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문화재 활용사업, 만경강 야행 참가기

 

완주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만경강사랑지킴이(회장 손안나)가 진행하는 생생문화재 활용사업 중의 하나인 만경강 야행에 참석했다. 만경강 삼례 구간에서 진행되는 두 번째 야행 행사이다. 토요일은 고정 일정이 있어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꼭 참석해 보고 싶은 욕심에 어렵게 일정 조정을 해서 참석할 수 있었다. 만경강 걷기와 비비정 예술열차에서 열리는 버스킹과 함께하는 치맥파티가 기대되었다.

 

걷기 좋은 만경강 벚나무 가로수 길

토요일 오후 5시 살짝 더위가 고개 숙이는 시간, 참가자들이 집결지인 비비정 주차장으로 속속 모였다. 모두 참가비를 내고 신청한 사람들이다. 만경강 야행 참가자들은 그만큼 완주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겠다. 인원 체크를 마치고 행사 지원 차량을 이용해서 걷기 출발지인 삼례 하리교 앞으로 이동했다. 날씨가 덥지 않은 시기였다면 회포대교에서 출발해서 신천습지를 거쳐 하리교를 지나 비비정까지 걸을 수 있었는데, 요즘 날씨로는 무리라고 판단해서 하리교부터 비비정까지 걷는 것으로 코스를 조정했다고 한다.

 

하리교 앞에 모인 만경강 야행 참가자 일행은 만경강사랑지킴이 손안나 회장의 해설을 들으며 만경강을 걸었다. 하리교에서 삼례교까지 가는 구간은 제방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제방 도로 양쪽에는 벚나무가 촘촘히 늘어서 터널을 이루면서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다. 그늘만으로도 좋은데 마침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걷기 행사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구간은 특히 봄에 벚꽃이 활짝 피면 환상적인 꽃길이 된다. 벚꽃 필 때 걷기 좋은 길로 추천해 주었다.

 

 

만경강 제방길 바깥쪽을 보면 비닐하우스가 많이 보인다. 삼례 특산물인 딸기 재배용 비닐하우스였다. 지금은 비닐하우스 안에 딸기 묘목을 키우고 있다. 내년 농사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장마 때 비닐하우스가 있는 들판이 물에 잠겨 피해를 입기도 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피해 복구를 잘 해서 내년에도 삼례에서 풍성한 딸기 향연이 열리길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만경강에서는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로 옆에 낚시 금지구역 표지판이 무색해 보인다. 만경강은 완주군의 보배임에 틀림이 없다. 산업적으로 기여하는 효과 외에도 생태·관광 측면에서도 무한한 가치를 지닌 자원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보전하면서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경강 주변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 보니 삼례교 앞까지 왔다. 삼례교 앞쪽에는 작은 낡은 다리가 놓여 있다. 삼례교를 만들기 전에 사용했던 옛길이다. 삼례교 앞에서 제방 도로는 멈추었다. 이곳부터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서 걸었다. 자전거용 다리 옆에는 사람들이 오갈 때 이용했던 옛 다리도 보인다. 자전거 도로는 삼례교 아래를 지난다. 삼례교 아래 강에서는 조개잡이 하는 모습도 보인다. 만경강에 어떤 조개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삼례교를 지나자 멀지 않은 곳에 비비정 정자와 비비정 예술열차가 보인다. 목적지가 가까워졌다. 비비정까지는 그늘이 없는 구간이지만 이미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고,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옛 만경강은 교툥로이면서 때로는 적의 침공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비비정 주변에 토성을 쌓아 대비를 했다. 비비정 있는 자리에는 초소를 두고 오가는 배들을 감시했다, 비비정 정자는 1573년(선조 6) 무인(武人) 최영길이 세웠다. 그 후에 철거되었다가 1752년 관찰사 서명구가 중건했다. 이 역시 세월이 흐르면서 없어졌다가 1998년 복원되었다.

 

비비정 아래를 지나자 비비정 예술열차가 맞이한다. 비비정 예술열차가 놓인 철교는 KTX고속열차 철교가 생기면서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대신 열차가 다니던 그 자리에 만경강 예술열차가 서 있다. 예술열차는 멈추어 있지만 사람들 마음속에는 신나게 달리는 열차로 자리 잡았다. 비비정 예술열차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이다. 예술열차 끝에 설치된 버스킹 무대에서는 벌써 공연이 시작되었나 보다. 흥겨운 음악이 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음악소리를 따라 버스킹 무대로 향했다.

 

비비정 예술열차 치맥파티

 

 

비비정 예술열차 끝에 위치한 버스킹 무대에서는 초대 가수로 참석한 세미콜론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세미콜론은 완주군 생활문화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멋진 공연을 펼쳐 군민들에게 잠시 편안한 쉼을 제공하고 있는 팀이다. 만경강 야행을 진행하는 스텝들은 치맥파티를 열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먹거리로 치킨, 김밥, 샌드위치, 과일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치킨과 잘 어울리는 맥주와 음료수가 얼음물에 가득 채워져 있다. 만경강 바람도 한몫 거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강바람은 더 시원해졌다. 만경강 야행 걷기를 마친 참가자들에게는 치킨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딱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그다지 덥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2시간 정도 걸었기 때문에 시원한 맥주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참가자들은 일행들끼리 삼삼오오 어울려 치맥파티를 즐겼다. 음식을 먹는 시간 동안에는 무대에서는 조용한 노래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모두가 ‘만경강 야행을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오늘 만경강 야행 참가자 모두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무대에서 연주하는 음악의 리듬도 바뀌었다. 경쾌하고 빠른 노래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사람들 얼굴도 하나둘 노을을 닮아갔다. 참석자 모두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겨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고조된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진행 팀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밤을 새울 기세였다. 예정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치맥파티를 마칠 수 있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만경강 야행을 통해서 완주의 소중한 문화·관광 자원을 알게 되었고, 모처럼 더위를 떨쳐버리고 편안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좋은 체험이었다. 삼례에 만경강과 비비정, 비비정 예술열차로 이어지는 관광자원이 있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삼례의 멋진 관광 자원을 활용한 이런 행사가 자주, 아니 정기적으로 열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