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농업유산 대간선수로를 걷다(3)

만경강문화관에서 옥구저수지까지

 

대간선수로 탐방 세 번째 코스는 익산에 있는 만경강문화관에서 군산 서쪽에 있는 옥구저수지까지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코스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긴 코스이다. 이번에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기로 했다. 답사 일행은 오전 7시 도착지인 옥구저수지에 모였다. 타고 온 차를 목적지에 두고 승용차 1대를 이용해서 자전거가 기다리고 있는 만경강문화관으로 향했다.

 

 

만경강문화관에 도착하자 자전거가 반갑게 맞이한다. 2차 답사 때 이용했던 자전거와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 타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만경강문화관 주차장을 나와 신호등을 건너 조금 가면 대간선수로가 보인다. 익산버스터미널 부근에서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반듯하게 흘러온 물길이 번영로를 지나면서 방향을 다시 90도 꺾어 도로와 나란히 달린다.

 

번영로는 전주와 군산을 잇는 1908년에 개통된 신작로로 전군가도라고도 불렀던 길이다. 아직 철도가 개통되기 전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만들었다. 1975년 도로를 확장하면서 재일교포들이 기증한 벚나무를 가로수를 심어 한때 벚꽃 명소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기도 하다. 물길 방향을 확인하고 수로 옆길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가 불편한지 흔들림이 심하게 전해진다. 그럴수록 엉덩이도 인상을 쓴다. 1,2차 답사 때 지나왔던 길과 비교하면 이곳은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데 문제는 없지만 아주 편안한 길은 아니었다. 대간선수로가 번영로를 따라 반듯하게 흐르고 있어 큰 변화가 없는 구간이라서 자전거에 집중하면서 달렸다.

 

 

대간선수로 물길은 익산원예농협 채소류 공판장 앞을 지난다. 그러자 이번에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1926년 우리나라 최초로 경지정리를 했던 구역에 있던 6개 동척마을 중의 하나이다. 예전에는 3동척이라 부르다 1973년부터는 부농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다. 들판 중간에 있었던 작은 동척마을의 경우 마을에 가게 하나가 없어 불편했는데 부농마을에는 동척상회라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물론 이 가게도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옛집은 헐리고 반듯한 현대식 주택이 들어섰다.

 

부농마을을 지나면 큰 사거리가 나온다. 번영로와 김제-익산을 잇는 산업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도로를 건너면 오산리천잠관이 나온다. 대간선수로는 오산리천과 만나는 지점에서 잠관을 통해 물길을 건넌다. 오산리천잠관을 빠져나온 물길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유유히 흐른다. 한참을 달리다 보면 왼쪽에 소망교회가 보이는 작은 마을이 보인다. 5동척마을이었던 야동마을이다. 야동마을을 지나면 역시 왼쪽에 오산남초등학교가 있다. 이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남전교회가 나온다. 익산4.4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교회로 남전교회 출신 4명이 익산4.4만세운동 당시 순국했다.

 

 

오산남초등학교 앞을 지나 반듯하게 흐르던 물길이 오산면 신석마을을 감싸고돌아 흐른다. 대간선수로를 만들 당시 이미 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우회해서 물길을 만들었나 보다. 마치 물돌이 강물이 흐르는 장면이 연상된다. 마을 중간쯤에 있는 물길에 늘어진 자귀나무가 멋스럽다. 아직 꽃송이가 드문드문 보이기는 하지만 꽃이 만발할 때 보았다면 더 장관이었겠다. 신석마을을 지나온 물길이 다시 번영로 가까이 가는 중간에 작은 물길을 지난다. 삼길천잠관이다. 이번에도 역시 잠관을 통해서 삼길천을 건넌다. 삼길천 잠관을 빠져나온 물길은 한동안 번영로와 나란히 흐른다.

