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명사] 물건을 넣어 들거나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용구. 가죽이나 천, 비닐 따위로 만든다. 어머니의 커다란 가방은 콜드크림, 양담배, 파인애플 깡통을 비롯해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 무겁고 무거운 가방에 내 손 하나가 더 매달려 있었다. 미제 물건과 어린 아들을 담은 가방. 버스 차비가 아까웠던 어머니는 길고 긴 길을 무거운 가방을 들고 걸어 다니셨다. 힘들어도 혹은 어린 아들이 떼를 써도 삶의 무게 때문이었는지 어머니는 ‘무겁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도 장사가 잘된 날이면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파인애플 깡통을 까주셨다. 가방엔 맛있는 파인애플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가방에 대한 첫 기억. 기억 속 두 번째 가방 역시 어머니 가방이다. 까만 가죽을 뒤집어쓴 가방 속엔 화창한 웃음이 새겨진 안내 책자들이 수북했다. 행복설계, 은퇴 설계, 건강 설계 등. 수많은 보험 안내 책자 속에는 왜 그리 웃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보험 안내 책자로 딱지를 접을 때마다 웃는 사람들의 고른 이빨이 딱지 앞에 나오도록 접었다. 가죽 가방 속엔 행복한 웃음이 살았으므로 나도, 어머니도 행복한 척해야 했다. 어머니의 까만 인조가죽 가방은
생태와 건강 며칠 전 월요일, 병원마다 환자들이 넘쳤다. 유명 맛집마냥 병원과 약국 앞이 북적인다. 뭐지? 매년 이즈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여느 해보다 훨씬 더 심했다. 독감과 코로나 동시 감염되면 치명적 만약 당신이 작년에 독감을 앓고 다행히 극복하셨다면, 한 해 독감 사망자 수 30만~65만 명(세계보건기구추산)에 속하지 않은 복을 누린 것이다. 코로나 19 사망자 114만 명에 비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망자 수이다. 독감백신은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두 질병의 혈통이 다르기 때문에 항체의 종류도 다르다. 즉, 독감백신을 맞는다고 코로나를 예방할 수 없다. 그렇지만 독감과 코로나 19에 동시에 감염되면 사망 확률이 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것처럼 독감과 코로나 동시 감염은 막아야 한다. 백신 종류에 따라 효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정부는 독감 예방을 위해 지원 대상을 생후 6개월~만 18세 어린이·청소년, 임신부 및 만 62세 이상 고령자로 확대하고, 기존 3가 백신에서 4가 백신으로 변경했다. 3가 백신은 2종류의 A형 바이러스와 1종류의 B형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 4가는
덩치 -몸의 부피 고백하건대 10여 년 동안 앞만 보고 살았다. 모두 그 녀석 탓이다. 그 녀석과 헤어지고 나는 한참 동안 우울했다. 앞만 보고 살았는데 갑자기 앞이 사라졌다는 상실감. 내 곁에서 사라진 녀석 때문에 나는 투덜거림을 앞세웠고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았다. 다시 녀석과 비슷한 녀석을 만나야겠다는 욕심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녀석과 비슷한 녀석에 대해 수소문했다. 그사이 봄이 왔다. 앞이 사라졌다는 상실이었을까? 아니면 녀석과 헤어진 불편함이었을까? 나는 봄을 외면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앞을 잃었다고 믿었고 여전히 앞만 보았다. 나는 영악하므로 잃은 것을 잃지 않았다고 최면을 걸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그를 만났다. 녀석과는 다른 덩치가 큰. 전주 근교에 위치한 완주군 삼례읍이었다. 모 대학 한국어교사로 있던 나는 일을 마치고 일찍 버스에 올랐다. 삼례발 익산행 좌석버스 111번. 자리에 앉아 시집을 꺼내 읽다가 무심결에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바라본 것이 아니라 훔쳐보았다. 파랗게 올라오는 보릿대의 싱그러움을, 보릿대 잎사귀 사이사이 뛰노는 봄의 기운을. 그러다 덜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