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찾아가겠다는 약속만 하고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명함에 적힌 구와리 농장을 찾아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했다. 10시 반이 넘어갈 무렵, 유별난딸기 농장에서 전화가 왔다. “어디세요? 우리 작업 거의 끝났는데요.” 딸기하우스에서는 새벽 3시부터 일한다는 것을 기자는 몰랐다. 농부들에게 ‘오전’이란 훨씬 더 이른 시각을 말했다. 다행히 트럭에 실은 딸기를 배달하기 직전에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 나눌 시간이 있었다. ▲ 왼쪽부터 박성호, 이광성, 홍승우 농부 ▲ 수확하는 모습. ▲ 유별난딸기 농장에서 쓰는 난좌 포장 방식 하우스 입구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이랑이 꽤 길었다. 푸른 잎에 붉은 열매가 알알이 맺힌 딸기 이랑이 반대편 입구까지 뻗으며 소실점을 이루고 있었다. 기자는 평행한 이랑이 저 끝에서 만나는 모습이 각자 아무 인연 없던 세 명의 청년이 만나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우스는 모두 세 군데에 있다고 했다. 세 분이 투자를 많이 했냐는 질문에 다들 웃으며 아직은 임대를 받아서 한다고 대답했다. 기자는 세 농부의 인연이 어떻게 맺어졌는지 궁금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세 명이 겉보기에는
까페 마실 임은아 사장님은 이번이 첫 장사이고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원래 직장 생활을 하다가 역시 직장인의 ‘로망’인 까페를 창업했다. 그래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지인의 까페에서 알바로 일하면서 2년을 준비했다고. 그 성실함이 드러난 것은 이번 거리두기 기간이었다. 사장님은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도 꼭 가게를 열었다. 삼례 신시장 건물에 위치한 <까페 마실> 임은아 사장님(사진=변두리 기자) “가게 문을 열어도 유지비가 더 나가죠. 하루에 정말 두세 잔 팔았어요. 연세 많으신 분들은 커피를 어디서 마시냐고 역정을 내신다니까요. 그래도 직장 생활할 때 습관대로 출근 하나만큼은 꼭 했어요.” 커피 맛이 좋다는 기자의 말에 반색을 하신다. “사실 테이크아웃이 1,500원이면 저렴한 편이잖아요. 그래도 원두는 제가 알바하던 가게에서 쓰던 비싼 거 그대로예요. 제가 커피 맛에는 자부심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커피머신 엔지니어 자격증도 땄어요. 사실 바리스타 하면서 기계를 분해해서 청소할 줄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손님들이 맛으로 거의 구별이 안 될지는 몰라도 저는 양심껏 기계도 관리하려고요.” 최근에 삼례시장 건물의 가게들이 벽을 터서
지난 해 군에서 <완주 기네스 재발견>을 발간했다. 각 분야에서 가장 최고의 기록들만을 모은 것이다. 그중에서 삼례에 있는 ‘최고 기록’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삼례에도 40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5번 이사를 하였지만 여전히 '일진사'라는 이름으로 6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세탁소, 한자리에서 43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명화당' 등 입니다. 기회가 닿는 데로 40년 이상 영업한 노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해 보려고 해요. 가장 먼저 60년 동안 영업하신 일진사세탁소 이락교님을 만나서 60년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일진사'세탁소는 1961년 처음 문을 열었는데요. 내 집이 아니니까 집주인이 집을 비우라고 하면 옮길 수밖에 없었대요. 이사를 5번이나 하였지만 읍내를 벗어나지 않고 여전히 삼례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일진사세탁소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도 힘들어 세탁소를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사장님은 새로운 영업 기법을 개발하여 돌파구를 마련했답니다. “아는 사람이 말하기를, 세탁물을 수거해서 세탁한 후 배달을 하라고 하더군. 바로
"수니네 식탁" 강효순 사장님 (사진=변두리 기자) 수니네식탁 강효순 사장님은 올해로 장사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원래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 친구에게서 삼례시장에 입점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장사를 시작했다고. “원래는 제 딸이 장사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먼저 해 보라고 해서 했지요.” 업종은 파스타집으로 정했다. 크림파스타, 토마토마스타의 가격이 딱 만 원. 뚝배기 접시에 한 가득 담겨 나오는데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아 느끼하지가 않다. 그야말로 가성비 갑. “딱히 이 메뉴에 자신이 있었다기보다는 삼례시장에 없는 메뉴를 골랐어요. 특별한 점이라면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서 칼칼한 맛을 내지요.” 청양고추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빼달라고 하면 된다. (사진=변두리 기자) 이번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었지 않았냐며 웃음을 보이셨다. “삼례시장은 다른 시장보다 시설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해서 좋아요. 앞으로 바람이라면 어파치 시작한 거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니네 식탁의 순이는 물론 강효순 사장님이다. 변두리 기자
지난달 8일 완주에서 아주 특별한 그림 동화책 두 권이 나왔다. 성인문해 과정인 진달래 학교 할머니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칠십고개>와 <살아온 세월 중 가장 행복하지>가 출간되었다. 그중 삼례에 사시는 할머니들이 지은 <칠십고개>는 할머니 다섯 분이 각 한 편씩 써서 모두 다섯 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변두리 기자가 작가 두 분과 인터뷰를 했다. 질문 몇 가지를 준비했지만 아무 필요가 없었다. 기자는 인사만 드리고, 나머지는 할머니들께서 술술 풀어놓으셨다.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본다. “눈 뜨고 봉사로 살아… 죽기 전에 쓸 수 있어서 행복” "처음에는 남편하고 같이 다른 곳에서 공부하다가, 소문을 듣고 진달래 학교에 왔어요. 와봤더니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서 저도 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눈 뜨고 봉사로 살았지요. 읽고 쓸 수 없고, 늘 자신이 없고, 누가 뭐 쓰라 할까봐 조마조마하고 창피했어요. 그런데 완주에서 노인네들한테 공부를 가르쳐 주니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밭에 일하다가 오후에 학교에 나갔는데, 선생님들이 겁나게 수고하셨답니다. 한 번도 “아까 일러줬는데 몰라요?”라고 안 했어요. 가르쳐 줄 때 보면은
11월 26일 목요일, 기자에게 문자가 띠링~ 왔다. “풍년 삼례점입니다. 오늘 3시 50분부터 빵잡아요~.” 빵 만드는 모습을 취재하겠다고 부탁드렸더니 알려 주신 거다. 빵을 잡는다고?? 천일약국 2층 편집실에 있던 기자는 걸어서 1분도 안 되는 풍년제과 삼례점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조금 일찍 가서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제빵사님께 인사를 하고 대뜸 제빵실로 들어갔다. 바쁘게 포장 작업을 하고 계셨다. “풍년제과는 국산 밀을 쓴다는데, 우리 밀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드셔보시면 속이 편해요. 그래서 연세가 많으시거나 속이 약하신 분들은 우리밀 빵을 많이 찾으세요.” “국산 밀을 쓰면 단가가 비싸지 않나요?” “네, 밀 가격이 수입 밀에 비해 거의 세 배 정도 비싸요. 그래도 좋은 걸 알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젤로 인기 있는 빵은 뭔가요?” “글쎄요…. 외지 분들은 초코파이 많이 찾으시고요. 삼례 분들은 어르신들이 팥 종류를 많이 사가세요.” 아직 젊은 기자도 팥을 무지무지 좋아하건만…. 앗! 드디어 노란 반죽의 비닐을 벗겨낸다. 작업대 위의 반죽 덩이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출렁출렁한다. 제빵사 두 분의 손놀림