 

이번에는 탑천이 대간선수로를 가로막는다. 탑천은 익산 미륵사지에서 흘러온 물길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이곳에서 가까운 대야면 죽산리 탑동마을에 고려시대 3층 석탑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탑천 바로 옆에는 전망대가 있다. 지금은 거의 찾는 이가 없지만 예전에 번영로가 벚꽃 명소로 이름을 날렸을 때만 해도 휴게소도 있었고, 찾는 사람도 많았던 곳이다. 대간선수로 물길은 다시 한번 잠관을 통해서 탑천을 건넌다,

 

 

탑천을 지난 물길은 다시 번영로를 따라 반듯하게 흘러간다. 서서히 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진다. 그러는 사이 다시 물길을 만났다. 복천잠관을 통해 가볍게 통과했다. 대간선수로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만치 않다. 잠시 서해안 고속도로 아래에서 비를 피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비가 잠시 내리다가 멈추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야속하게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빗속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대간선수로 물길은 서해안고속도로 진입 인터체인지 부근 번영로에서 멀어져 옥산 방향으로 꺾였다. 우리도 물길을 따라 방향을 잡았다. 한참을 따라가는데 길이 막혔다. 물길을 따라갈 수 없었다. 우회해서 가야 하는 구간이다. 멀리 돌아서 가다 보니 대간선수로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도로를 이용해서 대간선수로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대간선수로가 두 갈레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다시 만나 물길을 따라갈 수 있었다. 이 구간은 자전거 도로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어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빗방울도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다. 가는 도중에 서포 소수력발전소(군산시 개정면 발산리 469-16)를 만났다. 군산시 나포면에 있는 서포양수장에서 금강 물을 양수해서 이곳에서 발전을 하고 나온 물을 대간선수로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옥구저수지로 가는 물은 과거에는 순수하게 만경강 물만 공급되었지만 현재는 금강 물이 함께 공급되고 있다.

 

 

서포 소수력발전소를 확인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옥산면 접산 버스정류장 옆에 슬레이트 지붕을 하고 있는 기다란 집이 눈에 띈다. 옛 버스정류장 건물로 사용했던 집이라고 한다. 조금 더 가면 2층 구조의 색다른 집이 나온다. 집주인을 만나면 무슨 사연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집이다. 대간선수로 주변에는 이렇듯 다양한 풍경이 있어 이야기를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물길은 군산시 옥산면 소재지 앞을 지나 들판을 가로질러 흐른다. 먼 길을 오면서 물길은 작아졌지만 흔들림 없이 흘러간다. 반듯하게 흐르던 대간선수로 물길이 굽어 흐르며 다른 물길과 교차한다. 다른 방향 물길과 같은 방향으로 다리가 놓여 있는데 칠다리라고 부른다. 대간선 물길을 가로질러 놓은 다리 구조가 마치 한자 칠(七)을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칠다리를 지난 물길은 다시 반듯하게 흐르다 원이곡마을을 지나면서 방향이 꺾인다.

 

방향이 꺾인 부분에 이곡가압양수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대간선수로 물을 옥구저수지 양수장까지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곡가압양수장을 지나 조금만 가면 여산송씨 군산종친회 재실이 나온다. 입구에는 강암이 쓴 瞻仰門(첨앙문) 현판이 걸려 있다. 여산송씨 재실을 나와 물길을 따라 달렸다.

 

이번에는 철길이 가로막는다. 지금은 폐역이 되어 사라진 옥구역으로 가는 옛 철길이다. 방법이 없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우회해야 한다. 바로 옆에 있는 큰 제방길을 이용해서 철길을 건넜다. 철길을 건너면 미제천잠관이 나온다. 미제천은 새로운 물길이 생기면서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었고, 새로 만들어진 천이 대간선수로와 합해졌다가 수문을 통해 미제천잠관으로 보내진다.

 

 

미제천잠관을 지난 물길을 따라가면 옥구읍 소재지가 나온다. 대간선수로 물길은 옥구읍 소재지 입구를 거쳐 옥구저수지 방향으로 흐른다. 앞에서 보았던 철길도 물길과 나란히 지난다. 옥구저수지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 錢洗制水門(전세제수문)이 있다. 제수문 초기 상태가 잘 남아 있는 제수문이다. 전세제수문을 지나 옥구저수지 입구에 있는 마산양수장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한 대간선수로 물은 마산양수장 펌프를 이용해서 옥구저수지에 담긴다. 양수장 입구에는 마산제수문이 있는데 옛 제수문을 일부 철거하고 새로 만든 제수문이다. 그런 과정에서도 옛 제수문 기록은 잘 남아 있다.

 

마산양수장을 돌아보고 옥구저수지 제방 위에 올라갔다. 시원한 풍경을 보니 순간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완주군 고산면에서 시작된 물길이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알고 나니 옥구저수지가 새롭게 보였다. 힘들게 체험하면서 얻은 결과이다. 탁 트인 저수지 풍경을 바라보면서 세 번에 걸쳐 진행한 대간선수로 답사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