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리적 특성 해전은 지명에서부터 물과 관련이 깊다. 조수가 들어오던 마을임을 직감할 수 있다. 만경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서해에서 올라오는 조수(潮水)가 드나들며 형성된 충적층이 들판이 되고, 사구가 형성된 지대에 촌락이 들어선다. 해전뜰과 해전마을의 이력이 그러하다. 해전은 하천수보다 조수가 우세해서 얻은 지명이다. 한편 만경강은 해전부터 백사장이 형성된다. 이때는 조수보다 하천이 우세한 현상이다. 만경강이 고산천 상류로부터 거세게 내려오다가 해전 앞에 이르러 강을 이루며 순해진다. 상류로부터 모래를 몰고와 백사장을 이루고, 하류로부터는 조수가 미립자를 밀고와 하천부지를 마련하였다. 해전 앞은 넓은 하천부지와 명사십리를 방불케하는 백사장이 동시에 병존하는 곳이다. 해전 마을 토질은 비비정 동쪽, 즉 하리나 와리, 신탁리 등과 다르다. ‘동부리’는 사질토가 우세한 반면에 ‘서부리’는 점질양토(粘質壤土)가 우세하다.1) 따라서 서부리는 동부리에 비해 표토가 깊으면서도 점토 성분이 많아 유기질이 풍부하다. 점질양토는 배수도 잘 된다. 동부리 땅은 사석토여서 배수가 헤플 정도로 잘 된다. 논물이 머물지 않고 쉽게 빠져나간다. 문제는 논에 물이 머물러있어
5. 어전리 농사여건과 변천과정 1) 어전리 홍보문구는 ‘명품쌀’ 삼례 사람들은 삼례 일대에서 밥맛이 가장 좋은 쌀로 ‘어전쌀’을 꼽는다. 어전리 사람들도 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러면서도 썩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지금 와서 쌀이 좋고 밥맛이 좋아봐야 뭐하냐는 식이다. 이렇듯 농촌에서도 벼농사지대는 아무런 보람이나 영화를 누리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여기는 질땅이라 물이 안 빠져서 하우스를 못합니다. 오로지 벼농사만 해요. 농민의 날 행사장에 가면 어전리는 ‘명품쌀’이라는 홍보문구를 붙여놓습니다. 내세울 게 그것밖에 없어요. 해전은 수박자랑, 신금리는 딸기자랑하는데 우리는 밥맛밖에 없어요. 공장이 있나, 짐승을 키우나, 하우스를 하나, 그런 게 없으니까 깨끗하고 청정하기는 합니다.”1) 정관옥의 위 말 속에는 현단계 농가소득의 현실이 담겨 있다. 즉 공장지대여서 부동산 가치가 있거나, 축산을 하거나, 원예농업을 하지 않으면 농촌에서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청정하기는 하다’는 말이 자조적인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어전리 쌀이 명품인 까닭은 말 그대로 ‘질땅’이기 때문이다. 삼례의 토질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비비정 동부지역은 대부분
4. 어전리 거부 도씨(都氏)들의 행적 1) 전익수리조합과 어전리 도씨 일가 필자는 어전리 마을조사를 하면서 제보자 정관옥(80세, 1942년생)으로부터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이 마을이 옛날에는 ‘도’씨들이 많았는데, 거부로 살았다. 지금은 한 사람도 안 산다. 후손이 어디에 사는지는 모른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 마을에 ‘이엽사농장’이 있었고, 농장이 대간선 제방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엽사농장(二葉社農場)은 일본 니가타현 출신 자본가인 시라세(白勢春三)와 시라세이(白勢量作)가 1926년에 설립한 전형적인 식민농업회사로서 본점을 전주에 두었다. 1927년경 이엽사는 전주의 삼례농장, 익산군의 황등농장, 옥구군의 서수농장 등 세 개의 농장에 총 1,200정보(논 1,000정보, 밭 200정보)의 땅을 확보하고, 이를 1,700여 명의 한국 소작인들에게 경작시키고 있었다. 이엽사의 삼례농장과 관련된 사무실겸 창고가 어전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도씨’(都氏)를 찾아 나섰다. 우연치 않게 자료에서 어전리 도(都) 씨들을 발견하였다. 『전북농조80년사』의 <全益수리조합> 항목에서 都씨들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전익수리조합&g
<새 연재 안내> 삼례 마을사 연재를 처음 시작합니다. <삼례읍지> 편찬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식 박사(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특별연구원)가 쓰는 삼례 마을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어전리>입니다. <어전리> 이야기는 3회에 걸쳐 나누어 싣겠습니다. 이어서 삼례의 마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어가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어전리의 지리적 위치 어전리 마을이야기는 위 영상지도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위 지도는 삼례의 서부 평야지역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의 맨 하단으로는 만경강이 흐른다. 그 위 하얗게 보이는 곳이 원예농업이 왕성한 해전마을 비닐하우스 지대이다. 도작(稻作)지대임에도 벼농사를 대체해 원예농업이 시행되고 있다. 그 위쪽 지역은 보다시피 격자식으로 경지정리된 해전・어전 평야이다. 붉은 실선으로 표시한 어전리 구역 중심에, 지도상에 ‘어전리’라고 쓰인 글자 바로 위에 ‘원어전’이 자리한다. 어전리 1구이다. 위 영상지도에서 보듯이 해전 일대는 거의 원예지대인 반면에 어전리는 온통 벼농사지대이다. 벼농사에 비해 소득과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농업이 원예작물인데, 어전리는 왜 여전히 벼농사를 고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