서 대간선수로 밑으로 흐른다. 본래는 대간선수로가 잠관을 통해서 이동했는데 현재는 역할이 바뀌었다.

 

본래 익산천 물길은 만경강 개수공사 이전에는 이곳으로 흘렀다. 옛 지도를 보면 수로 폭이 넓은 곳은 100m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익산시 금마저수지와 왕궁면 왕궁저수지에서 흘러온 물길이다. 옛날에는 왕궁면 도평(섬드리)마을 앞으로 배가 드나들었다고 전해지는데 하천의 규모로 보아 가능한 이야기이다. 익산천이 현재 위치에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있던 큰 물길이 작아지고, 잠관도 서로 바뀌었다.

 

 

물길은 교차로를 거침없이 통과해서 목천포천과 다시 교차한다. 이번에는 잠관을 통해서 지난다. 1909년 초기 대간선수로 공사 때는 목재 통교로 만들었다가 2022년 대간선수로 확장 공사를 할 때 잠관으로 바뀌었다. 잠관 입구에는 휘호석(功利周及, 공리주급)이 걸려 있다. 일제강점기 익산에서 대농장을 소유했던 박기순의 아들 박영철이 1922년 전라북도 참여관 시절에 쓴 휘호이다.

 

박영철은 일제강점기 익산군수와 전라북도 참여관을 지낸 친일 관료였다. 목천포천 잠관을 지나면 원석암마을이 나온다. 마을 앞 모정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쉬었다. 모정 안에는 경우정(耕友亭) 현판이 걸려 있다. 한옥 구조로 지은 모정 천정은 흙으로 마무리되어 있고, 서까래가 가지런히 드러나 보인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정이다.

 

마을 언덕에는 팔의정(八宜亭) 정자도 있다. 광산 이씨 집안에서 1935년 세운 정자이다. 팔의정은 ‘형 되기 마땅하고 아우 되기 마땅하다(의형의제, 宜兄宜弟)’는 시경 구절에서 따온 이름이다. 팔의정에 올라 왕지평야를 바라보았다. 멀리 모악산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봉개산이 들판 위에 살짝 도드라져 보인다. 탁 트인 넓은 들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의정에서 내려와 다시 대간선수로를 따라 자전거를 달렸다. 얼마 가지 않아 신흥제수문에 도착했다. 제수문에서 황등저수지 방향으로 가는 물길이 갈라진다. 이곳에서 황등저수지로 가는 물길을 제2도수로라고 불렀다. 만경강 삼례보에서 취수한 물을 황등저수지로 보내기 위해 황등에 있던 임익수리조합에서 1911년 만든 수로이다. 조금 더 가면 대간선수로 옆으로 새로운 물길이 하나 더 생긴다. 예전에는 대간선수로에서 물길이 갈라져 황등저수지(개간 후에는 개답지)로 물을 보냈지만 지금은 그 물길을 사용해서 금강에서 취수한 물을 받아 김제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강에서 흘러온 물은 대간선수로와 분리되어 나란히 가다가 동산제수문 부근에서 김제 방향으로 갈라진다. 대간선수로와 금강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나란히 신흥정수장 앞으로 지난다.

 

정수장 앞에서 상수도용으로 사용할 물을 대간선수로에서 펌프를 이용해서 취수한다. 취수한 물은 수원지로 들어가 침전해서 정수장으로 옮겨져 정수 과정을 거쳐 각 가정에 공급된다. 금강 물길은 그대로 신흥정수장을 패스해서 지나간다. 김제지역 농업용으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정수장을 지난 물길은 동산동 방향으로 흐른다. 조금 가다 보면 금강 물줄기는 복개되어 관로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대간선수로만 보인다. 어느 구간 수로 제방에는 맥문동꽃이 단정하게 피어 있고, 수로에 늘어진 개나리도 보인다. 봄철 개나리꽃이 노랗게 핀 대간선수로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물길은 동산동 유천생태습지공원 옆으로 지난다. 폐수처리장에서 나온 물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공원과 연계되어 제방길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다른 구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대간선수로를 달리고 있는 역할을 잠시 잊고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이 되어 휘파람을 불며 물길을 따라 달렸다. 유천생태습지공원 입구부터 달라진 분위기는 동산동 은하수로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대간선수로에는 수초가 자라고 있어 자연스러움이 회복되었고, 물길을 따라 데크길을 만들어 멋진 산책로가 되었다. 데크길 반대편 제방에는 해바라기가 줄지어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해바라기꽃이 활짝 핀 꽃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고 싶다. 대간선수로를 어떻게 친수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대간선수로는 동산동 은하수로를 지나 도로를 건너 동산제수문 방향으로 굽어 흐른다. 물길이 꺾이는 부분에서 금강 물줄기는 갈라져 만경강 방향으로 계속해서 관로를 따라 흐른다. 대간선수로 이전 1909년 설립한 임익남부수리조합은 만경강 삼례보에서 취수한 물을 비비정수도를 거쳐 신흥관리소까지는 임익수리조합과 함께 수로를 함께 사용한다.

