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 꽃향기가 그윽한 삼례 수도산 근린공원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시기가 되면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수도산 근린공원에는 향긋한 꽃향기가 날리기 시작한다. 공원 곳곳에 심어져 있는 은목서가 하얀 꽃을 피운 덕분이다. 수도산 근린공원 주변에는 비비정을 비롯해서 비비정예술열차, 정수장을 이용해서 만든 비비낙안카페 등이 있어 가을철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하늘빛이 좋은 오후 싸드락싸드락 수도산 근린공원 산책을 다녀왔다.

 

수도산 근린공원에 있는 파크골프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먼저 비비정마을로 내려갔다. 비비정(飛飛亭) 정자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예부터 선비들이 많이 찾던 곳이었지만 비비정마을이 형성된 시기는 1930년대라고 한다. 만경강에 제방 공사 영향으로 장마철에 침수 문제를 겪던 안좌리, 대천리, 신안리, 하백리 네 개 마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주 1세대들이 어렵게 가꾸어놓은 비비정마을은 이제는 살기 좋은 반듯한 마을이 되었다.

 

골목 옆 석축 사이에 심은 바위솔이 예쁘게 자라고 있고, 집안에 있는 꽃밭에는 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어느 집 담장 너머로 잘 익은 석류가 보석처럼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주기도 한다. 풍요로운 풍경이다. 볕이 잘 드는 담장 옆에서 마을 주민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을 가운데쯤 있는 건물에는 벽화가 잘 그려져 있다. 비비정의 특징을 섬세하게 그려놓았다. 마을을 빠져나갈 즈음에 밭에서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구마 수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잘 다듬어진 고구마가 여러 무더기 보인다. 고구마 농사가 잘 되었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간식이 되어줄 것이다.

 

 

비비정마을을 지나면 수도산 아래쪽에 붉은 벽돌로 지은 집이 보인다. 1930년대 지은 양수장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익산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든 수도 시설 중의 하나이다. 양수장 동편 들판에 만든 두 개의 집수정에서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끌어와 수도산 위쪽에 있던 집수 탱크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안에는 지금도 정수장으로 물을 공급할 때 사용했던 펌프들이 남아 있다.

 

양수장 건물을 지나 수도산 정상에 있는 정수장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계단을 부분적으로 나무로 보완하기도 하고, 옆에 손잡이 가이드를 설치해서 편하게 오를 수 있게 해놓았다. 정수장은 1929년 10월 10일 이리 상수도 시설 허가를 받아 1931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1933년 10월 11일 준공식과 함께 통수식을 하게 된다. 90년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다. 정수장이 있던 곳은 비비낙안카페로 변신했다. 집수 탱크와 일부 남아 있던 정수 시설도 자연스럽게 카페의 한 부분이 되었다.

 

 

비비낙안카페를 지나면 수도산 근린공원으로 이어진다. 산 이름이 왜 수도산이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수도 시설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도산은 삼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역에서 같은 연유로 수도산으로 불리고 있다. 수도산 근린공원에는 상생도시숲이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상생도시숲은 미세먼지 저감과 녹색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나무를 심어 만든 숲을 말한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나무를 만나게 된다. 북쪽 산책로를 따라 늘어서 있는 백합나무라고도 불리는 튤립나무는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서쪽으로 기운 햇빛을 받은 튤립나무 잎이 아름답다.

 

산책로 좌우 측은 파크골프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회원으로 가입한 후에 이용할 수 있다. 9개 홀로 된 파크골프장에서 주민들이 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친구와 둘이서 즐기는 팀도 있고, 혼자서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산책로를 돌아 철길과 나란히 가는 길로 들어섰다. 진한 꽃향기가 다가온다. 산책로를 따라 은목서가 하얀색 꽃을 잔잔하게 피웠다. 비슷한 꽃향기를 가진 금목서는 노란색 꽃을 피우고, 은목서는 흰색 꽃을 피운다. 은목서는 산책로 뿐만이 아니라 숲속 중간중간 심어져 있어 수도산 상생도시숲 전체가 꽃향기로 가득하다. 나무 사이로 쉼터도 있고,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도 있어 가족 단위 소풍 장소로도 좋겠다.

 

 

날씨가 좋아 조금 더 걷고 싶었다. 수도산 상생도시숲을 나와 비비정 방향으로 향했다. 비비정에 올라 만경강 풍경을 바라보았다. 옛 선비들은 이곳에서 모래밭에 새들이 노는 풍경을 감상했겠지만 지금은 모래밭 대신 억새꽃이 핀 풍경을 볼 수 있다. 가을철 만경강이 자랑하는 풍경 중 하나이다. 비비정에서 만경강 자전거 도로로 가려면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가야 한다. 계단 옆으로 줄지어 있는 산수유나무에는 열매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계단을 지나 만경강 자전거도로에 내려섰다. 구 만경강철교 위에 놓인 비비정예술열차가 만경강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준다. 비비정예술열차는 카페, 식당, 공예품 판매장을 갖추고 비비정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노을 맛집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열차 카페에 앉아 만경강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구 만경강철교를 지나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넘실대는 풍경이 압권이다. 억새꽃 풍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를 안고 걸어야 한다. 억새꽃이 역광을 받고 있을 때 더 예쁘기 때문이다. 억새꽃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채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계속해서 걷고 싶은 길이다. 다음에는 만경강 억새꽃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 산책을 시작했던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