 

신흥관리소에서 동산리관리소까지 흘러온 물길은 이곳에서 산수선(山水線)과 천수선(川水線)으로 갈라졌다. 산수선은 동산동, 인화동, 주현동, 평화동에 물을 공급하고 익산대로를 횡단해서 오산천으로 흘렀다. 산수선 물을 공급받던 논이 도시로 개발되면서 그 기능이 상실되어 산수선은 폐지되고 그 흔적 일부만 동산제수문 옆에 남아 있다. 천수선은 목천포 방향으로 흘러 익산원예시장을 지나는 약 15km 구간을 말한다. 1920년 익옥수리조합으로 합병된 후에 대간선수로를 이용하면서 천수선 역시 폐지되고 일부만 배수로 형태로 남아 있다. 동산제수문의 역할도 축소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제수문은 규모가 작아졌다.

 

물길은 옛 농촌진흥원이 있던 산을 감싸고돌아 동춘교와 메타누리길을 지나 나루터 방향으로 흐른다. 나루터로 가는 구간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답사 구간 중에서 가장 거칠었다. 중간중간 만나는 물웅덩이가 신경을 거슬렸다. 나루터 가는 중간쯤에 만정양수장이 있다. 대간선수로 물이 부족할 때 만경강 물을 옛 강을 통해 받아서 공급해 주던 시설이다. 낡은 건물을 보면 이제는 그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대간선수로는 나루터를 지난다. 만경강 개수공사(1925년~1938년)를 하기 전에는 나루터 앞으로 강물이 흘렀다. 지금도 대간선수로 옆으로 옛 강 흔적이 남아 있다. 나루터 지명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지만 국숫집 간판에는 또렷이 새겨져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나루터를 지난 대간선수로는 계속 흘러 평화동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육교를 지난다. 다시 한 번 우회해야 하는 구간이다. 만경강문화관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도로를 건넜다. 도로 서쪽 편으로 나란히 대간선수로가 흐른다. 대간선수로를 만나 거슬러 올라가 조금 전에 지나온 육교 근처로 갔다. 육교를 지나온 물길은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도로를 따라 반듯하게 물길을 이루었다.

 

 

이곳 역시 물길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해서 숲길을 만들었다. 훌륭한 자전거 길이 되고, 멋진 산책로가 되었다. 시내 외곽 대간선수로 물길 주변은 이렇게 정비해서 작은 공원으로 만들어 활용하면 좋겠다. 대간선수로 서쪽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이곳은 1926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경지정리가 진행된 곳이다. 경지정리 단지 안에는 6개 동척마을이 있었다. 지금은 동척마을 명칭이 1동척(신광마을), 2동척(금몽마을), 3동척(부농마을), 4동척(화정마을), 5동척(야동마을), 6동척(유신마을)으로 바뀌었다. 만경강 방향으로 흐르던 대간선수로는 전군가도 동자교를 지나면서 물길을 군산 방향으로 틀었다. 이곳부터는 한동안 전군가도와 나란히 옥구저수지를 향해 흐르게 된다.

 

이번 대간선수로 2차 답사는 동자교에서 마무리했다. 답사를 통해서 대간선수로가 완주와 익산의 소중한 농업 유산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대간선수로를 친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도 보았다. 만경강문화관을 중심으로 만경강 자전거길과 연계한 멋진 자전거 코스라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마지막 대간선수로 3차 답사는 만경강문화관에서 시작해서 종점인 군산 옥구저수지까지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